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픽코마가 웹툰 불법유통에 칼을 빼들었다. 자사 웹툰 플랫폼 '픽코마'에 연재된 작품들이 불법 웹툰 사이트에 다수 유통되자 사이트를 관리하는 서버업체에 조속한 삭제를 정식 요구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픽코마는 최근 미국의 서버업체인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에 DMCA(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igital Millennium Copyright Act) 저작권 침해 관련 공문을 보냈다. 해당 신고서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을 통해 접수됐다.
카카오픽코마가 클라우드플레어에 신고서를 발신한 것은 웹툰 플랫폼 '픽코마'에 연재되고 있는 웹툰을 다수 불법유통한 한 불법 웹툰 사이트로 인해서다. 일본어로 된 해당 사이트에는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돼 픽코마로 번역 연재 중인 작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카카오픽코마 측은 공문에서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클라우드플레어는 해당 사이트의 서비스 제공자로 식별됐다"라며 "침해 저작물에 대한 접근 경로를 비활성화하거나, 저작물을 신속하게 삭제할 것을 요청한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침해된 저작물들이 저작권 소유자 혹은 대리인, 법률에 의해 승인되지 않았다고 확신한다"라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저작권 관련 신고는 주로 불법 웹툰 사이트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피해를 입은 플랫폼사가 신고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국내외 불법유통 단속 업체를 통해 신고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 건은 카카오픽코마가 현지 법률 대리인을 통해 직접 서버업체를 신고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카카오픽코마가 클라우드플레어에 공문을 보낸 것은 이곳이 홈페이지의 서버를 관리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밤토끼·마루마루 등 그간 알려진 불법 웹툰 사이트들은 클라우드플레어가 제공하는 DNS(Domain Name System) 서버를 쓰는 경우가 많았다. 해당 사이트 역시 이 같은 사례다. 서버가 해외에 있는 데다가 클라우드플레어 쪽에서도 사이트 운영자의 정보를 주는 데 비협조적인 편이라 이곳을 서버로 활용하는 불법 웹툰 사이트들이 현재도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웹툰피해작가대책회의 대표를 지낸 김동훈 한국만화가협회 이사는 "수년 전 '밤토끼' 운영자를 찾는 과정에서 클라우드플레어 쪽에 협조를 구했는데, 나중에 주소 등을 받긴 했지만 이를 받기까지 굉장히 비협조적인 태도였다"라며 "카카오픽코마 쪽에서도 이와 같이 협조 요청을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결국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카카오픽코마는 공문에 대표적으로 불법 유통된 웹툰 목록도 기재했다. 목록에 있는 웹툰은 최근 사이트에서 삭제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나 혼자만 레벨업' 등 상당수 픽코마 연재작이 남아 있다. 특히 사이트 측은 "조만간 라인망가 웹툰도 업로드할 계획이 있다"라고 홈페이지 내에 언급, 지속적인 운영 의지를 내비쳤다. 만일 웹툰 불법유통이 지속될 경우 해당 웹툰 사이트를 상대로 한 법적 조치도 예상된다.
김종휘 법무법인 마스트 변호사는 "불법 웹툰 사이트를 통해 자신들의 작품이 급속도로 유통되니 더 이상의 노출을 막기 위해 일단 서버업체 쪽에 공문을 보낸 것으로 여겨진다"라며 "소송 등으로 갈 경우 결론이 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그 동안 불법으로 유통이 이뤄진다면 웹툰 플랫폼 입장에서도 피해가 크다고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픽코마 측은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해 픽코마 플랫폼에서 서비스되는 작품을 존중하고, 작품의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불법유통물에 대한 당사가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검토 중에 있다"라고 답했다.
◆'밤토끼' 폐쇄됐지만 불법 유통 문제는 여전…지속 대응책 모색 中
웹툰 불법유통 규모는 지난 2017년부터 급속도로 커지기 시작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6년 3개였던 불법 웹툰 사이트가 2017년 110개로 급등했다. 지난 2018년 국내 최대 불법 웹툰 사이트인 '밤토끼' 운영자가 적발됐지만, 이후 다양한 파생 사이트들이 생겨나며 오히려 사이트 개수 자체는 더욱 늘었다.
여기에 웹툰이 본격적으로 해외에 알려지고 네이버웹툰·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웹툰 업체들이 해외 서비스를 본격화하한 이후부터는 외국어로 서비스되는 불법 웹툰 사이트들도 급등하는 추세다. 일본어·영어를 비롯해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 러시아어 등 언어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현지인들이 현지 언어로 무단 번역해 이를 불법 웹툰 사이트 혹은 SNS 등으로 유통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1년 웹툰사업체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웹툰 불법복제가 확인된 사이트는 2천685개에 달했다. 이 중 한글로 서비스하는 사이트는 272개다. 이에 따라 불법 웹툰 사이트 조회수도 2017년 106억뷰에서 2020년 367억뷰까지 급등했다.
불법 웹툰으로 인해 작가들이 금전적·정신적으로 막심한 피해를 입자 정부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불법 웹툰 사이트의 대부분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국제 공조 없이는 현실적으로 처벌이 불가능하다. 더욱이 웹툰 불법유통을 자행하는 이들 중 상당수는 개인으로 활동해 범인 특정이 쉽지 않고, 일부는 미성년자인 경우도 있어 특정이 된다고 하더라도 처벌이 어렵다.
웹툰 플랫폼 업체 역시 불법 웹툰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저마다 대응책에 나섰다. 지속적으로 불법 웹툰 사이트를 모니터링해 사이트 측에 삭제 요청 메일을 보내는 것은 물론 각종 기술을 고도화해 불법으로 웹툰을 크롤링하는 행위를 방지하고, 웹툰이 불법 유출됐는지 여부를 자체적으로 예측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네이버웹툰·카카오엔터 등 7개 웹툰 플랫폼사들을 중심으로 출범한 웹툰불법유통대응협의체도 지속 활동 중이다. 웹툰 불법유통 문제가 특정 플랫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방증한다. 다만 불법 웹툰 사이트 운영자들에 대한 처벌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경우가 많고, 운영자를 특정해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내도 실제 배상이 이뤄지는 경우는 많지 않은 등 여러 이유로 인해 불법 웹툰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한편 다음달 15일 웹툰 불법유통 근절을 위한 대응책을 모색하는 국회 토론회가 열린다. 한국만화가협회의 불법 웹툰 대응 태스크포스(TF)는 이날 토론회를 통해 불법 웹툰 유통을 '사이버 범죄' 관점에서 살펴보고 대응책을 논의할 방침이다. 토론회에는 문체부를 비롯해 네이버웹툰·카카오엔터 등 웹툰 플랫폼 관계자들과 한국만화가협회·한국웹툰산업협회 등 유관 협·단체와 학계 전문가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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