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퇴임을 앞둔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금 우리의 정치가 편 가르기와 증오, 적대적 비난에 익숙하다"고 지적하고, 정치권에 "자기 편의 박수에만 귀를 기울이지 않는지 돌아보고 침묵하는 다수, 합리적인 다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의장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이념과 지역, 세대, 성별로 갈라진 '국민 분열'의 적대적 정치를 청산하자"며 이같이 말했다.
의장으로서 지난 2년에 대해서는 "무엇보다도 대화와 타협의 의회주의를 꽃피우고자 했다. 여야의 의견이 다른 법안들도 대화와 타협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중재에 전력을 다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21대 국회는 거의 모든 법안들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며 "예산안도 2년 연속 여야합의로 법정시한 내에 통과시키는 등 아주 드문 좋은 선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점에서 박 의장은 최근 여야가 갈등을 빚었던 '검찰개혁법(검수완박법)' 처리 과정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이 여야 원내대표와 협상해 검찰개혁법 합의를 이끌어낸 것에 대해 "(당시) 인수위에서도 합의를 존중한다고 밝혔다"며 "정치권 거의 모든 단위의 동의와 공감대를 거친 아주 높은 수준의 합의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합의가 한순간에 부정당한다면 대화와 타협의 의회정치는 더 이상 설 땅이 없을 것"이라며 검찰개혁법 합의안을 뒤집었던 국민의힘에 대한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았다.
박 의장은 분열의 정치를 끝내기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국민통합을 제도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개헌이 꼭 필요하다"며 "저는 우리 정치의 갈등과 대립의 깊은 뿌리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한 표라도 더 얻으면 모든 것을 갖는 선거제도(소선거구제)에 있다고 오래전부터 강조해 왔다. 제왕적 대통령 권력을 분산시키고 다당제를 전제로 한 선거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곧 돌아가게 될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박 의장은 "대선에서 0.7%로 석패했지만 패배는 패배"라고 직언하며 "특히 같은 당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가 넘은 상태에서 왜 패배했는지에 대한 진지한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치열한 논쟁 끝에 합리적인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민주당에서 거론되는 이른바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퇴진론'과 관련해서는 "정치권을 포함한 모든 사회는 노장청(노년·장년·청년)의 결합이 적절하게 이루어질 때 발전할 수 있다"며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팬덤정치 문제에 대해서도 "적어도 국민에게 지지받는 정당이 되려면 침묵하는 합리적인 다수까지 포함하는 정책 노선을 걷지 않으면 안 된다"며 "그런 점에서 (팬덤정치는)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 복귀 후 당권 도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생각해본 적 없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는 "과거 대통령들하곤 스타일이 다르고, 좋게 보면 여의도 정치에 익숙하지 않기에 새로운 시각으로 국회와의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다만 국회를 좀 더 잘 아시면 그런 바탕 위에 (더 잘) 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의장은 마지막으로 "소임을 다하고 난 뒤 의회주의자 박병석으로 기록될 수 있다면 저로서는 큰 영광"이라고 밝히며 "다시 한번 코로나 고통을 견뎌주신 국민께 감사드리며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더불어민주당에서 내리 6선을 한 21대 국회 최다선 중진 의원이다. 언론중재법, 이예람 특검법,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등 여야가 부딪칠 때 마다 중재에 앞장서며 '의회주의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후임 국회의장으로는 현재 김진표(5선·경기 수원무) 의원이 유력하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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