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곳간을 채우고 있다. 이익잉여금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무려 5조원 넘게 증가했으며 10대 건설사들이 보유한 현금만 14조원에 이른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0대 건설사의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27조4천68억원에 이른다. 지주사 전환에 따라 이전년도를 공시하지 않은 DL이앤씨를 제외하면 총 26조8천265억원으로 2019년(21조7천420억원) 대비 5조원(23.4%) 넘게 증가했다.
가장 많은 잉여금을 보유한 기업은 삼성물산이다. 총 9조5천480억원으로 2019년 대비 25.6% 증가했다. 대우건설은 1천885억원에서 9천747억원으로 무려 416.8% 증가했다. 지난 2020년부터 어닝서프라이즈 행진을 이어가면서 경영정상화에 성공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익잉여금은 영업활동에서 획득한 이익을 사외로 유출하지 않고 내부에 유보하는 자본으로 잉여금이 클수록 부채비율은 낮아진다.
건설사들의 보유 현금도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10대 건설사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4조2천560억원에 이른다. DL이앤씨를 제외하면 12조2천112억원으로 2019년(11조8천193억원) 대비 3.3% 증가했다.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한 기업은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2조9천268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어 ▲GS건설은 2조7천180억원 ▲삼성물산 2조2천545억원 ▲DL이앤씨 2조447억원 ▲SK에코플랜트 1조1천597억원 ▲대우건설 1조610억원 ▲현대엔지니어링 8천90억원 ▲롯데건설 4천305억원 ▲HDC현대산업개발 3천568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건설사들의 유보금과 현금이 늘어난 배경에는 국내 건설경기 호황에 따른 분양수익 확대로 실적개선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특히 건설사들은 코로나19 불확실성에 대비한 보수적인 경영기조도 한몫했다.
현재 건설업계는 국내외 경영 불확실성에 놓여있는 상태다. 국내 건설경기는 정부의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등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은 사실상 침체기에 접어든 상태다. 대구를 비롯한 지방은 물론 인천 송도와 최근에는 서울까지 대규모 미계약 사태까지 번지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해외 신규사업 발주 지연과 공기지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원자재 수급 불안정 등의 위협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는 공사가 본격화하는 봄철 성수기임에도 체감경기는 악화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3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를 조사한 결과 전월 대비 1.3포인트(p) 하락한 85.6을 기록했다. CBSI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의 건설 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뜻하고, 100을 넘으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업계가 상대적으로 수주에서 선방하고 있지만, 수주산업 특성상 수주는 2년 뒤에 실적에 반영되는 만큼 보릿고개가 언제 닥칠지 모른다"며 "기업이 경기불황이 예상될 경우 유보율을 늘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영웅 기자(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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