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성별로 인한 채용, 승진, 임금 등에 차별을 막기 위해 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이 오는 19일 시행을 앞둔 가운데 기업 10곳 중 7곳은 여전히 '남성'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에 적합한 직무가 더 많고 야근, 출장 등을 시키는 데 부담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9일 사람인이 기업 721개사를 대상으로 실제 채용 시장에서 성별이 미치는 영향, 성별에 따른 지원자 스펙 차이 등의 현황을 조사한 결과 기업 인사담당자 절반 이상(55.1%)은 채용 시 상대적으로 선호하는 성별이 있다고 답했다. 선호하는 성별로는 '남성'이 73.6%로 '여성(26.4%)'보다 2.8배가량 많았다.
남성을 더 선호하는 이유로는 ▲업무 특성상 남성에 적합한 직무가 많아서(70.2%, 복수응답)가 단연 많았다. 이어 ▲야근, 출장 등 시키는 데 부담이 적어서(25.7%) ▲조직 적응력이 더 우수해서(21.6%) ▲육아휴직 등으로 인한 업무 단절이 없어서(18.2%) 등을 꼽았다.
실제 기업 10곳 중 2곳은 채용 인원의 성비를 특정하게 맞추고 있었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 신입사원 채용에서 '남 55대 여 45' 비율로 성비를 맞춘 것으로 나타났다.
구직자 역시 기업의 '특정 성별 선호'를 체감하는 분위기다. 사람인이 구직자 1천19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 10명 중 4명이 취업에 유리한 성별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무려 84.7%가 '남성'이 취업에 유리하다고 답했다.
응답자 성별로 살펴보면 여성 응답자의 95.7%가 '남성'을 꼽아 남성 응답자(62.6%)의 답변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여성 응답자의 31.7%는 본인의 성별 때문에 취업이 어렵다고 느끼고 있었다. 반면 남성 응답자는 18.1%로, 취업 시장에서의 '성별 차별'을 여성이 더욱 심하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을 의식한 질문을 받은 경험 역시 여성 응답자가 28.7%로, 남성 응답자(14.5%)보다 2배 가량 더 많았다.
하지만 실제 지원자들의 성별 스펙은 비슷한 편으로, 고득점 비율은 오히려 여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인 사이트에 최근 1년 간 등록된 이력서 데이터 108만 건을 분석한 결과, 여성과 남성의 평균 스펙은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고득점 비율은 여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평균 학점을 살펴보면 여성 평균은 3.7점(4.5만점 기준), 남성 평균은 3.6점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4.0이상 비율은 여성이 74.3%로 남성(62%)보다 12.3%p 높았다.
토익 점수도 여성이 818점으로 남성(796점)보다 다소 앞섰다. 800점 이상 고득점 비율 역시 여성(66.8%)이 남성(58.3%)보다 많았다.
이 외에 토익스피킹과 자격증도 남녀 평균은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고득점 비율은 여성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익스피킹 7레벨 이상 보유자는 여성이 26.1%로, 남성(16%)보다 10.1%p 높았다. 자격증 6개 이상 보유 비율도 여성이 37.4%로, 남성(31.2%)보다 많았다.
임민욱 사람인 팀장은 "채용에서 성 차별을 없애기 위해 이력서에 성별을 블라인드 처리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어져 왔으나, 채용 현장에서는 여전히 특정 성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개정된 남녀고용평등법 시행으로 고용상 성별에 따른 차별을 막는 실효성 있는 제도들이 도입되고, 성별이 아니라 능력에 따라 평가하고 채용하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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