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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도 기술"…'위기' 느낀 이재용 한 마디에 삼성 사장단 '긴급 회의'


기술·인재·상생 주제로 사장단 머리 맞대…글로벌 경영전략회의서 계획 구체화 할 듯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습니다."

최근 유럽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발언 직후 삼성 전자 계열사 사장단이 긴급히 한 자리에 모여 '기술 강화'를 중심으로 한 미래 준비에 본격 나섰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에 따른 국내외 경제의 복합위기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는 만큼 기술로 한계를 돌파해 미래를 선점하겠다는 각오다.

유럽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했다. [사진=뉴시스]
유럽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했다. [사진=뉴시스]

삼성은 20일 경기도 용인 소재 삼성인력개발원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경계현 사장 주재로 사장단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는 오전 7시 반부터 오후 3시까지 8시간 넘게 진행됐다.

이날 사장단 회의에는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을 비롯해 최윤호 삼성SDI 사장, 황성우 삼성SDS 사장,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등 전자 관계사 경영진 25명이 참석했다.

이번 회의는 이 부회장의 유럽 출장 후 한 부회장과 경 사장을 중심으로 긴급 소집된 것으로, 이 부회장이 강조한 '기술'과 '인재', '상생'에 방점이 찍혔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과 별개로 유럽 출장을 떠났던 한 부회장과 경 사장도 이번에 현지에서 많은 위기감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 들었다"며 "이들을 중심으로 회의를 해야겠다는 의견이 모아져 긴급하게 진행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앞서 이 부회장은 귀국 직전인 지난 16일 현지 법인장 회의를 주재하며 삼성전자의 주요 시장인 유럽이 많이 위축돼 있고 인플레이션 문제가 심각하다는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는 당초 오후 6시 끝날 예정이었지만, 저녁 식사도 건너뛰고 밤 9시를 넘길 정도로 분위기가 심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 부회장은 이달 18일 약 2주간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출장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국에서는 못 느꼈는데 유럽에 가니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훨씬 더 느껴졌다"며 "시장의 여러 가지 혼돈과 변화, 불확실성이 많은데 우리가 할 일은 좋은 사람을 데려 오고 우리 조직이 예측할 수 있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해 주목 받았다.

또 그는 출장 세부 내용과 관련해 "자동차 업계의 변화, 급변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며 "제일 중요했던 것은 네덜란드 ASML과 벨기에 반도체연구소(IMEC)에서 차세대, 차차세대 반도체 기술이 어떻게 되는지, 그런 걸 느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Peter Wennink) ASML CEO, 마틴 반 덴 브링크(Martin van den Brink) ASML CTO 등과 함께 반도체 장비를 점검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Peter Wennink) ASML CEO, 마틴 반 덴 브링크(Martin van den Brink) ASML CTO 등과 함께 반도체 장비를 점검했다. [사진=삼성전자]

이에 삼성 전자 계열사 사장단들은 이날 이 부회장이 화두로 던진 기술·인재·상생을 주제로 부랴부랴 대응 전략을 모색했다. 또 삼성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한계를 돌파해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 리더십'을 확보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 삼성 사장단은 ▲글로벌 시장 현황 및 전망 ▲사업 부문별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고 ▲전략사업 및 미래 먹거리 육성 계획 등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날 회의에서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 관련 산업과 기술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다"며 "준비된 기업만이 현실을 직시하고 빠르게 적응해 성장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사장단 사이에서 형성한 것으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삼성 전자 계열사 사장단들은 이날 반도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전기차용 배터리, 부품 등 각 분야에서 현 수준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신시장을 개척해 미래를 준비하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 역시 이 자리에서 "국제 정세와 산업 환경, 글로벌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변화의 흐름을 읽고, 특히 새로운 먹거리를 잘 준비해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술로 한계를 돌파해 미래를 선점해야 하고, 우수인재 확보에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며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상생 생태계 육성에도 힘을 쏟아야 하고, 기업의 사회적 역할도 지속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DX부문장) [사진=김성진 기자]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DX부문장) [사진=김성진 기자]

한 부회장과 경 사장의 이 같은 발언은 이 부회장의 '동행' 비전과도 맞닿아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9년 11월 1일 삼성전자 창립 50주년 기념 메시지에서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며 동행을 지속 강조해왔다.

또 이날 사장단 회의가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열린 것도 이 부회장이 강조한 '인재 제일' 메시지와 연관된 것으로 재계에선 평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전자 관계사 사장단 회의를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연 것은 '초일류 도약'을 위해서는 '우수인재'가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새롭게 조직문화를 혁신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담겨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이번 긴급 사장단 회의에 따라 오는 21일부터 주요 경영진과 임원, 해외 법인장이 참석하는 삼성전자 상반기 글로벌 경영전략회의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연말에만 한 차례 전략회의를 진행했지만, 올해 다시 상반기 전략회의를 재개한다. 이는 2018년 이후 4년 만으로, 최근 악화하는 대내외 경영환경에 대한 삼성전자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은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전략회의는 오는 21~23일 DX부문을 시작으로, 27~29일에는 DS부문이 차례로 경영전략회의를 연다. DX부문은 원자재·물류비 상승 대응과 가전·모바일 간 시너지 향상, DS부문은 미국 텍사스주 파운드리 공장 건설 상황과 D램 가격 하락에 따른 수요 부진 여파 등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빅테크와 대형 유통 업체, 반도체 장비, 디지털 광고 업체들은 일제히 매출 둔화 및 마진 하락 가능성에 대한 경고음을 내기 시작했다"며 "점점 높아지는 금리는 결국 누적돼 올해 하반기 후반부터는 세계 경제에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분위기로 인해 기업들의 국내외 사업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금 위기를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기업의 미래가 결정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전략 회의에 나선 기업들의 긴장감도 극에 달한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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