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김종윤 야놀자 대표가 '넷 제로'를 강조하며 여행·숙박업도 여기에 발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넷 제로'란 개인이나 회사, 단체가 배출한 만큼의 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환경의 가치가 점점 중요해지면서, 자칫 환경을 등한시할 경우 비즈니스의 본질적 가치마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겼다.
김 대표는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넥스트라운드'에서 "'좌초 자산'의 범위가 점점 확장되고 있다"며 "처음에는 석탄으로 시작해 석유로 넘어갔고, 이후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산업으로 넓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자체 조사 결과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8%가 여행업에서 나왔다"라고 짚었다.
좌초 자산이란 이미 투자가 이뤄졌지만 시장 환경 등의 변화로 인해 투자 자산의 가치가 하락하고 부채가 돼 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전환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여행업계는 가파른 회복세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여행업 역시 '넷 제로'의 기조에 따라 변화해야 하며, 이에 발맞추지 못할 경우 결국 '좌초 자산'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주장이다.
김 대표가 여행업에서 온실가스가 다량 배출되는 이유로 지목한 것은 '비효율성'이었다. 최적화되지 않은 비효율적인 이동과 개인 맞춤형이 아닌 다수에 짜맞춰진 서비스, 성수기에 지나치게 몰리는 수요에 비해 탄력적이지 못한 공급 등을 그 사례로 들었다.
김 대표는 이들 문제만 해결되면 여행업에서 현재의 3분의 2 수준으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는 야놀자가 기술력을 토대로 여행업의 디지털 전환을 추구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여행업의 디지털 전환을 통한 글로벌 ESG 주도권의 확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본다"며 "이는 야놀자가 데이터 관련 사업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야놀자는 공간과 플랫폼 간 밀접한 데이터 연결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여기서 말하는 공간이란 호텔, 레저시설, 식당 등 다양한 여행·숙박 관련 서비스를 일컫는다. 공간에 숙박이 붙으면 숙박 서비스가 되고, 공간에 식당이 붙으면 식당 서비스가 되는 등의 식이다.
이런 점에서 김 대표는 야놀자가 '공간'과 관련된 사업을 한다고 짚고, 공간과 플랫폼 간 유기적인 연결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김 대표는 "좋은 공간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간이 어떻게 잘 결합되느냐, 그리고 이 안에서 얼마나 데이터가 흐르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간 여행·숙박업에서는 이러한 공간과 플랫폼 간 데이터 연결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김 대표는 짚었다. 호텔과 고객에 맞닿아 있는 온·오프라인의 접점들이 대부분 단절돼 있어 이를 연결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비효율이 발생하고 고객에 대한 서비스 개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없다고 김 대표는 주장했다. 그는 "조식을 포함한 객실을 예약했을 때 다음날 조식을 먹으러 가면 레스토랑에서 또 따로 체크를 해야 한다"며 "결국 데이터가 흐르지 않아서 발생하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클라우드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를 하나로 잇는 체계를 구성하는 것이 보다 원활해졌다. 이를 토대로 야놀자는 단순히 숙박 시설을 찾아주는 서비스를 넘어 솔루션 사업으로의 확장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공간을 디지털화하고, 이를 플랫폼과 한번에 연결해 이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쉽도록 솔루션을 구축하는 것이 야놀자의 지향점이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이러한 데이터의 흐름으로 인해 앞으로 기업들이 소품종 대량생산의 생산자 중심 시장에서 벗어나 소비자 중심 시장으로 본격적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봤다. 이렇게 디지털화된 정보를 모든 채널에 제공해서 각자 더 효율적인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이를 위해 여러 업체들과 협력해 나갈 계획이다.
관련 사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야놀자는 지난해 6월 '야놀자클라우드'를 출범하고, 인공지능(AI) 기반 클라우드 기술을 통해 숙박·주거 등 다양한 공간 맞춤형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야놀자의 공간 관리 솔루션은 현재 전세계 170여개국 호텔 등에 서비스되고 있다. 특히 동남아와 아프리카, 인도에서는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이러한 빠른 성장세를 토대로 야놀자는 현재 미국 오라클에 이은 글로벌 호텔 디지털화 시스템(PMS) 2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김 대표도 관련 사업의 최대 경쟁자로 오라클을 꼽았다. 다만 고객사 숫자 기준으로는 현재 오라클을 넘어섰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오라클이 대형 호텔을 많이 하다 보니 매출 기준으로는 아직 우위지만 클라이언트 숫자로 보면 오라클을 좀 더 넘어선 상황"이라며 "앞으로 미국이나 유럽 쪽을 더욱 적극적으로 공략해 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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