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나비효과가 있다. 작은 움직임이 먼 거리에 있는 곳에 거대한 폭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론이다. 기후변화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한 지역의 작은 변화가 먼 거리에 영향을 끼쳐 엄청난 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남극 앞바다의 기후변화가 ‘태평양 수온 변화’에 미치는 효과가 규명됐다. 태평양 수온 변화는 전 지구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위도 기후 예측과 미래 기후 예측성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될 것으로 보인다.
유니스트(UNIST, 총장 이용훈) 도시환경공학과 강사라 교수팀은 기후 모델(Climate Model, 해양, 대기, 지표면, 해빙을 종합적으로 시뮬레이션해 기후를 분석하는 도구) 실험으로 ‘남극 앞바다의 냉각이 적도 태평양의 수온을 낮춘다’는 내용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8개의 기후 모델에서 남극 앞바다로 들어가는 일사량을 일정하게 줄이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모든 모델에서 남극 앞바다의 냉각이 원격상관을 통해 열대 남태평양의 수온을 감소시키고 열대강우를 북쪽으로 이동시키는 결과를 보였다
기후 모델로 실험하는 과정에 아열대 구름을 현실에 가깝게 시뮬레이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증명해 주목받았다.
기존의 기후 모델에서는 남반구 열대의 강우(비구름)가 과하게 나타난다. 실제 열대강우가 연평균 북위 5도 정도에 위치하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 원인으로는 남극 앞바다의 온도가 지목돼 왔는데 지금까지 명확히 입증되진 않았다.
강사라 교수팀은 이번 연구로 ‘남극 앞바다의 온도’와 ‘열대강우’ 사이의 상관관계를 밝혀냈다. 남극 앞바다가 차가워지면, 열대 동태평양의 수온이 낮아지고, 그 영향으로 열대강우가 북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규명된 것이다.
이 논문의 제1저자인 김한준 연구원은 “기후 모델에서 나타나는 열대강우 오차는 30여 년 동안 풀리지 않은 고질적 문제였다”며 “이번 연구로 기후 모델에서 남극 앞바다의 온도 오차를 줄이면 열대강우의 오차도 줄일 수 있음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태평양 수온 변화는 중위도 지역의 기후에도 영향을 준다. 현재 기후에서는 적도 동태평양이 서태평양보다 차가운 라니냐(La Niña) 현상이 일어난다. 이 현상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극심한 가뭄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지금까지의 기후 모델은 태평양 수온 변화의 패턴을 제대로 시뮬레이션하지 못했다. 중위도 기후를 예측하는 정확도가 높지 않은 까닭이다.
강사라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는 오존층 파괴나 남극의 담수 유입 등으로 ‘남극 앞바다가 부분적으로 냉각되면 현실에서는 라니냐 현상과 비슷한 태평양 수온 패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가설을 제시해준다”며 “이런 부분을 더 연구하면 남극 앞바다 수온 변화가 중위도 지역의 기후 예측성을 높이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남극 앞바다와 열대 태평양 사이의 밀접한 관계는 미래 기후 예측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지구 가열화가 일어나면 남극 앞바다는 차가운 물이 올라오면서 다른 지역에 비해 느리게 가열되는 특성이 있는데 이 부분이 열대 태평양 수온과 중위도 강우량 변화로 이어진다고 판단했다.
김한준 연구원은 “미래 기후 예측에서도 남극 앞바다의 상대적 냉각이나 온난화에 의한 효과가 전 지구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걸 발견했다”며 “이번 연구에서 구름이 중요한 요소였던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앞으로 미래 기후를 예측하는 데에도 구름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는 중”이라고 후속 연구를 소개했다.
이번 연구(논문명: Subtropical Clouds Key to Southern Ocean Teleconnections to the Tropical Pacific)는 8월15일자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됐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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