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류한준 기자] "이렇게 산을 자주 오를 줄은 몰랐어요." 여자프로배구 페퍼저축은행 선수단은 지난 23일 강원도 속초시로 왔다.
오프시즌들어 휴가를 마친 선수들은 다시 모였고 체력 훈련을 위해 설악산을 찾았다. 선수단은 설악산을 비롯해 속초시 인근에서 런닝과 웨이트 트레이닝 등으로 본격적인 오프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볼 운동은 오는 6월 2일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김형실 페퍼저축은행 감독은 이에 앞서 국내 전지훈련을 계획했고 속초를 선택했다.
페퍼저축은행 선수단에게는 이번 속초행이 남다르다. 지난해(2021년) 팀 창단 후 선수단은 따로 전지훈련을 치른 적이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포스트 오미크론 체제로 접어들며 선수단 이동에도 조금 여유가 생겼다. 팀 창단에 이어 선수단 구성 후 선수들은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연수원에 줄곳 있었고 V리그 개막 후 홈 코트인 광주 염주체육관(페퍼스타디움)과 원정 경기장을 오갔던 선수들에게도 이번 전지훈련은 신선한 자극이다.
페퍼저축은행에서 2년 차 시즌을 앞두고 있는 하혜진에게도 속초행은 의미가 있다. 그는 이번 전지훈련 기간 동안 임시주장을 맡았다.
주장 이한비가 대표팀에 선발돼 팀을 잠시 비웠다. 팀내 최고참 문슬기(리베로)는 부상 치료에 이은 재활 중이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한국도로공사(이하 도로공사)에서 페퍼저축은행으로 유니폼을 바꿔입은 이고은(세터)은 팀 합류 시간이 아직 얼마 안된다.
김 감독은 이런 점을 고려해 하혜진에게 임시 주장을 맡겼다. 하혜진은 28일 오전에 진행된 웨이트 트레이닝 훈련을 마친 뒤 '아이뉴스24'와 만난 자리에서 "긴 기간은 아니지만 주장을 하고 있으니 이것 저것 신경쓸 일이 많아졌다"며 "젊은 선수들이 많은 팀이다 보니 주장으로 책임을 지고 더 솔선수범해야한다"고 말했다.
하혜진에게도 전지훈련은 오랜만이다. 도로공사 시절에도 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유행) 선언 뒤에는 이런 기회 자체가 오지 않았다. 그는 "그런데 이렇게 산을 자주 오르내릴 줄 몰랐다"고 웃었다.
김 감독은 산악훈련을 한 차례만 실시하지 않는다. 전지 훈련 기간 동안 다른 코스로 산을 오르게 한다. 선수단은 29일오전에도 산에 오른다. 하혜진은 "힘은 들지만 그래도 즐겁다"고 다시 웃었다.
그는 "오히려 백사장을 달리는 게 더 힘들다"며 "도로공사때는 잠깐 런닝만했는데 지금은 아니다. 튜빙 등 각종 기구들을 사용해 동료들 모두 열심히 뛴다"고 덧붙였다.
하혜진은 페퍼저축은행에서 한 시즌도 되돌아봤다. 그는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인해 6라운드를 제대로 마치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며 "팀 성적을 떠나 선수들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페퍼저축은행은 V리그 데뷔던 2021-22시즌 3승 28패(승점11)로 최하위(7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다가오는 2022-23시즌 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김 감독도 목표를 좀 더 높게 잡았다. 그는 "첫 시즌 5승이었다면 다음 시즌은 10승"이라고 했다. 하혜진 역시 "두자릿수 승수를 올리는 게 목표"라고 했다.
여기에 개인적인 목표 하나를 더했다. 하혜진은 "출전한 경기마다 공격과 블로킹, 서브 등을 포함해 10점씩은 꼭 올리고 싶고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지난 시즌 개막을 앞두고는 부상도 있었고 새로운 팀으로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모자랐던 것 같다"며 "그러나 이번은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몸 상태도 좋고 동료 선수들 모두 '한 번 다시 시작해보자'는 마음이 강하다"고 기대했다.
경혜여중과 선명여고를 나온 하혜진은 2014-15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3순위로 도로공사 지명을 받고 V리그에 데뷔했다. 그는 2021년 사인 앤 트레이드(도로공사는 하혜진을 보내는 조건으로 1라운드 4순위 지명권과 보상금을 받았다) 형식으로 페퍼저축은행으로 이적했다.
2021-22시즌 30경기(102세트)에 출전해 156점 공격성공률 33.89%를 기록했다. 출전 경기와 세트수는 개인 역대 최다였고 한 시즌 점수도 도로공사에서 뛴 2019-20시즌 162점에 이은 두 번째였다.
한 경기 개인 최다 득점은 역시 도로공사 시절이던 2016년 2월 29일 열린 흥국생명전에서 작성한 23점이다. 2021-22시즌 개인 한 경기 최다 득점은 2021년 11월 5일 현대건설전으로 당시 11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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