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서온,이혜진 기자] 한남2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을 위한 투표를 20여 일 앞둔 이달 17일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재정비촉진지구) 2구역. 서울 보광동 인도 옆 간판이 없는 한 사무실엔 '한남2구역 좋은 시공사 선정 기준'이라는 제목의 표가 삽입된 홍보물이 붙어 있었다.
회사 신용등급, 부채비율 등이 기재된 표에서 롯데건설은 모든 칸에 'O', 대우건설은 'X'로 표시됐다. 도보 5분 거리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앞엔 양사의 '특별제공품목'을 비교하는 표를 삽입한 벽보가 붙어 있었다. 표에 따르면 50여 개 품목 중 롯데건설이 대우건설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한 항목은 7개다.
올 하반기 정비사업 최대어인 한남2구역 재개발사업을 수주하려는 양사의 홍보전이 과열되고 있다. 한남2구역은 보광동 일대(11만 5천5㎡)에 1천537가구(임대 238가구 포함) 규모의 공동주택과 근린생활시설을 만드는 사업이다.
양사는 서울 최대 정비사업으로 손꼽히는 한남2구역을 두고, 역대급 사업조건을 제안하며 조합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우건설은 사업비 전체를 책임 조달하고 조합원들에게 주택담보인정비율(LTV) 150%의 이주비 대출을 지원하는 방안을, 롯데건설은 140%의 LTV와 한남 뉴타운 내 최저금리 이주비를 제시했다.
랜드마크 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양사는 다양한 설계안을 들고나왔다. 롯데건설은 힐튼, 메리어트 등 글로벌 호텔을 설계한 곳과 유명 건축가를 동원해 명품 디자인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대우건설은 기존 14층에서 21층 상향 설계안과 주동 배치도를 수정해 건폐율을 낮췄다.
한남2구역 조합은 구성원에게 더 큰 이익을 제공할 시공사를 공정하게 선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두고 양사의 수주전이 날로 격화하고 있다. 전날 밤 이 지역 일대 인도엔 인근 업소들과 롯데건설이 수억원에 달하는 금품 지급 계약 체결 후 집행한 것으로 알려진 옥외광고(바닥조명)가 여러 개 전시됐다.
한남4구역 등 인근 뉴타운 지역의 광고를 포함하면 옥외광고 개수는 수십 개에 달한다. 앞서 한남뉴타운엔 건설사가 개별적으로 조합원을 접촉하는 것을 금지하기 위해 '홍보공영제'가 도입됐다. 용산구청이 해당 조명을 공인중개사법 위반으로 계도했음에도 광고가 버젓이 전시된 것이다.
다만, 지난달 100여 개에 달했던 바닥조명 개수는 이달 17일 기준으로 절반 이상 급감했다. 대신 공인중개업소의 상호명과 건설사명, 브랜드명(CASTLE)이 적힌 불법 주차 금지 안내판들이 곳곳에 놓였다. 철거를 막기 위해 쇠사슬이 설치된 안내판도 있었다. 조합원에 따르면 롯데건설과 한남뉴타운 내 일부 업소들이 체결한 광고 계약의 마감일은 시공사 선정 총회가 열리는 내달 5일까지다. 계약서엔 광고물 유지 관리 '지원'과 경쟁사 지지·협조 금지에 관한 약정이 담겼다.
계약을 체결한 공인중개업소 가운데 상당수는 조합원들이 운영하는 곳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롯데건설이 대우건설과의 수주전에서 우위를 점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반면, 대우건설의 벽보만 붙이는 등 롯데건설에 배타적인 한남뉴타운 내 업소들도 있는데다, 업계에서는 수백억원대로 추산하는 롯데건설의 홍보비가 결국엔 조합원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조합원들은 양사가 제시한 사업 조건과 브랜드가치에서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남2구역 일원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체감하는 브랜드 가치는 비슷하다"며 "양사의 입찰 제안서 비교표만 보면 사업 조건과 설계안 등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한남2구역에선 서울시의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통한 고도제한 완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남2구역 조합원은 "어느 시공사가 선정되든 조만간 남산경관 보호를 위한 90m 고도제한이 해제되면 주변 고급 주거단지와 더불어 서울의 랜드마크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이혜진 기자(hj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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