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재용 기자] #. 직장인 박모(33) 씨는 최근 할부로 현대자동차의 싼타페를 구매하려다 포기했다. 지난여름까지만 해도 연 3% 초반 수준이던 신차 할부 금리가 이제는 6%대까지 올라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상과 레고랜드 발 자금경색이 전 금융권을 덮치면서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도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 금리가 치솟아 고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데 부담을 느낀 일부 여전사들은 할부 금리를 극단적으로 끌어올리는 등 취급을 줄이고 있다.
7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이달 현대자동차 싼타페를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에서 할부(이하 현금구매 비율 10%, 대출 기간 48개월 기준)로 사면 연 최저 4.1%에서 최고 9%의 이자를 내야 한다.
다른 국내 주요 카드·캐피탈사의 신차 할부 금리는 연 6~7%대다. 지난 3분기(7~9월) 평균 할부 금리(3%대 중후반) 대비 두 배 수준으로 뛰었다. 회사별로는 차량 구매 시 하나카드는 최저 5.3~6.5%, KB국민카드는 6.3~6.4%의 할부 금리를 적용한다.
삼성카드와 신한카드는 각각 6.6%, 6.7~8.6%로 제공한다. KB캐피탈은 7.5~7.9%, 하나캐피탈은 7.2~10.2%를 제시한다. 롯데카드는 8.7%로 할부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여전사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면서 차 할부 금리도 올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본격화한 지난해 8월 월평균 1.80%에 불과하던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 4일 기준 6.01%까지 4.21%p가량 뛰어올랐다.
이 같은 금리 수준에도 여전사들은 자금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채권시장 심리가 급랭하면서 일부 카드사나 캐피탈사들은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길이 사실상 막혔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자금경색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3일부터 채권시장안정펀드에서 일부 여전사 채권을 매입하는 등 여전채와 관련한 자금 조달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하지만 공포에 가까운 투자심리가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많다.
자금 조달에 부담을 느낀 여전사들은 금리를 일부러 높이는 등 사실상 '디마케팅(수익에 도움이 안 되는 소비자를 의도적으로 밀어내는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높은 금리를 주고도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일부 회사는 할부 금리를 대폭 올려 사실상 신규 취급을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재용 기자(j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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