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성화 기자] 롯데그룹의 롯데온(ON)이 기대했던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그룹 정기인사를 앞두고 나영호 대표이사의 거취가 주목된다.
이베이코리아 전략사업본부장 출신인 나 대표는 신동빈 회장이 2021년 롯데온을 전략적으로 키우기 위해 영입한 인물이다.
하지만 지난 2년 나 대표 체제에서 롯데온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신 회장의 용인술이 실패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보통 9월 말 진행되던 임원 인사 평가 시기를 앞당겨 시행했다. 이에 따라 최근 11월 말 진행되던 정기 임원 인사도 이르면 11월 초순이나 중순으로 빨라질 것이란 관측을 낳고 있다.
롯데그룹은 신상필벌과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 수장을 중심으로 교체설이 제기되고 있다.
롯데쇼핑에서는 여섯 분기 연속 실적 감소 중인 롯데하이마트와 적자 전환한 롯데슈퍼, 나 대표 취임 후 실적이 나아지지 않고 있는 롯데온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있다.
나 대표가 롯데온에 취임한 2021년, 롯데쇼핑 이커머스 부문은 2021년 1천82억원 매출액과 1천560억원 영업적자를 보였다.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520억원의 매출액과 950억원 영업적자를 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동안 e커머스 시장과 경쟁사들의 성장에 뒤쳐지는 점도 문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021년 192조원으로 전년보다 21%가 증가했다. 롯데온 거래액 성장률은 같은 해 18%로 전체 시장 성장률보다도 낮았다. 2021년 쿠팡은 72%, 네이버는 40%, SSG닷컴은 22% 늘었다. 나 대표는 지난해 5월부터 3개월간 롯데온 신규 입점 셀러에게 판매수수료 0%를 책정했음에도 거래액 성장률이 경쟁사보다 낮았다.
롯데온의 성장을 위해선 그룹 계열사 온라인 플랫폼 통합 작업을 서둘러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롯데쇼핑이 담당하고 있는 사업부만 참여하고 있다. 롯데온은 지난해 8월 계열사 거버넌스 통합을 진행하며 백화점과 마트, 롭스의 온라인 사업 주체를 롯데온으로 통합하고 이관했다. 롯데온은 지난해 거버넌스 통합 작업으로 매출 수수료를 받지 않았고, 통합작업으로 인해 170억원의 손익 비용까지 실적에 반영해야 했다.
롯데그룹은 롯데온 출범 당시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닷컴, 롭스, 롯데홈쇼핑, 롯데하이마트 등 7개 계열사 통합 온라인 쇼핑 플랫폼으로 만들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이번 거버너스 통합에 별도의 온라인 몰을 운영 중인 롯데하이마트나 롯데홈쇼핑, 롯데면세점은 제외됐다.
또한 구독서비스도 롯데멤버스의 L페이 유료 멤버십과 롯데온의 롯데오너스로 나누어져 있어 중복 가입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쿠팡은 로켓와우 멤버십으로 통합해 운영 중이며, SSG닷컴도 올해 지마켓글로벌과 통합한 멤버십 서비스인 스마일클럽을 운영 중이다.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 롯데쇼핑은 지난 2일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Ocado)의 스마트 플랫폼과 자동화 물류센터 시설에 2030년까지 9천500억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바탕으로 롯데쇼핑은 롯데온과 별도로 식료품 판매에 특화된 어플리케이션을 만들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통합을 하면 시너지 효과가 날 수도 있겠지만, 각 계열사 상황에 따라 각자가 (온라인몰을)운영하는 게 더 좋다고 여길 수도 있다"며 "당연히 외부 인력보다 내부에서 승진한 사람을 잘 대해 주는 게 대부분 기업의 문화고, 내부에서 봤을 때 자기네 영역을 뺏어간다고 생각을 가진 경우도 많기에 (통합이 늦어지는 건)외부에서 롯데온 대표를 영입한 영향도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온 관계자는 "롯데하이마트와 롯데홈쇼핑, 면세점도 롯데온에서 상품 검색부터 구매까지 가능하도록 돼있다"며 "롯데하이마트와 롯데홈쇼핑, 면세점은 법인이 다르거나 판매하는 제품과 방식, 소비자 층의 성격이 특수하기 때문에 거버넌스 통합에서 빠졌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오카도 투자사업은 사업이 크다보니 롯데쇼핑에서 전체적으로 총괄하고 있지만 실무단은 이커머스쪽에서 진행할 것"이라며 "오카도와 관련된 사업에서 아직 정확하게 정해진 게 없는 상태다"고 말했다.
/김성화 기자(shkim06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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