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위해 추진했다 무산된 페루 광구가 알짜 사업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며 페루 광구가 높은 수익성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SK이노베이션이 올해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며 영업이익 추정치를 잇달아 상향조정하고 있다.
지난 3월 말까지만 해도 시장에서 5천602억원 수준에서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던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현재 1조144억원까지 높아졌다. 2달여 만에 실적 전망이 81%나 높아진 것이다.
국제 유가와 가스 가격 급등으로 정유부문과 석유개발사업부문에서 높은 수익성을 올릴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시작된 러시아에 대한 정유제품 수출 통제로 싱가폴 정제마진이 배럴당 18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 1분기 8.1달러, 과거 평균 6.5달러보다 2배 이상 급등한 수준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은 울산과 인천 정유설비 가동률도 1분기 77%에서 2분기 80% 중반까지 높였다"며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정제마진 효과로 2분기 정유부문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연가스 가격 급등으로 석유개발사업도 호조세가 예상된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물류 차질이 촉발한 국제유가 상승으로 SK이노베이션의 석유개발사업 영업이익은 분기 약 2천억원 수준까지 증가했다. 올해 1분기 1천982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4분기(1천117억원)보다 77% 급증한 수준이다.
지난 4월 이후 천연가스 가격 급등세가 가속화한 것을 고려하면 2분기 석유개발사업부문은 더 높은 수익성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은 전세계 7개국 10개 광구와 4개 LNG 프로젝트를 통해 석유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중 오일(Oil) 비중은 31~32% 수준으로 가스 생산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최근 유가 상승과 함께 러시아산 가스 공급 중단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한 만큼, 2분기 석유개발사업의 영업이익은 추가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국제 천연가스 가격 지표로 활용되는 미국 천연가스 7월물 가격은 올해 초 100만BTU(열량 단위)당 3.765달러였지만, 최근 9달러를 넘어서며 150% 가량 올랐다. 이는 14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자 SK이노베이션의 남미 최대 가스전인 페루 광구 매각 무산이 오히려 실리적인 결과를 가져왔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9년 9월 페루 정부의 승인을 전제로 플러스페트롤(Pluspetrol)과 페루 88 및 59 광구 지분(각각 17.6%)을 약1조2천억원에 매각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초 페루 정부가 매각 계약을 승인하지 않으며 계약이 해제됐다.
SK이노베이션의 페루 광구 매각은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배터리 등 신성장동력을 육성하기 위한 자금을 확보해 사업 체질을 전환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이었다. 페루 광구 매각 무산으로 SK이노베이션의 이같은 계획에는 일부 제동이 걸렸지만, 결과적으로 최근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며 전체 실적에 도움이 되는 결과를 낳고 있는 셈이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가와 가스 가격 급등으로 지난 7년 동안 연평균 2천억원을 밑돌던 SK이노베이션의 석유개발사업 영업이익은 올해 8천900억원대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석유개발사업에서 수익 비중이 큰 페루 가스전이 높은 수익성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돼 매각 실패가 실리적인 측면에서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페루 광구를 매각할 때의 높은 세금 등을 고려하면 올해 석유개발사업에서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금흐름이 세후 매각 예상 금액과 비슷한 수준을 형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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