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갈길 먼 공공배달앱] 시리즈
① [단독] 하루 주문건수 수백건…외면받는 다수 공공배달앱
② '상생' 내세워 우후죽순 출시된 공공배달앱…사후 관리는 '글쎄'
③ 자영업자도 이용 망설이는 공공배달앱…"개선 방안 모색해야"
지난 2020년부터 전국 곳곳에서 공공배달앱 출시 열풍이 불었다. 3월 전북 군산 '배달의명수'를 시작으로 그 해 경기도, 강원도 등으로 확장됐고 이듬해 확산세가 절정에 달했다. 현재 전국에서 20여개의 공공배달앱이 운영 중이다. 공공배달앱 출시 행렬은 올해도 이어져 전라남도, 전북 전주, 경남 창원 등에서 출시됐거나 조만간 출시 예정이다.
공공배달앱은 민간 배달앱 대비 현저히 낮은 중개수수료를 토대로 자영업자와의 '상생'을 내세운다. 지역화폐 연계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도 기대 요인이다. 다만 결과적으로 상당수 공공배달앱은 부진한 성과에 그쳤다. 부진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업계에서는 지자체가 앱 운영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점을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짚는다.
◆협약서 내 턱없이 부족한 운영업체 의무 조항…지자체 협약 기준도 낮아
여수시에서 '씽씽여수'를 운영하던 만나플래닛은 시와 업무협약을 맺은지 1년이 약간 지난 지난해 12월 운영에서 손을 뗐다. '씽씽여수' 론칭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이다. 이후 '씽씽여수'는 한동안 방치되다가, 올해 1월 말 여수시가 먹깨비와 새로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앱을 리뉴얼하는 형태로 운영을 재개했다.
'아이뉴스24'가 확보한 여수시와 만나플래닛의 당시 업무협약서를 보면, 해당 업무협약서에는 운영사인 만나플래닛의 의무를 규정하는 조항이 거의 없다시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무협약서에서 만나플래닛과 관련된 문구는 "배달 주문을 위한 자체 플랫폼을 구축·운영하고, 건당 2% 이하의 저렴한 중개수수료로 배달주문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이 중 0.1%의 재원은 할인쿠폰 등 이벤트성 재원으로 활용하고 여수사랑상품권을 배달앱의 결제 수단에 포함한다"가 전부다. 운영사가 배달앱 가맹점 모집·관리 등에 노력하고 협약 체결 기간은 몇 년간이라는 최소한의 의무조항조차도 넣지 않은 셈이다.
일반적으로 공공배달앱은 실질적인 앱 운영과 가맹점 모집 등을 공개입찰을 통해 선정된 업체가 진행하고 지자체는 앱 운영 예산 및 마케팅·홍보 등을 지원한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와 운영사 간 작성하는 업무협약서에는 통상적으로 협약 기간, 구체적인 협약 준수 의무 사항 등의 내용이 들어간다. 만약 협약 당사자 한쪽이 일방적으로 협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명시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 여수시 관계자는 "실질적인 앱 운영은 운영사에서 하고, 여수시는 홍보비 지원만을 하는 구조라 세부적인 협약 사항까지 정하지는 않았다"라고 해명했다.
경기 시흥시의 경우 지난 2021년 먹깨비를 비롯해 총 5개의 업체를 시흥 지역화폐 앱 '모바일시루' 제휴업체로 선정했다. 이들은 각각 배달앱을 내놓았지만, 이 중 현재까지 실질적인 운영이 이뤄지고 있는 곳은 먹깨비 한 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업체들은 사실상 앱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시흥시는 이들 중 500개 이상의 가맹점을 모집한 업체에 한해서만 마케팅 등을 지원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그렇지 못한 업체들과의 소통은 원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 업체가 사실상 공공배달앱 사업에서 손을 뗀 상황이었음에도 시흥시 측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흥시 관계자는 "2020년 제휴 협약을 맺었고 협약 기간은 2년 동안 유지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는 여러 지자체에서 나타났다. 서울시·천안시·진주시 등 다수 지자체들은 지역화폐와 연계한 공공배달앱 입찰을 진행하면서 3개 이상의 업체와 배달앱 운영 협약을 각각 맺었다. 특히 서울시 '제로배달 유니온'에는 16개의 업체가 참여했다. 참여한 업체 수가 많다 보니 기존 배달앱 운영 경험이 없는 업체들이 사업계획서만을 가지고 사업에 선정되는 경우도 잦았다. 업계에서는 지자체가 세운 배달앱 운영업체의 기준이 너무 낮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각 업체들은 일정 숫자 이상의 가맹점을 모아야 지자체의 지원을 본격적으로 받을 수 있기에 저마다 가맹점 유치에 나섰다. 이렇게 다수 업체들이 한 지역에서 각각 배달앱을 만들어 저마다 가맹점을 유치하고 고객 모집에 나서다 보니 크지 않은 지역 시장에서 너무 많은 업체들이 경쟁하는 체제가 돼 버렸다. 또 지자체와 목표치에 도달하는 데 실패한 앱 운영업체 간 소통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앱을 만들고도 사실상 방치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결국 운영을 사실상 접은 앱들이 속출했다.
공공배달앱 사업에 참여했던 한 업체 고위 관계자는 "처음에는 배달앱 운영 경험이 있는 업체들이 많이 참여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식자재유통·전통시장 등 유사 업종을 영위하는 업체들이 여럿 가세했고 그러다 보니 지자체 홍보나 예산 지원 등도 분산됐다"며 "배달 시장 경험이랄지 배달앱 운영 인프라가 풍부한 한두개 업체에 집중했다면 효과가 더 컸을 것 같은데 아쉬운 부분"이라고 짚었다.
◆앱 운영업체도 공공배달앱 사업 의지 '의문'
이렇듯 지자체에서 운영업체와 협약을 맺고도 정작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운영업체 역시 사업 수행에 큰 의욕을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20년 즈음 공공배달앱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던 배달대행 플랫폼 업체 A사는 현재 모든 공공배달앱 사업에서 손을 뗐다. 이 과정에서 해당 업체가 지자체와 협약을 맺은 이후 운영을 포기한 사례만 해도 총 4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A사는 공공배달앱을 통한 수익을 내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자체에 통보했고, 위약금 등 별다른 대가 없이 지자체와의 협약을 해지했다.
배달업계에서는 해당 업체가 애초에 공공배달앱 운영에 대한 의지가 별로 없었고 자체 배달앱 운영을 위한 일종의 '테스트베드'로 공공배달앱 운영에 참가했다는 뒷말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지자체들도 운영업체에 대한 의무를 제대로 부과하지 않다 보니 업체들도 배달앱 운영을 쉽게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배달업계 한 관계자는 "A사는 해당 업체와 계약을 맺은 지역 배달대행업체들에게 공공배달앱 가맹 입점 홍보를 떠넘긴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자체도 보여주기식으로 공공배달앱을 만들다 보니 관리에 큰 관심이 없고, 그러다 보니 운영업체들도 가맹점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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