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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윤석열 정부에 정호영은 '상식'인가?


鄭의 문제는 '관습법 위반'…尹, 소극적 태도로 회피 말아야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대한민국 형사소송법에는 법관(판사)의 제척·기피·회피에 대한 규정이 나온다. 형소법은 법관이 피고인이나 피해자의 친족이거나 특정한 이해관계로 얽혀있을 때 해당 법관을 재판에서 강제로 배제하거나(제척), 스스로 맡지 않거나(회피), 검사나 피고인의 신청으로 배제시키는 것(기피)이 가능하다.

우리 법률이 법관의 제척 등을 규정하는 것은 고려시대부터 이어져 온 상피제(相避制) 전통과 관련이 있다. 상피제란 공무(公務)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친족·이해관계인과 같은 장소에서 근무하거나 업무상 이해당사자로 엮이지 않도록 일종의 '거리두기'를 하는 제도다. 혈연·학연·지연이 강한 한국 사회에서 부정부패 가능성을 막기 위해 공직자나 사회 지도층에 권유하는 일종의 '관습법'이다.

상피제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복잡해지는 현대사회에서 공직자의 부정부패,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상피제 자체는 강화되고 있다. 2018년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시험지 유출사건이 터지면서 이제는 교사와 그의 자녀도 한 학교에 같이 있을 수 없게 됐으며, 2020년에는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검사에 대해서도 제척·기피·회피를 가능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해 사법 상피제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상피제는 하나의 '상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의 경북대 부원장·병원장 재직 시절, 아들과 딸의 경북대 의대 편입에 특혜를 줬는지를 놓고 '아빠 찬스'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딸의 경북대 구술면접 때 정 후보자와 관련된 교수진이 면접관으로 참여했으며, 아들은 17년도에 경북대 의대 편입에 탈락했음에도 이듬해 새로 생긴 특별전형을 통해 합격한 사실이 드러났다. 언론과 민주당의 연이은 의혹 제기에 국민은 정 후보자에 대한 의구심을 키워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서울국제포럼(SFIA) '복합위기 극복과 글로벌 중추국가 도약을 향한 경제안보 구상' 정책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서울국제포럼(SFIA) '복합위기 극복과 글로벌 중추국가 도약을 향한 경제안보 구상' 정책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정 후보자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특혜는 없었다"며 결백을 호소했다. 그의 해명은 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해명이 설사 참이라 하더라도 국민이 따지고 싶은 점은 '아빠 찬스'의 사실 여부만이 아니다. 정 후보자와 자녀들이 사회가 암묵적으로 권하는 상피제라는 관습법을 어겼다는 것이며, 관습법이라는 상식을 어긴 그가 복지부 장관이라는 공직자로 근무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정 후보자의 의혹과 관련해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나"(17일 배현진 대변인 브리핑)라는 입장을 내놓으며 정 후보자를 감싸는 태도를 보였다. 수사상으로 입증된 사실이 없으니 후보자의 거취를 운운하는 건 자신이 강조했던 '공정'에 어긋난다는 뜻이다.

당선인에게는 그것이 '공정'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공정'과 함께 당선인이 줄곧 내세우는 또하나의 원칙인 '상식'에도 부합하는 일일까?

당선인의 선거 캠프에서 전략비전실장을 맡았던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정 후보자의 논란을 "관습법 위반"이라 표현하며 새 정부의 성공적 출범을 위해 당선인이 결단해 줄 것을 촉구했다. 하태경 의원을 필두로 국민의힘 일각에서도 이날 정 후보자의 사퇴를 권유했지만, 정작 당선인은 정 후보자의 거취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식으로 취임하기도 전에 논란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국민과 5년을 함께할 통치자가 지닐 '상식'은 아니다. 당선인은 정 후보자의 의혹이 국민을 불편하게 하는 것을 인정하고 결단을 보여야 한다. 당선인에게 정호영은 '상식'이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 상식과 대통령의 상식이 같아야 '공정'도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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