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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학 별세] 구자학 회장 떠난 아워홈…'남매의 난' 승자는?


"'캐스팅 보트' 쥔 장녀 구미현 씨 결정에 경영권 향방 갈릴 듯"

[아이뉴스24 김승권 기자] 구인회 LG그룹 창업주 셋째 아들이자 아워홈 창업주 구자학 회장(구 회장)이 12일 별세했지만 구 회장 장남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구 전 부회장)과 구지은 부회장(구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구 전 부회장은 지난해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 등 3명의 여동생에 의해 부회장 자리에서 내려왔지만 올해 다시 지분 매각을 추진하며 6년째 '남매의 난'이 지속되고 있다. 또한 이번 부친의 장례 방식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마지막까지 대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구 전 부회장은 부친의 임종 전부터 가족장을 주장했다. 구 전 부회장은 부친이 위독하던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가족장을 치르겠다며 장례 절차에 대한 입장을 언론에 밝혔다. 하지만 구 회장의 배우자인 이숙희 여사가 회사장을 치르겠다고 노선을 정했고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을 비롯한 세 딸도 어머니의 뜻을 따르겠다고 밝히며 회사장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자학 아워홈 명예회장이 향년 92세로 별세한 가운데 12일 빈소가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구자학 아워홈 명예회장이 향년 92세로 별세한 가운데 12일 빈소가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 1남 3녀 지분 나눠진 아워홈…2016년 시작된 '남매의 난'

'남매의 난'의 시발점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영권 다툼은 1남 3녀가 전체지분 98%를 쪼개 보유하고 있는대서 시작됐다. 현재 구 전 부회장이 아워홈 최대 주주로 지분 38.56%를 보유하고 있고 장녀 구미현 씨(19.28%), 차녀 구명진 씨(19.6%), 구 부회장(20.67%) 등이 지분을 나눠서 가지고 있다.

먼저 회사 경영수업을 받은 건 구 부회장이다. 구 부회장은 지난 2004년 구매물류사업부장으로 아워홈에 입사 후 2010년대 중반부터 실질적으로 아워홈을 운영해 오며 후계자 1순위로 꼽혔다.

그러다가 구 전 부회장이 LG가의 장자 승계 원칙을 내세워 회사에 들어오면서 구 부회장은 2016년 말 경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구 전 부회장은 한순간의 실수로 상대편에 큰 빌미를 제공했다. 구 전 부회장이 지난해 보복 운전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해임된 것이다. 이후 구 부회장은 미현 씨 등 2명의 자매 지지로 아워홈 대표에 재선임됐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구 전 부회장의 반격이 시작됐다. 구 전 부회장이 지난 2월 법률대리인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자신의 보유 지분 38.86%를 전부 매각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여기에 구미현 씨도 자신의 보유 지분(20.06%) 매각 의사를 밝혔다. 지분 매각은 라데팡스파트너스에서 추진 중이다. 구본성 전 부회장, 구미현 씨의 지분 합은 57.84%로 절반이 넘는다. 지분 20.67%를 보유한 구지은 부회장 입장에서는 다른 자매 구명진 씨의 19.60%를 우군으로 확보하더라도 우위를 점하기 힘든 구조다.

또한 구 전 부회장은 지난달 21일 아워홈에 기존 이사 21명 해임과 신규 이사 48명 선임을 안건으로 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했다. 구 전 부회장 측은 구미현 씨(장녀)와 합산 보유 지분 58.62%의 동반 매각 추진 과정에서 회사 측의 협조를 얻지 못해 주총 소집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아워홈 정관에는 주주 수 제한이 없어 무제한 선임이 가능하다.

구 전 부회장은 이와 별개로 작년 6월과 7월 부친과 모친 이숙희 여사에 대한 성년 후견을 서울가정법원에 신청했다. 성년 후견은 후견인이 치매 환자 등의 신변과 자산을 보호하는 제도다. 구 회장이 치매약을 복용하는 등 판단 능력이 흐려졌고 동생들이 재산을 무단 처분할 우려가 있다는 게 구 전 부회장 측 주장이다.

구 전 부회장을 제외한 다른 가족들은 모친에게 치매 증세가 없다며 성년 후견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구본성 아워홈 전 부회장과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 [사진=아워홈]
구본성 아워홈 전 부회장과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 [사진=아워홈]

아워홈 측도 구 전 부회장의 지분 매각 선언과 주총 소집 요구와 관련 '경영권 회복을 위한 무리한 시도'라며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아워홈 측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지분 매각사에 매각자문 위임 내용 등의 자료를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다"면서 "현재도 회사는 적합한 절차를 통한 지분 매각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 '캐스팅 보트' 구미현 씨에게…구 전회장과 '공동 매각'이냐, '별도 매각' 이냐

결국 '캐스팅 보트'는 구 회장 장녀 구미현 씨가 쥐고 있다. 구미현 씨 지분 20%의 향배에 따라, 아워홈의 경영권이 매각되거나 막내인 구지은 부회장의 백기사도 될 수 있는 것이다.

구본성 전 부회장과 함께 지분 매각에 나서며 오빠와 손을 잡은 것으로 비쳤던 구미현 씨는 최근 구지은 부회장을 축출하려는 움직임에 동참한 적이 없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구미현 씨는 아워홈 측에 "주주총회소집 허가 신청을 한 사실이 없고 추가로 선임될 이사를 지정한 적도 없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그러면서도 구미현 씨는 구본성 전 부회장의 지분과 합산해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아직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결국 이번 매각 추진의 핵심은 '돈'이라고 입을 모은다. 구본성 전 부회장이 개별적으로 지분을 매각하는 대신 구미현 씨와 손을 잡은 것은 단순한 지분 매각 이상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겠다는 의미가 크고 구미현 씨 입장도 이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구 부회장 입장에서는 구미현 씨를 설득하기 위해 '새로운 카드'가 절실한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구 부회장이 미현 씨를 설득하느냐, 못하느냐가 '남매의 난'의 종결 지점이 될 것"이라며 "다만 경영권을 새로운 인수자에게 넘기기보다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한편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씨의 매각 자문을 맡은 라데팡스파트너스는 지난달 말 MBK파트너스, H&Q,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칼라일 등 지분 인수에 관심이 있는 40여곳에 투자안내문(티저레터)를 배포했다. 아워홈 지분 인수에 관심이 있는 기업 후보군으로는 풀무원, 농심, 동원, 대상, CJ, 신세계 등이 거론된다.

/김승권 기자(peac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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