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전자가 여러 악재 속에서도 올해 1분기 매출 77조원으로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쓰면서 '반도체의 힘'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호실적의 1등 공신인 반도체가 끌고, 스마트폰과 생활 가전이 힘을 보태면서 기록을 경신한 가운데 업계에선 올해도 매출 300조원을 돌파하며 신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잠정 실적에 따르면 연결기준으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76% 늘어난 77조원, 영업이익은 50.32% 증가한 14조1천억원을 달성했다. 연결기준으로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7.76% 늘어난 77조원을 기록했다고 7일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50.32% 증가한 14조1천억원을 달성했다.
잠정 실적은 회계 결산이 끝나기 전 투자자들의 편의를 돕는 차원에서 제공하는 수치로, 사업 부문별 실적 등 구체적인 내용은 이달 말께 공개된다.
이번 1분기 실적은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매출 75조823억원, 영업이익 13조283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92%, 39.65% 증가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1분기 매출이 70조원을 넘어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역대 최고 매출인 지난해 4분기 76조5천700억원 기록도 이번에 갈아치웠다.
특히 1분기는 통상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통상적인 부품업계의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이번에는 역대급 성과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73조9천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후 3개 분기 연속 분기 매출 70조원을 돌파했다. 1분기 기준 실적이 가장 좋았던 때는 지난해 1분기로, 매출액은 65조3천885억원, 영업이익은 9조3천829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반도체 슈퍼 호황기였던 2018년 1분기(15조6천422억원)에 이은 1분기 기준 역대 두 번째 성적표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동안 여러 악재 속에서도 역대급 실적을 기록해 업계에선 더 유의미하게 평가했다. 1분기 동안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정보기술(IT) 기기 수요 감소, 파운드리 수율 및 엑시노스 논란, 스마트폰 'GOS(게임 최적화 서비스)' 문제 등의 여파 속에서도 역대급 실적을 기록해서다.
이 같은 실적 호조 배경으로는 스마트폰 신제품 판매 증가와 반도체 부문 선방이 꼽힌다. 올해 초 출시된 '갤럭시S22' 시리즈가 여러 논란 속에서도 흥행몰이에 성공한데다 반도체 D램의 가격 하락세도 예상보다 크지 않아 실적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선 2분기에도 삼성전자가 호실적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반도체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최근 키옥시아·웨스턴디지털 등 글로벌 주요 낸드 제조사들의 공장 가동중단 이슈로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또 부품 수급 이슈 장기화에 따라 반도체 가격 반등 시점이 더욱 앞당겨질 것이란 예상도 있다.
이에 하반기 역시 좋은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올해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매출액 300억원, 영업이익 60조원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최근 3개월 간 증권사들의 실적 추정치 평균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매출은 316조9천958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실적인 279조6천48억원보다 13.4% 늘어난 수치다. 다만 지난해 매출 성장률인 18.1%보다는 크지 않다.
영업이익도 올해 60조원을 돌파해 역대 최대 규모였던 2018년 58조8천867억원을 넘어 사상 최대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의 추정치 평균은 60조4천994억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1분기는 한 해를 시작하며 실적의 흐름을 전망해볼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며 "비수기로 꼽히지만 삼성전자가 이번에 1분기 매출을 갈아치운 만큼 올해 실적 전망은 향후 이보다 더 상향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분기 이후 전망도 낙관적이다. 2분기 매출은 1분기 수준인 74조5천694억원, 영업이익 역시 1분기와 유사한 13조8천725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제한적인 공급 증가 속에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수요가 회복돼 2분기 낸드를 시작으로 3분기 D램까지 가격이 상승 반전하며 분기 실적은 3분기부터 급격히 개선될 것"이라며 "향후 몇 년간은 과거와 같은 급격한 실적 급등락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매년 60조원대의 안정적인 실적 달성이 무난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는 D램 신제품 'DDR5' 공급 본격화와 'DDR3' 등 기존 제품의 생산량 조절 등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상승세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며 "서버용 D램의 견조한 수요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서비스 가격 인상 흐름 등도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삼성전자가 실적 경신을 하기 위해선 파운드리(칩 위탁 생산) 수율 문제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메모리 반도체는 데이터센터 중심으로 양호한 수요를 보이고 있고 제품 가격도 방어하고 있는 반면, 파운드리는 4나노미터(㎚) 등 최신 공정 수율이 기대에 다소 못 미쳐 실적 부진의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공급망 불안 등의 이슈도 고민거리다. 최근 미국 장단기 채권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는 등 경기 침체의 시그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데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러시아향 물류 중단, 네온·제논 등 반도체 필수 원자재 가격 급등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산 네온가스의 경우 가격이 17배 이상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갤럭시S22' 시리즈에서 촉발된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논란으로 떨어진 고객들의 신뢰 회복도 과제다.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선택권을 제공함으로써 이를 해결했다고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경영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연매출 300조원을 기록할 경우 처음으로 '글로벌 톱10'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며 "산업 특성상 매출 규모가 큰 에너지·유통·금융업체를 제외하면 글로벌 제조업체 가운데 연매출 300조원을 넘긴 곳은 폭스바겐, 토요타, 애플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 악재가 있지만 삼성전자가 올해 연간 300조 매출을 달성할 가능성은 높다"며 "사업구조 재편이나 M&A 등을 통해 변화를 줌으로써 기업 가치가 올라갈 수 있는 노력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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