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크리스티아노 아문 퀄컴 최고경영자(CEO)가 방한 기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동행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삼성전자가 퀄컴의 물량을 다시 가져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번 일로 '수율 논란'으로 타격을 입었던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내 위상도 다시 회복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크리스티아노 아문 CEO는 이날 오후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 방문한다. 이 자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도 자연스러운 만남을 가질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0년 '스냅드래곤888'부터 올해 초 출시된 '스냅드래곤8 1세대'까지 퀄컴 제품의 생산공정을 맡았으나, 업그레이드 모델인 '스냅드래곤8 1세대 플러스'는 TSMC에 물량을 뺏겼다. 퀄컴이 원하는 수준의 수율(완전품에서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 달성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생산한 '퀄컴 스냅드래곤8 1세대'가 적용된 스마트폰들이 발열 논란이 있었던 것이 타격이 컸다. 올 초 출시된 '갤럭시S22' 시리즈를 포함해 중국 '샤오미12 프로'와 '모토로라 엣지X30'에서 발열과 성능 문제가 드러났다. 다만 이는 삼성전자가 아닌 ARM 코어 설계 문제 때문이란 분석도 나왔다. TSMC 4나노 공정에서 생산된 신작 AP인 '스냅드래곤8 1세대 플러스' 역시 발열 문제는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ARM 코어 설계를 기반으로 한 AP들의 발열·성능 저하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ARM 설계가 문제 원인이라는 것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면서도 "오는 6월부터 출시될 '스냅드래곤8 1세대 플러스' 탑재 원플러스, 화웨이, 샤오미 스마트폰들의 실제 성능이 어떨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도 삼성전자는 4나노 공정에서 TSMC에 다소 밀리는 분위기다. 앞서 중국 IT 매체 기즈모차이나는 IT 팁스터(정보유출자)인 디지털챗스태이션의 언급을 인용해 "퀄컴의 새로운 AP '스냅드래곤8 2세대(스냅드래곤X70)'가 'SM8550' 모델 번호를 받은 상태로, 올해 말 발표될 예정"이라며 "칩 제조는 대만 TSMC의 4나노 공정으로 이뤄진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최근 4나노 수율을 일정 부분 개선했음에도 불구하고 퀄컴은 차세대 AP를 TSMC에 맡기는 편이 안정적으로 제품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퀄컴이 4나노 공정을 삼성전자에게 맡기지 않으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4나노 공정 고객사는 AP 엑시노스를 개발하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밖에 남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TSMC는 퀄컴을 비롯해 애플의 A16바이오닉 칩과 엔비디아의 그래픽칩(GPU) H100도 4나노 공정을 통해 생산하며 점유율 확대의 기반을 마련했다. 업계에선 TSMC의 4나노 공정 수율이 70%대까지 올라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와 TSMC의 점유율 격차도 점차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3%, 삼성전자가 18%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는 TSMC 점유율이 56%로 3%포인트 상승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2%포인트 하락한 16%에 그칠 것으로 트렌드포스 등이 전망했다.
퀄컴의 파운드리 물량이 TSMC로 옮겨간 탓에 올해 1분기에 삼성전자 5대 매출처에 처음 올라간 퀄컴의 이름은 2분기에 다시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퀄컴의 가장 큰 고객사란 점에서 양사간 돈독한 관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업계에선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가 이날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 방문한 것을 계기로 '스냅드래곤' 차기작을 삼성전자에 맡길 지를 두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이번에 차세대 GAA(Gate-All-Around) 기반 세계 최초 3나노 반도체 시제품을 소개할 가능성이 높아 퀄컴 측이 얼마나 관심을 보일지도 주목된다.
조만간 양산에 돌입하는 GAA 공정은 기존 핀펫(FinFET) 기술보다 칩 면적은 줄이고 소비 전력은 적으면서 성능 면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설계 유연성을 가진 독자적인 신기술로, 삼성전자는 이를 적용해 TSMC보다 먼저 3나노 양산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퀄컴 측에 3나노 공정을 통해 업계 최선단 기술력을 보유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일이 삼성전자와 퀄컴의 최고 경영진이 향후 다양한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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