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고정삼 기자] DGB금융지주 계열사 하이투자증권이 '디지털케어팀' 확대 방침을 고수하면서 노사간 대표교섭이 두 차례나 결렬됐다. 노동조합 측은 디지털케어팀이 비대면 자산관리(WM)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신설됐지만, 실은 구조조정 수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기피 부서로 인식되고 있는 디지털케어팀을 확대한 상황에서 희망퇴직을 진행해 직원들의 퇴사를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임금피크제가 도입돼 있지 않은 하이투자증권이 인력 적체를 해결하기 위해 고육책을 편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디지털케어팀 확대 방침에 대해 노사 간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과 노조는 임단협 상견례를 시작으로 지난 14일과 21일 두 차례에 걸쳐 대표교섭을 진행했지만, 디지털케어팀과 관련해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는 여의도 본사와 대구에 위치한 지주사 앞 집회를 신청해둔 상태다.
앞서 하이투자증권은 지난달 여의도WM센터와 부산WM센터에 디지털케어팀을 신설하고, 총 13명의 인사조치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는 공모 형식으로 시작됐지만, 자발적 지원자는 전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이번 교섭에서 디지털케어팀 확대 방침을 철회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사측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이미 인사 발령이 난 상태이기 때문에 디지털케어팀 폐지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회사는 소위 '냉장고 부서'로 지칭되는 디지털케어팀을 확대하길 원하고 있고, 이를 통해 직원들을 압박해 희망퇴직을 진행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 2018년 DGB금융그룹에 편입되면서 내년까지 5년 동안 고용 보장을 약속한 상태다. 사측에서 희망퇴직을 실시할 경우 반드시 노조의 동의가 필요하다. 노조 관계자는 "DGB금융그룹으로 인수되면서 고용 보장 5년이 걸려 있기 때문에 희망퇴직은 할 수 없다"면서 "그런데 경영진이 교섭 과정에서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싶다는 의사를 나타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는 성과 향상 프로그램으로 해당 팀을 만들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우리는 그것에 목적이 있는 게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며 "희망퇴직을 진행해도 직원들이 잘 안 나가니까 '냉장고 부서'를 만들어서 저성과자나 나이많은 직원들을 내보내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케어팀 확대에) 동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의 근본적 배경으로는 사업 환경 변화와 인력 적체가 거론된다. 고객들의 영업점 방문이 줄어들고 있고, 비대면 거래가 보편화하면서 증권사들의 필요한 인력이 점차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하이투자증권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있지 않은 만큼, 인력 적체를 해결할 방법이 필요했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임금피크제는 근로자가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임금을 줄이는 대신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하이투자증권은 임금피크제가 도입돼 있지 않으니 고연령 직원들의 급여가 삭감되지 않고 온전히 지급되고 있을 것"이라며 "이것이 사측에는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측 관계자는 "임단협 기간이라 교섭을 하고는 있지만,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는 알 수 없다"며 "현재 공식적으로 이야기된 것도 없기 때문에 외부에서 나오고 있는 이야기들은 사실과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고정삼 기자(js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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