[아이뉴스24 안세준 기자] KT가 해저케이블 기반 국제중계망 대표 사업자로 도약한다. 지난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이어 2022 카타르 월드컵 국제방송중계망 주관 통신사로 단독 선정되면서다. 디지코(DIGICO) 영역 확장 뿐 아니라 국제방송중계망 사업자로서 입지를 넓히고 있는 모습이다.
18일 KT에 따르면 카타르 월드컵의 국제통신 서비스 중추는 'KT 서울국제통신센터'다. 해당 센터는 국제전화와 로밍, 방송, 전용회선, 인터넷 등 서비스망을 운용하고 24시간 관제하고 있다. 과거 KT 내 여러 부서에 분산돼 있던 국제통신 운용과 관제 기능을 이 곳 서울국제통신센터에 통합한 것이다.
◆KT, 카타르 월드컵 국제방송중계망 주관 선정…국제방송중계망 활용 사업 '이상무'
KT는 지난 5월 카타르 월드컵 국제방송중계망 주관 통신사로 단독 선정됐다. 이번 월드컵에는 LG유플러스 등 기업도 국제방송중계망 사업자로 참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LG유플러스는 2021 도쿄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대한 국제방송중계망을 단독 제공한 바 있다.
카타르 월드컵은 오는 21일 카타르 수도 도하(Doha)에서 열린다. 서울시와 일직선 기준 거리는 약 7천100km. 시차만 6시간인 중동국에서 펼쳐지는 월드컵을 지연 없이 TV로 바로 볼 수 있는 건 해저케이블 기반 국제방송중계망 덕분이다. 이 해저케이블을 운용하고 관리하는 곳이 KT다.
KT는 지난 40년 간 국제스포츠대회 방송중계망을 21차례에 걸쳐 구축했다. 국제방송중계망 주관 사업자는 국내 방송권자인 지상파 3사(SBS·KBS·MBC)가 협의해 선정한다. 끊김 없는 방송을 위해 국제해저케이블 구간을 다중화한 점, KT가 100% 보유하고 있는 전송망에 영상을 실는다는 점 등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국제방송중계망, 인프라 따라 두 분류…해저케이블-위성 장단점 '뚜렷'
국제방송중계망은 사용하는 인프라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위성중계를 비롯한 해저케이블 중계다. 위성중계는 망 구축에 걸리는 시간이 하루에서 이틀 사이로 짧지만, 날씨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위성중계 방식이 두루 쓰였다. 현지 사정으로 인해 영상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등 안내 문구가 뜨며 끊김 현상이 종종 발생했던 이유다.
해저케이블의 경우 물리적으로 케이블을 구축해야 한다. 해저에 케이블을 직접 깔아야 한다는 의미다. 때문에 경기 시작 전 일정 기간 준비가 필요하다.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고 끊김 없이 고용량 데이터를 송수신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 이렇다보니 실시간 고화질 영상을 요구하는 올림픽·월드컵 등 대형 국제 스포츠 경기에는 해저케이블을 통한 중계 방식이 주로 쓰인다.
케이블보다 위성중계가 빠를 것이라는 선입견을 품을 수 있다. 하지만 케이블 기반 국제방송중계망이 위성보다 2배 이상 빠르다. 한국-브라질 구간 위성 기반 국제방송중계 전송시간이 약 0.5초 걸리는 반면, 해저케이블 기반 국제방송중계는 약 0.2초에 불과하다. 월드컵 개최지인 카타르 구간 전송도 마찬가지다. KT에 따르면 카타르 현지와 딜레이 격차는 1초 남짓이다.
◆국제해저케이블 구간 메인경로 2개·예비경로 3개로 5중화
현재 국내에 육양돼 있는 국제해저케이블 수는 총 10개다. 이 가운데 APCN2(Asia-Pacific Cable Network 2), CUCN(China-US Cable Network), KJCN(Korea-Japan Cable Network) 등 7개 해저케이블을 KT가 운용하고 있다. 이를 경유해 현지 영상이 서울국제통신센터에 도착한 뒤 지상파 3사에 제공, 각 가정에 전달되는 식이다.
KT는 끊김 없는 월드컵 중계를 위해 국제해저케이블 구간을 메인 경로 2개와 예비 경로 3개로 5중화했다. 카타르 도하 국제방송센터와 국내 지상파 3사 사이에 총 5개 경로가 마련된 것. 만약 한 회선에 장애가 발생할지라도 다른 경로로 우회해 끊김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천재지변이나 선박 등으로 인한 해저케이블 단선과 같은 문제에도 대비해 해저망을 다중화했다면, 관제시스템은 일원화했다. 모든 국제통신 서비스를 한 곳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관제시스템을 서울국제통신센터에 구축했다. 해저케이블에 손상 또는 고장이 발생하더라도 실시간 관제를 통해 빠르게 조치할 수 있다.
◆장애 발생해도 걱정 '뚝'…KT, 방송중계시스템에 '히트리스' 기능 적용
관전 포인트는 '그럼에도 장애가 발생했을 때'다. 최근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먹통 사태로 서비스 장애에 대한 우려 또한 높아진 상황. KT 측은 "카타르 월드컵 중계 중 해저케이블망 등에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끊김 현상 등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고 답한다. 방송중계시스템에 적용된 '히트리스(Hitless)' 기능 덕이다.
KT에 따르면 장애가 발생해 다른 경로로 교체할 때 신호가 비는 시점이 생긴다. 신호가 없는 상태로 0.05초 이상이 흐르면 방송 화면이 끊어지고 만다. 히트리스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끊이지 않고 송출될 수 있게 하는 기능이다. 이 때 핵심적으로 활용되는 미디어 전송 장비가 '님브라(Nimbra)'다.
님브라는 주요 예비 경로 사이 신호를 동시에 받아 버퍼를 두고 정상적인 신호를 조합해 내보내는 장비다. 송신과 수신 양 측에 영상을 저장한다. 때문에 한 경로의 영상이 끊겨도 다른 경로를 영상을 내보내면 된다. 서울국제통신센터는 지난 베이징 올림픽 때부터 님브라 장비를 도입해 중계에 사용했다.
/안세준 기자(nocount-j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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