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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과학] RNA 합성의 ‘세 갈래 끝내기’…여러 학설 논쟁 끝낼까


카이스트-서울대 연구팀, 가능한 작동 조합 8가지 중에서 3가지만 실행되는 것 확인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국내 연구팀이 전사종결인자 단백질 작동원리에 관한 여러 학설의 논쟁을 끝낼 수 있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가능한 작동 조합 8가지 중에서 3가지만 실행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연구팀은 ‘세 갈래 끝내기’로 이름 붙였다. ‘세 갈래 끝내기’는 전사 종결 관련 질병의 원인 규명은 물론 치료제와 항생제 개발에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카이스트(KAIST, 총장 이광형)는 30일 생명과학과 강창원 명예교수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홍성철 교수 공동 연구팀이 KAIST 생명과학과 서연수 교수, KAIST 화학과 강진영 교수 연구팀과 협업 연구를 통해 RNA 합성 종결인자의 작동원리에 관한 여러 오래된 논쟁을 한꺼번에 잠재울 수 있는 ‘세 갈래 끝내기’를 제시했다고 발표했다.

유전자가 발현되는 첫 단계는 유전자 DNA에 맞춰 RNA 중합효소가 RNA를 합성함으로써 유전정보가 DNA 거푸집에서 RNA 생산물로 복사되는 이른바 전사 과정이다. 이 전사가 어떻게 마무리되는지를 연구하면서 RNA 합성을 끝내게 하는 대장균 전사종결인자 단백질의 작동원리를 규명했다. 지난 30년 가까이 여러 학설이 대립해 온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전망이다.

대장균 전사종결인자의 세 갈래 끝내기. [사진=카이스트-서울대]
대장균 전사종결인자의 세 갈래 끝내기. [사진=카이스트-서울대]

전사 과정에서 중합효소에 거푸집 DNA와 생산물 RNA가 함께 붙어있는 전사 복합체로부터 RNA가 분리되는 종결 단계에 이르기 전에 종결인자가 RNA의 특정 위치에 있는 종결 신호에 먼저 붙은 후 앞서 있는 중합효소를 ‘쫓아가서’ 전사를 종결한다는 작동원리가 1977년 처음으로 제시됐다.

이어 종결인자가 중합효소에 미리 붙어 있다가 RNA 종결 신호를 ‘기다려서’ 전사를 끝낸다는 원리가 1994년에 제안돼 그 후 지금까지 28년 동안 종결 준비 단계에 관해 두 학설이 맞서 왔다. 이번 연구에서 둘 다 실제 일어난다는 것이 확증됐다. 종결인자가 쫓아가기도 하고 기다리기도 하는데 서로 배타적이지 않고 함께 공존한다는 점이 새롭다.

그 외에 생산물 RNA가 분리되는 종결 방식에 관해서도 학설이 분분했다. 종결인자가 전사 복합체에 있는 RNA를 잡아당겨 벗겨내는 방식으로 분리한다는 주장이 2002년에 나왔다. 반면 종결인자가 중합효소를 밀어냄으로써 RNA가 분리된다는 설이 2006년에 제안돼 대립했다.

전사 종결로 RNA가 분리된 후 결과적으로, DNA는 중합효소에 남아서 곧장 재사용돼 쉽게 전사를 다시 시작할 수 있기도 하고, 그렇지 않으면 RNA와 동시에 DNA마저 중합효소에서 떨어져서 전사 복합체가 일시에 무너져 재사용이 지체되기도 한다는 것이 강창원‧홍성철 공동 연구팀에 의해 2020년에 밝혀지기도 했다.

이번 연구에서 준비에 관한 2가지, 방식 2가지, 결과 2가지 학설이 모두 실제 확증됐다. 준비-방식-결과의 조합으로 총 2×2×2, 즉 8가지가 가능한 셈이다. 실제로는 일부가 밀접하게 연계돼서 3가지 조합만이 실행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세 갈래 끝내기’라고 이름붙인 이유이다. 각 갈래의 진행 속도가 서로 달라 세 차례의 기회가 있는 셈이다.

첫 기회의 갈래에서, 쫓아가는 종결인자가 전사 복합체에서 RNA를 잡아당겨 떼어내고 DNA는 중합효소에 남겨두는 방식의 종결을 수행한다. 이것에 실패하면 두 번째 갈래로 쫓아가는 종결인자가 중합효소를 밀어내서 DNA와 RNA 둘 다 떨어뜨리는 종결을 진행한다. 이 경우가 가장 흔하다. 마지막 세 번째 갈래는 기다리는 종결인자가 중합효소를 밀쳐내서 모두 갈라놓는 종결을 단행한다.

기다리는 종결인자가 쫓아가는 종결인자보다 중합효소와 먼저 만나기 때문에 더 빠르게 더 일찍 작동하리라고 전문가들이 추정해왔다. 실제로는 놀랍게도 기다리는 종결인자가 더 느려서 맨 마지막 기회를 얻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세 갈래의 진행 순서는 서로 다른 염기서열의 여러 종결자 DNA에서 바뀌지 않는다는 것도 확인했다.

공동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거푸집 DNA와 생산물 RNA에 각기 다른 형광물질을 붙인 후 중합효소, DNA, RNA 셋이 결합한 전사 복합체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낱개로 실시간 관찰하는 생물리학적 연구기법을 창안했다. 기존에 제안됐던 여러 작동원리를 검증하는 실험을 여러 가지 수행했다.

종결인자가 어떻게 전사 종결을 유도하는지 보기 위해, 종결인자가 RNA 종결 신호에 먼저 붙은 후 중합효소를 쫓아가서 끝내는 것을 측정하거나, 종결인자가 중합효소에 미리 붙어 있다가 종결 신호를 기다려서 끝내는 것을 측정하는 분별 계측법을 독창적으로 개발했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송은호 박사과정 학생이 제1 저자로 참여한 연구 결과(논문명: Rho-dependent transcription termination proceeds via three routes)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3월 29일자에 실렸다.

서울대 엄희수 박사, KAIST 팔린다 무나싱하 박사, KAIST 황승하 대학원생도 참여해 저자가 총 8명이다.

송은호 제1 저자는 "어느 학설이 맞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DNA의 한 곳에서 종결하는 종결자의 경우 작동이 단순명료하리라 짐작하고 첫 실험 대상으로 삼았는데 뜻밖에 여러 작동원리가 모두 관찰됐고 세 갈래로 복잡했다”라며 “여러 곳에서 종결하는 다른 종결자 DNA의 경우 오히려 세 갈래가 다 보이지 않기도 해 첫 선택에 운이 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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