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전자가 코로나19 확산과 글로벌 공급망 위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여러 악재 속에서도 올해 1분기에 실적 신기록을 달성했다. 반도체 업황 개선과 프리미엄 생활가전·TV 판매 호조, 스마트폰 신제품 판매 증가, 거래처 다변화를 통한 안정적인 부품 공급 효과 등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연결기준으로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7.76% 늘어난 77조원을 기록했다고 7일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50.32% 증가한 14조1천억원을 달성했다. 전기 대비로는 매출이 0.56%, 영업이익이 1.66% 상승한 수치다.
잠정 실적은 회계 결산이 끝나기 전 투자자들의 편의를 돕는 차원에서 제공하는 수치로, 사업 부문별 실적 등 구체적인 내용은 이달 말께 공개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투자자들과의 소통 강화 및 이해 제고 차원에서 경영 현황 등에 대한 문의사항을 사전에 접수해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주주들의 관심도가 높은 사안에 대해 답변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7일부터 문의사항 접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번 1분기 실적은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매출 75조823억원, 영업이익 13조283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92%, 39.65% 증가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1분기 매출이 70조원을 넘어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역대 최고 매출인 지난해 4분기 76조5천700억원 기록도 이번에 갈아치웠다.
특히 1분기는 통상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통상적인 부품업계의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이번에는 역대급 성과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73조9천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후 3개 분기 연속 분기 매출 70조원을 돌파했다. 1분기 기준 실적이 가장 좋았던 때는 지난해 1분기로, 매출액은 65조3천885억원, 영업이익은 9조3천829억원이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동안 여러 악재 속에서도 역대급 실적을 기록해 업계에선 더 유의미하게 평가했다. 1분기 동안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정보기술(IT) 기기 수요 감소, 파운드리 수율 및 엑시노스 논란, 스마트폰 'GOS(게임 최적화 서비스)' 문제 등의 여파 속에서도 역대급 실적을 기록해서다.
이 같은 실적 호조 배경으로는 스마트폰 신제품 판매 증가와 반도체 부문 선방이 꼽힌다. 올해 초 출시된 '갤럭시S22' 시리즈가 여러 논란 속에서도 흥행몰이에 성공한데다 반도체 D램의 가격 하락세도 예상보다 크지 않아 실적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GOS 논란'으로 스마트폰 신뢰도가 하락했다는 평가 속에서도 '갤럭시S22' 시리즈가 전작보다 2주나 빠른 속도로 국내서 출시 43일만에 판매량 100만 대를 넘어선 것은 고무적이란 평가다. 지난 2019년 출시돼 역대급 흥행 기록을 세운 '갤럭시S10(47일)'보다도 나흘 앞선 결과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1분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수요는 약 350만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400만 대)에 비해 10% 이상 역성장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갤럭시S22' 시리즈는 초기 흥행이 이어지며 '순항'하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모바일 사업 부문에서 1분기 동안 매출은 33조3천800억원, 영업이익은 4조1천500억원가량 올렸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전분기보다 매출은 15.3%, 영업이익은 55.8% 증가한 수치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출하량이 17% 증가하고, 고가폰 비중이 확대됨에 따라 이익률 개선이 기대된다"며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 부문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49% 증가한 4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반도체 역시 파운드리 수율 문제, 엑시노스 논란 속에서도 1분기 동안 호실적을 이끈 것으로 평가된다. 우려했던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폭이 데이터센터 등의 수요가 받쳐주면서 예상보다 적었던 덕분이다. 1분기 반도체 부문 매출액은 25조원, 영업이익은 8조원 가량으로 각각 추정됐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1분기 D램과 낸드의 출하량 증가율(bit growth)은 모두 한 자릿수 초반의 감소세를 기록할 것이란 기존 예상과 달리 각각 보합, 3% 증가했다"며 "기존 예상보다 양호했다"고 말했다.
TV 등 가전 부분 실적은 전분기보다는 감소했을 것으로 보이나,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시장을 공략하면서 선방한 것으로 관측된다. 또 연말에 가전업체들이 각종 할인 행사나 이벤트를 집중시키며 치열하게 경쟁을 벌인 후 연초 생산량을 줄이는 탓에 1분기는 '비수기'로 꼽혔으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계절적 요인이 예전만큼 뚜렷하게 작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주효했다.
시장에선 2분기에도 삼성전자가 호실적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반도체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최근 키옥시아·웨스턴디지털 등 글로벌 주요 낸드 제조사들의 공장 가동중단 이슈로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또 부품 수급 이슈 장기화에 따라 반도체 가격 반등 시점이 더욱 앞당겨질 것이란 예상도 있다. 이에 하반기 역시 좋은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올해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매출액 300억원, 영업이익 60조원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제한적인 공급 증가 속에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수요가 회복돼 2분기 낸드를 시작으로 3분기 D램까지 가격이 상승 반전하며 분기 실적은 3분기부터 급격히 개선될 전망"이라며 "올해 연간 매출액 318조7천억원, 영업이익 63조9천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는 D램 신제품 'DDR5' 공급 본격화와 'DDR3' 등 기존 제품의 생산량 조절 등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상승세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며 "서버용 D램의 견조한 수요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서비스 가격 인상 흐름 등도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1분기 반도체 가격의 하락폭이 우려했던 것보다 적었던 데다 스마트폰·가전 수요가 지속되면서 사업 부문 전반이 고르게 성장했다"며 "스마트폰 실적 호조가 모바일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디스플레이 사업의 실적 증가로도 이어진 것이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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