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일가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서 받은 유산 상속세 납부를 위해 또 다시 삼성 계열사 지분 매각에 나섰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전날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1천994만1천860주를 기관투자자 대상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을 통해 처분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삼성전자 지분 0.33% 처분을 위해 신탁 계약을 맺은 물량이다. 홍 전 관장은 삼성전자의 개인 최대주주로 2.3%의 지분을 보유한 상태다. 주당 매각가는 전날 종가(7만500원)에서 2.4% 할인된 6만8천800원으로 결정됐다. 처분 물량은 삼성전자 지분 0.33% 수준으로 1조3천720억원에 이른다.
지난 21일에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도 삼성SDS 지분 301만8천860주의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작업에 착수했다. 매각 가격은 주당 12만7천400원에서 12만9천500원이며, 전날 종가(14만원) 대비 할인율은 7.5~9%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블록딜 주식 소유자를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SDS 주요 주주 중에서 지분율이 3.90%인 인물이 두 사람뿐이기 때문이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총수 일가는 지난 2020년 10월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타계 이후 이 회장이 보유했던 삼성그룹 지분을 상속받았다.
이 회장이 남긴 주식은 삼성전자 4.18%,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9%, 삼성SDS 0.01% 등이다. 유족들이 내야 할 상속세는 약 12조원이다. 이 중 주식에 대한 상속세만 11조원에 달한다.
이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자녀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은 이 회장이 보유했던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SDS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법정비율 등을 반영해 고루 상속받았다.
주식 지분에 대한 상속세만 홍 전 관장 3조1천억원, 이재용 부회장 2조9천억원, 이부진 사장 2조6천억원, 이서현 이사장 2조4천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6차례에 걸쳐 나눠 상속세를 납부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 이어 같은 해 10월에 두 번째 분납금을 납부했다.
삼성그룹 총수 일가는 상속세 납부를 위해 지분 매각과 대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관장은 이번 일 외에도 삼성전자 주식 2천243만4천 주를 담보로 우리은행, 하나은행, 한국증권금융, 메리츠증권에서 1조원을 대출받았다.
이부진 사장도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주식을 담보로 1천억원대를 대출 받았다. 삼성전자 전체 주식의 0.04%로 대출 당일 종가 7만100원 기준 1천774억9천320만원 규모다. 이자율은 4.00%다.
이재용 부회장은 주식 매각을 위한 신탁 계약은 맺지 않은 대신 지난해 9월 30일자로 삼성전자 주식 583만5천463주(0.10%)를 추가로 법원에 공탁했다. 이부진 사장도 같은 달 자신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1천550만주(0.26%)에 대해 서울서부지방법원과 공탁 계약을 체결했다. 전일 종가 7만2천200원 기준 1조1천191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삼성전자 지분 외에는 이부진 사장이 지난해 10월 상속세 마련을 위해 삼성SDS 주식 150만9천430주(당시 종가 기준 2천362억원)를, 이서현 이사장이 삼성SDS 주식 150만9천430주(2천362억원)와 삼성생명 주식 345만9천940주(2천470억원)에 대해 KB국민은행과 매각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이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삼성생명 주식 345만9천940주를 처분했다.
이번에 나온 삼성SDS 블록딜 물량은 301만8천860주로, 이부진 사장(150만9천430주)과 이서현 이사장(150만9천430주)의 물량을 합친 것과 일치한다. 신탁 계약 기한이 오는 4월 25일까지였기 때문에 시장에선 두 사람이 보유한 삼성SDS 지분이 시장에 나오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라고 분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최고 재벌인 삼성일가도 높은 상속세 부담에 경영권 약화를 감수하고 주식매각에 나서는 것 같다"며 "배당금만으로는 상속세를 충당할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주식이나 부동산 매각에 추가로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오너 일가의 지분 매각은 기초여건(펀더멘탈)과 무관하다"며 "삼성 계열사와 오너 일가의 지분합계가 50%를 넘어 지배구조상 이슈는 없다"고 설명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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