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류한준 기자] "난방이 필요한 체육관을 폐쇄할 수 도 있다." 이탈리아 배구리그가 2022-23시즌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문이 아니다. 러시아가 이탈리아를 비롯한 서유럽 지역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해서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즈프롬'은 지난달(8월) 31일(이하 한국시간)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가즈프롬은 이날 러시아에서 독일로 이어지는 해저 가스관 중 하나인 '노르트스트림1' 가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가즈프롬은 노르트스트림1에 대한 유지·보수 작업을 천연가스 공급 중단 이유로 밝혔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러시아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은 경제 제재 카드를 꺼냈다. 러시아는 이에 따른 보복으로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관을 잠궜다. 가즈프롬은 이달 초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가스 공급을 재개한다고 했으나 가스관 누출이 발견됐다면서 다시 중단 통보를 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유럽지역은 당장 제조업 등에 타격이 있다. 여기에 겨울철 난방 등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이탈리아 배구리그가 겨울에 해당하는 시기인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경기 일정을 조정해 뒤로 미루거나 일시적으로 휴식을 취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유럽과 해외배구 소식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월드 오브 발리'는 17일 "이탈리아 세리아A를 주관하고 있는 이탈리아배구협회(FIPAV)에서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에 따른 문제를 고려해야한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스포츠 전문 일간지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에서 배구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는 발레리아 베네디티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지난 두 시즌 동안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리그가 피해를 봤다면 이번 겨울은 다른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면서 "천연가스 공급 상황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난방이 필요한 체육관이 폐쇄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러시아가 만약 서유럽으로 통하는 모든 가스 라인을 잠근다면 이는 이탈리아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독일, 프랑스를 비롯해 러시아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폴란드 등도 피해를 볼 수 있다.
서유럽 지역은 러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큰 편이다. 전체 가스공급량 중 40%정도를 러시아산 가스가 차지하고 있다. '난방대란', '가스 가뭄'이라는 말이 현실이 될 수 있다.
이탈리아 배구리그는 남자부는 오는 10월 3일, 여자부는 국제배구연맹(FIVB) 주최 세계선수권대회 관계로 같은달 24일 각각 2022-23시즌을 시작한다.
/류한준 기자(hantae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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