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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몰아주기?…동원산업, 합병비율 왜곡 논란


동원산업 주가 합병 발표 후 15% 급락…"시장도 불합리한 합병 인지"

[아이뉴스24 고정삼 기자]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에 대한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합병비율이 최대주주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산정되면서 소액주주들의 지분가치 희석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동원산업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 시점에 합병을 결의한 이사회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합병 결정으로 동원산업 주가가 15% 가까이 급락한 만큼 시장에서는 동원산업 이사회가 최대주주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으로도 합병가액을 산정할 때 시가를 기준으로 하는 현행법이 개정되지 않고,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 등이 도입되지 않으면 이 같은 문제는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동원산업은 비상장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합병한다고 지난 7일 공시했다. 사진은 동원엔터프라이즈 CI. [사진=동원엔터프라이즈]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동원산업은 비상장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합병한다고 지난 7일 공시했다. 사진은 동원엔터프라이즈 CI. [사진=동원엔터프라이즈]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동원산업은 비상장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합병한다고 지난 7일 공시했다. 합병 후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소멸되고, 동원산업은 존속회사로 남게 된다.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비율은 1대 3.838553으로 산정됐다. 이 비율은 합병 전 5대 1의 액면분할 시행 이후를 전제로 한다. 이에 따라 동원산업은 합병 대가로 동원엔터프라이즈 주주에게 총 4천487만8천390주의 신주를 발행하게 된다.

동원그룹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동원산업·동원F&B·동원시스템즈·동원건설산업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동원산업은 동원로엑스와 스타키스트를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는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동원산업의 최대주주는 동원엔터프라이즈로 작년 말 기준 지분 62.72%를 보유하고 있다.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최대주주는 지분 68.27%를 보유하고 있는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이다. 이에 따라 합병이 완료되면 김 부회장은 동원산업의 지분 48.43%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될 예정이다.

문제는 동원산업의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고, 동원엔터프라이즈는 고평가된 상황에서 합병이 추진된다는 점이다.

최근 주가 흐름을 기반으로 산출한 동원산업의 합병가액(산술평균주가)은 24만8천961원이다. 이에 따른 기업가치는 약 9천156억원으로 평가된다. 동원산업은 작년 기준 자산총계가 3조519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천607억원, 1천692억원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 12일 기준 동원산업의 시가총액은 8천440억원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 0.67배로 청산가치(1배)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동원엔터프라이즈는 기준주가가 없는 비상장사로 본질가치법에 따라 합병가액이 19만1천130원으로 산정됐다. 본질가치법은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구한 후 수익가치에 조금 더 가중치를 두는 방식이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별도기준 순이익이 570억원에 불과한데도, 기업가치는 약 2조2천억원으로 평가된 셈이다.

상장사가 비상장사와 합병할 경우 일반적으로 기준주가를 근거로 합병비율을 산정한다. 다만 비상장사와의 합병을 감안해 상장사의 기준주가가 자산가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합병가액을 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은 동원산업 이사회가 동원산업의 기업가치를 더 낮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합병비율을 산정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이사회 의사록을 살펴보면 순자산가치를 포기하고, 왜 PBR 0.6배 밖에 안 되는 시가를 받아들였는지에 대한 아무런 검토가 없다"며 "의사록에는 '신중히 검토해 결정했다'고만 나와 있는데, 이는 명백한 이사회의 선관의무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동원산업 관계자는 "동원엔터프라이즈의 경우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평가해야 하는데, 동원엔터의 자산 대부분은 상장사 주식이기 때문에 이것을 평가할 때 시가를 기준으로 했다"며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 모두 시가를 기준으로 평가한 것이고,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없었다"고 말했다.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비율은 1대 3.838553으로 산정됐다. 이 비율은 합병 전 5대 1의 액면분할 시행 이후를 전제로 한다. 이에 따라 동원산업은 합병 대가로 동원엔터프라이즈 주주에게 총 4천487만8천390주를 신주 발행하게 된다. 사진은 동원산업 CI. [사진=동원산업]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비율은 1대 3.838553으로 산정됐다. 이 비율은 합병 전 5대 1의 액면분할 시행 이후를 전제로 한다. 이에 따라 동원산업은 합병 대가로 동원엔터프라이즈 주주에게 총 4천487만8천390주를 신주 발행하게 된다. 사진은 동원산업 CI. [사진=동원산업]

기업들이 합병을 추진할 때 합병비율이 오너 일가에 유리하게 산정되는 문제는 이전에도 지속적으로 발생해왔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OCI그룹 계열사인 삼광글라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같은 문제가 지속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자본시장법 시행령에서 합병비율 산정 기준을 시장가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은 대주주한테 유리한 합병 방식"이라며 "합병 발표 이후 15% 이상 주가가 폭락한 부분을 보면 시장에서도 동원산업의 불합리한 합병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원산업 이사회는 기본적으로 주주들을 위해 동원산업의 주가가 내재가치에 최대한 근접한 상태에서 합병을 결의했어야 한다"며 "지금처럼 합병을 추진해도 이사들이 처벌받지 않기 때문에 (이런 결정이) 가능한 것으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가 도입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현재 자본시장법에서는 원칙적으로는 합병가액을 산정할 때 시가를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경직적이라고 볼 수 있다"며 "공정가치로 합병비율을 산정하고, 그 안에서 시가나 순자산가치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할 수 있도록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정삼 기자(js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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