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유럽연합(EU)이 TV에 적용하는 에너지 효율 기준을 강화하면서 전력 소비량이 기준점을 초과하는 8K TV의 유럽 판매가 내년 3월부터 어려워졌다. 8K TV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기업의 8K TV 사업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EU는 내년 3월1일부터 8K TV의 에너지효율지수(EEI)를 0.9 이하로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한다.
8K(7680x4320) TV는 패널의 화소 수가 4K TV 패널의 4배로 자연히 더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을 포함해 현재 세계에서 생산되는 모든 8K TV와 일부 고성능 4K TV가 EU의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EU의 강화된 기준에 부합하려면 전력 소비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새로운 패널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사실상 8K TV를 팔지 말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8K TV 생태계 확산을 위한 글로벌 협의체 '8K 협회'는 "EU 기준 자체가 너무 낮아서 8K TV 중 그 어떤 제품도 기준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8K협회는 삼성전자와 파나소닉, 하이센스 등이 참여하고 있다.
8K TV는 국내 TV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상반기 세계 8K TV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63.1%, LG전자 5.5% 수준이다.
TV 업계는 정부, 8K TV 협회 등과 함께 EU에 EEI 기준을 낮추거나, 규제를 유예해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EU 규제는 유럽에서 사실상 8K TV를 팔지 말라는 얘기"라며 "협회, 정부등과 협의해 EU에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업계도 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뜩이나 판매 확대가 어려운 8K TV 시장이 개화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8K TV는 1천만원대 고가로 TV 시장에서 점유율이 1%가 채 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EEI를 낮추기 위해선 화면 휘도(밝기) 뿐만 아니라 사운드 등 각종 기능을 조절해야 하는데 이러면 프리미엄 TV를 살 이유가 없어진다"며 "8K TV 시장이 안 그래도 크지 않는데 세트나 디스플레이 업체 모두 투자할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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