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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정의선 회장, 미래 모빌리티 승부수…韓·美 '통 큰 투자' 배경은


일주일 새 국내 21조·미국 13조 투자 발표…"전기차 생태계 성장 선순환 기대"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일주일 새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대한 국내외에서의 '통 큰 투자'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전기차뿐만 아니라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 핵심 산업에서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동시에 관련 국내 배터리·부품업체 등 산업의 선순환에 대한 업계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현대차그룹의 대미 추가투자와 관련한 스피치 후 정의선 회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현대차그룹의 대미 추가투자와 관련한 스피치 후 정의선 회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23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시장 선점을 위해 국내에 21조원, 미국에 13조원(약 105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

◆ 2030년 323만 대 전기차 판매…글로벌 점유율 약 12% 목표

우선 미국 조지아주에 55억 달러(약 6조9천억원)을 투입해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공장 등 전기차 생산 거점 확보에 나선다. 오는 2025년 현지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3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통해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생산 효율성과 원가 경쟁력을 강화할 뿐 아니라 전동화 추세에 대한 전략적 대응력도 높인다는 계획이다. 향후 전기차 시장의 수요 확대와 시장 세분화, 고객 요구의 다변화에 맞춰 기민하게 대응하고 시장 전략을 수립하는 데에는 현지에서의 생산과 공급 기반을 마련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 계획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에 맞춰 전격 발표했다. 특히 미국 정부가 2030년 미국 내 전동화 점유율 50%를 목표로 강력한 전기차 보급정책을 추진하는 데 맞춰 적극적인 현지 시장 전략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바이 아메리칸' 정책을 기반으로 자국산 전기차 위주로 세액공제 차등화, 관용차 공급 자격 등 별도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GM, 폭스바겐,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미국 내 전기차와 배터리 공장 투자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아울러 미국 시장에 2025년까지 로보틱스와 UAM,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인공지능(AI)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도 50억 달러(약 6조3천억원)를 추가로 투자한다. 미국 시장을 미래 신성장 사업을 위한 테스트베드로 삼겠다는 포석이 깔려있다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미국 시장은 구매력 높은 소비자들이 있고, 무엇보다 로보틱스나 UAM을 상용화하기 위한 인프라나 제도 등이 잘 갖춰져 있는 등 관련 산업에 대한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자율주행차의 경우 '네거티브 규제'(법이나 정책이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방식) 정책이 적용되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미국 자율주행업체 앱티브와 합작사 모셔널을 설립하고 아이오닉 5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투자 계획 발표에 앞서 불과 일주일 전에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분야에 총 21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전기차 생산 능력 확충과 전기차 라인업의 다양화, 부품·선행 기술 개발, 인프라 조성, 전기차 관련 신사업 모색 등 전략제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기아가 2025년 가동을 목표로 오토랜드(AutoLand) 화성에 수 천억원을 투입해 최대 15만 대 규모의 신개념 목적 기반 차량(PBC) 전기차 전용 공장을 새로 짓는다. 아울러 기존 공장에 전기차 전용 라인 구축,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혼류 생산 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국내 전기차 생산량을 올해 35만 대에서 2030년 144만 대까지 대폭 확대한다는 목표다.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국내외 투자를 통해 2030년 총 323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약 12% 수준의 점유율을 차지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포함해 18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춰 연간 183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고, 기아는 전기차 13종을 출시해 140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한다.

현대차그룹은 기존 내연기관 중심의 생산시설을 전동화에 최적화된 생산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한편, 전기차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전기차 생산 능력 확충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아 오토랜드 화성 EV6 생산 라인 [사진=현대자동차그룹]
기아 오토랜드 화성 EV6 생산 라인 [사진=현대자동차그룹]

◆ 현대차그룹 "국내 전기차 생태계 성장의 선순환 이끌 것"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투자 계획은 국내 전기차 생태계 활성화와 부가가치 창출로 이어질 것이란 업계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조지아 공장과 함께 북미시장 전기차 공급을 분담하는 국내 공장을 중심으로 완성차의 생산과 수출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 2005년 현대차그룹의 첫 미국 완성차 공장인 앨라배마공장 가동을 기점으로 대미 완성차 수출액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국내 부품산업의 글로벌 진출도 활발해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대한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앨라배마공장 가동 직전이었던 2004년에 현대차·기아의 미국 내 판매량은 68만8천670대, 완성차 수출액은 91억8천400만 달러였지만, 작년에는 각각 148만9천118대, 139억9천600만 달러로 116.2%, 52.4%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부품사의 미국 수출액은 11억7천500만 달러에서 69억1천200만 달러로 488.3% 급증했다. 현재 40개 중소부품업체들이 미국에서 공장을 운영 중이고, 현대차·기아는 물론 현지 글로벌 완성차 제조업체에도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748개사에 달하는 1·2차 협력업체들이 현대차그룹과 함께 해외에 동반 진출했다. 그 결과, 협력업체 평균 매출액은 2004년 979억원에서 2020년 3천196억원으로 3.3배, 자산 규모는 702억원에서 2천612억원으로 3.7배 늘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미국 내 전기차 생산 체계 구축을 토대로 삼아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의 해외 진출과 판로 확대가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국내 전기차 생태계의 활성화를 통한 한국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한 단계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태생기를 넘어 본격적인 주도권 경쟁이 시작됐다"며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투자와 연구개발로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물결에 민첩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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