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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물적분할 대책, 주식매수청구권으로 충분?


[아이뉴스24 오경선 기자] 코스피 상장 기업 풍산이 핵심 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한다는 소식에 시장은 냉랭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상장 소식 후 이틀 만에 주가는 10% 가까이 하락했다. 풍산은 지난 7일 알짜 방산사업부문을 떼어내 '풍산디펜스'을 신설하겠다고 공시했다. 풍산디펜스를 상장하지 않고 비상장 상태로 유지하겠다고 언급했지만, 투자자들은 앞선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상장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풍산의 방산사업부문 분할은 금융당국이 물적분할로 인한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발표한 직후라 더 관심을 끌고 있다.

입법예고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은 모(母) 회사 주식을 갖고 있는 기존 주주가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경우 기업에 주식을 매수해줄 것을 청구하는 권리(주식매수청구권)를 부여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주주들은 물적분할이 추진되기 이전의 주가로 주식을 매각할 수 있다.

다만 이번 대책에서 기존 주주에게 새로 상장하는 자(子) 회사의 주식을 우선 배정하는 방안이 제외되면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다. 기존 주주의 경우 핵심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했는데, 분할 후 신규 상장 기업의 주식에 우선권을 부여하지 않는다면 투자 이익에 대한 기회비용은 보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풍산과 비슷한 시기에 분할 후 상장을 발표한 독일 폭스바겐의 경우 상반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폭스바겐은 지난 5일 자회사인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의 기업공개(IPO)를 공식화했다. 당일엔 주가가 4%가량 빠졌지만, 다음날 6% 가까이 반등하면서 하락 폭은 만회했다.

폭스바겐이 IPO로 확보한 수익의 절반(49%) 가량을 기존 주주에게 특별 배당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공유하기로 결정한 것이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적 분할에 대한 주주 보호 정책의 차이가 두 기업의 주가를 갈랐다.

국내 시장에서도 주식매수청구권을 시작으로 모회사의 주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추가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 물적분할을 통한 기업가치 하락과 주주이익 빼돌리기가 계속된다면 국내 증시에 투자할 사람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최근 지속되고 있는 증시 거래대금 감소를 단순한 지수 하락 때문으로 여긴다면 언젠간 국내 자본시장은 그 기능을 상실할지도 모른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막으려면 정책당국은 좀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을 고민해야만 한다.

/오경선 기자(seon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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