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예진 기자] "크립토 물 좀 빼자."
더 샌드박스 팀 내부에서 요즘 하는 얘기다. 많은 메타버스 플랫폼이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토큰 경제를 설계하고 있지만, 되려 난해한 크립토(암호화폐) 생태계로 대부분은 메타버스 생태계에 들어가는 단계부터 망설이게 된다.
이에 더 샌드박스는 여러 파트너사와 함께 '크립토 물을 빼' 재밌고, 직관적인 방향으로 접근성 높인 메타버스 세계를 보여주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더 샌드박스코리아가 이승희 대표 체제를 시작하며 국내 시장에 더 힘을 싣는다. 한국 사업총괄을 맡던 이승희 이사가 기존 세바스티앙 보르제 공동창업자가 맡고 있던 한국 지사 대표 자리의 배턴을 본격 넘겨받게 됐다.
16일 서초구에 위치한 공유 오피스에서 만난 이승희 대표는 18년간 게임 사업, 마케팅과 블록체인 업계를 두루 거친 베테랑으로, 지난해 메타버스 플랫폼 더 샌드박스에 합류했다. 네오위즈,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 등 유수 게임사에서 사업 경험을 쌓고 웨이투빗의 보라(BORA) 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더 샌드박스 한국 지사는 지난해 10월 설립됐다. 한국 시장은 더 샌드박스 내 규모 및 스튜디오 수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게임과 블록체인 양 영역 모두 크게 성장하고 있는 주요 국가인 만큼 더 샌드박스는 한국을 눈여겨보고 있다. 최근 SM브랜드마케팅과 큐브엔터테인먼트, 뽀로로, 제페토, 삼양식품 브랜드를 비롯한 수많은 국내 회사도 더 샌드박스 생태계에 파트너사로 편입했다.
더 샌드박스는 메타버스에서 누구나 게임을 만들고 소유할 수 있는 이용자 생성 콘텐츠(UGC)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블록체인 기반 메타버스 게이밍 플랫폼이다. 2012년 2D 모바일 게임으로 처음 출시됐고 2018년부터 탈중앙적 게이밍 플랫폼으로 탈바꿈하며 가상 부동산 메타버스를 개척하고 있다. 현재 정식 오픈에 앞서 테스트 버전을 단계별로 진행 중이며 지난 3월에는 알파 시즌2를 공개했다.
현재 더 샌드박스코리아 직원 수는 19명 정도다. 각각 파트너사, 콘텐츠, 이용자를 관리하는 조직과 마케팅 담당 등 크게 4개 정도의 영역을 점차 확대해 연말까지 40명 정도로 구성원을 키우겠다는 목표다. 더 샌드박스코리아는 현재의 강남 공유 오피스에서 새로운 사무실로의 이전도 앞두고 있다.
◆'''레디 플레이어 원'만 메타버스 아냐…멀리 가려면 같이 가야"
이 대표가 생각하는 메타버스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처럼 커다란 하드웨어 기기를 쓰고 새로운 가상 세계로 완전히 넘어가는 경험을 해야만 메타버스가 아니란 얘기다.
이 대표는 "(메타버스는) 쉽게 얘기하면 다음 세대 온라인 플랫폼"이라면서 "조금 더 진화된 버전의 온라인 활동의 범주"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메타버스는 현실과 온라인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게 된다. 네일아트를 예를 들면 지금은 남의 손에 발려 있는 네일을 보고 예쁘다고 생각하고 구매를 하지만, 다음 세대는 내가 원하는 모양을 손톱에 발라 사진 찍어 올리면 그대로의 모양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옷을 살 때도 내 전신사진을 한번 올려두면 직접 입어보지 않아도 그 옷이 정확하게 내가 입었을 때 어떤 모습인지를 알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에서 형성되는 시장이 다 메타버스다.
메타버스와 게임의 관계에 대해 이 대표는 "기존 게임 개발사들이 만드는 게임들이 훨씬 '게임스러운' 게 솔직히 사실"이라며 "현실적으로 우리가 콘솔의 손맛이나 게임적인 부분을 바로 구현하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기존 게임들이 콘텐츠를 즐기기만 하는 형태였다면 우리는 게임에서 하지 못했던 다양한 경험들을 분명히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많은 플랫폼과 함께 파이를 키우는 게 급선무다. 더 샌드박스의 파트너십 확장은 선두업체로서의 자리를 뺏길까 봐 전전긍긍하는 선점 전략이 아니다. 이 대표는 파트너사들이 제페토, 이프렌드 등 다른 메타버스를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하면, 지체없이 '거기도 꼭 하셔라'라고 말한다. 큰 IP를 갖춘 핵심 파트너사들이 곳곳에 많이 보이고 연결돼야 일단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더 샌드박스 내 NFT가 다른 메타버스 내 NFT로 사용 가능한 수준의 상호운용성을 갖추려면 일단 '같이 커야' 한다는 말이다.
그는 "더 많은 회사에서 (메타버스를) 했으면 좋겠다"면서 "메타버스든 NFT 프로젝트든, 다른 방식의 게임 플랫폼이든 정말 많이 하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돈 되는 '크리에이터'
더 샌드박스는 장기적으로는 '게임계의 유튜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즉 시청자로 존재하던 사람이 직접 방송에 뛰어들며 수익을 창출하는 유튜브처럼 일반 이용자도 쉽게 게임을 만들어 수익화할 수 있는 생태계의 게임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무료 3D 제작툴 '복스에딧'과 '게임메이커'를 제공해 코딩 없이 게임을 포함한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판매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붙여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한다.
더 샌드박스에 현재 정식 등록된 한국 크리에이터 수는 26명이다. 크리에이터 펀드 형식으로 매달 더 샌드박스가 일정 비용을 지급하고 제작을 의뢰하는 형태다. 더 샌드박스는 크리에이터 양성에 우선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SGA 서울게임아카데미, 한국전파진흥협회 메타버스 아카데미, 동대문구 사회적경제 지원센터 등 협업 프로그램을 활발히 확대 중이다.
스튜디오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 더 샌드박스는 연내 15~20개의 빌더 스튜디오 확보를 고려 중이며, 현재도 서너 곳의 스튜디오와 논의 중이다.
현재 더 샌드박스의 공식 파트너십 스튜디오(빌더 스튜디오)는 팩브로스, 디자인에그, 에코버스, 네스트리를 비롯한 다섯 군데다. 더 샌드박스는 이들을 교육하고 외부 파트너사 IP와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자체적으로 툴을 바로 이용하기 어려운 파트너사들에 도움을 주는 일종의 외주 형태다. 이 대표는 "이들의 수익을 정확히 알긴 어렵지만 일반 회사원보다 훨씬 많이 번다"면서 "외주 파트너사에 따라 우리(더 샌드박스)보다 돈을 많이 버는 스튜디오도 있다"고 언급했다.
◆완전한 탈중앙화 근시일 내는 어려워
더 샌드박스는 완전한 탈중앙화 생태계를 지향하고 있다. 회사 역시 메타버스의 관리자가 아닌 참여자로서 자리 잡을 계획이며 5년 내 샌드(sand) 토큰이 전체 이용자 측으로 넘어가면 더는 샌드를 소유하지 않을 계획이다. 더 샌드박스는 샌드 토큰 발행사기도 하다.
다만 생태계 조성을 위해 당분간의 중앙화 과정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더 샌드박스는 크리에이터 작품 발행(민팅)에 앞서 검수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공개된 NFT 환경에서는 IP 도용,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작품 등으로 전반적인 질이 저하될 수 있기에 우선 투표 시스템 등 이용자 거버넌스가 이뤄지기 전까진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NFT 거래에서도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이다. 가령 뽀로로 NFT와 데스티니 차일드 NFT를 조합해 아바타나 게임을 만들 수는 있지만, 해당 저작권은 양사에 속한 만큼 이를 NFT로 만들어 거래해 이익을 얻는 것은 금지된다. '오픈씨'를 포함한 기존 NFT 거래소들은 저작권 관련 면책 조항을 약관에 삽입해 저작권 침해 피해를 이용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정식 출시는 내년 돼야..."기다리시는 김에 좀 더 기다려달라"는 자신감
정식 출시는 내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정식 출시의 모습은 '그랜드 오픈'이나 기존 게임의 '론칭' 개념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우선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어 '랜드(더 샌드박스의 가상 부동산 단위)'에 올리는 게 가능한 수준으로 시작한다. 과거 배틀그라운드처럼 단계별로 스팀에서 '그린라이트'를 받으며 최종 오픈으로 나아가는 방식과 유사하다.
남은 알파 시즌은 올해 7~8월 사이 이뤄지고 이후 한두 번의 테스트를 더 거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연말쯤 100개쯤의 콘텐츠가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 대표는 마지막으로 "NFT 판매나 매출 같은 지표보다는, 정말 이용자 입장에서 만족할 만한 콘텐츠를 고민하느라 시간이 조금 걸리고 있다"면서 "다만 기다리시는 만큼 분명히 재밌는 콘텐츠가 나올 것을 확신한다. 기다리시는 김에 조금 더 기다려달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예진 기자(true.ar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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