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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향한 한성숙·의장 던진 김범수…네이버·카카오, 글로벌 '올인' [IT돋보기]


네이버, 한성숙 전 대표 유럽 공략 전면에…카카오는 김범수 의장 직접 나서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가 나란히 글로벌 시장 공략에 메머드급 인사를 내세웠다.

네이버는 한성숙 전 대표가 대표에서 물러나자마자 유럽 시장을 총괄하도록 했고, 카카오는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직접 글로벌 사업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그만큼 내수를 넘어 전세계 시장에 나아가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순간이라는 것.

네이버와 카카오가 그간 해외 시장에 문을 두드려왔기에 방향성에 대해서는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올해는 중량만큼은 이례적일 정도의 행보다. 국내 시장에서는 이미 자리를 잡은 만큼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이해진 네이버 GIO(왼쪽)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오른쪽)의 모습. [사진=뉴시스, 카카오]
이해진 네이버 GIO(왼쪽)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오른쪽)의 모습. [사진=뉴시스, 카카오]

◆대표도 이사회 의장도…퇴임 후 "해외 시장 살펴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성숙 네이버 전 대표가 지난 14일 네이버 유럽사업개발대표로 정식 발령됐다. 대표 퇴임 당일 바로 유럽 시장 전체를 총괄하는 직을 맡게 된 것이다. 앞으로 한 전 대표는 한국과 프랑스·스페인 등을 오가며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은 네이버에게 중요한 시장이다. 프랑스·독일 등 유럽 곳곳에 네이버웹툰이 진출해 현지 웹툰 앱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네이버의 미래 기술을 연구하는 네이버랩스도 지난 2017년 유럽 법인을 설립했다. 지난해에는 스페인 최대 리셀(중고거래) 플랫폼 '왈라팝'과 프랑스의 명품 리셀 플랫폼 '베스티에르'에 투자하며 현지 이커머스 업체 투자에 집중했다. 업계에서는 한 전 대표가 대표 재임 기간 동안 '스마트스토어'를 축으로 커머스 사업을 키운 전례에 비춰 유럽에서 네이버의 커머스 사업을 지휘할 수 있다고 본다.

한 전 대표의 행보는 지난 2017년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난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유사한 점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GIO는 2017년 당시 총수(동일인) 지정 논란을 겪는 과정에서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났고 이듬해 등기이사직도 내려놨다. 이후 이 GIO는 글로벌 투자·사업에 전념하며 네이버의 글로벌 시장 공략에 힘을 쏟았다.

Z홀딩스 공동대표인 가와베 켄타로 대표와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 대표가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Z홀딩스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합작법인인 A홀딩스의 자회사다. [사진=Z홀딩스 기자간담회 갈무리]
Z홀딩스 공동대표인 가와베 켄타로 대표와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 대표가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Z홀딩스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합작법인인 A홀딩스의 자회사다. [사진=Z홀딩스 기자간담회 갈무리]

이 GIO가 글로벌 사업에 몰두하면서 네이버는 빠르게 해외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지난 2020년 일본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자회사인 라인과 소프트뱅크 자회사인 야후재팬 간 합작법인을 세우며 경영통합을 이뤄낸 것이 대표적이다. 이전에도 일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라인은 소프트뱅크와 함께 커머스·대체불가능한토큰(NFT)·핀테크 등 일본 시장을 전방위적으로 공략할 발판을 마련했다. 이외에도 네이버웹툰의 진출 국가와 해외 거래액 등이 꾸준히 늘어 왔고, 해외 유망 기업에 대한 투자가 여럿 단행되는 등의 성과도 있었다.

카카오 역시 '글로벌'을 강조하며 유사한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김범수 의장이 글로벌 시장 공략에 전념하기 위해 의장직에서 물러나면서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창업자가 직접 해외 사업을 총괄하는 체제를 갖추게 됐다. 김범수 의장은 지난 14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서 내려와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를 위한 카카오 공동체의 글로벌 확장으로 업무의 중심을 이동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글로벌, 특히 일본 사업 경험이 풍부하다. NHN(옛 네이버) 재직 시절이던 지난 2000년 한게임 재팬을 설립해 성공적으로 일본 시장을 개척했다. 한게임은 한때 일본 내 최대 게임 포털로 등극하기도 했다. 카카오 설립한 이후인 2010년에도 '카카오톡'을 들고 일본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에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2017년부터 카카오픽코마(당시 카카오재팬) 사내이사를 맡아 일본에 재도전했다. 이후 2020년을 기점으로 웹툰 플랫폼 '픽코마'가 큰 인기를 끌며 일본 웹툰 시장을 장악했다. 현재는 카카오 전체 글로벌 사업 중에서도 손꼽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카카오픽코마는 지난해 앱애니(현 data.ai)가 조사한 글로벌 모바일 앱 소비자 지출 부문에서 전세계 비게임 앱 중 10위 안에 올랐다. [사진= 앱애니]
카카오픽코마는 지난해 앱애니(현 data.ai)가 조사한 글로벌 모바일 앱 소비자 지출 부문에서 전세계 비게임 앱 중 10위 안에 올랐다. [사진= 앱애니]

'픽코마'의 성공 속 지난해 카카오는 사상 처음으로 해외 매출이 연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했다. 일본 외 태국, 대만 등에서도 웹툰 플랫폼 '카카오웹툰'이 성과를 거두면서 콘텐츠 사업이 카카오 해외 사업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카카오는 또 싱가포르에 세운 블록체인 자회사 '크러스트'를 축으로 한 블록체인 사업, 그라운드X가 주도하고 있는 NFT 사업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또 한국에서 흥행에 성공한 카카오게임즈의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오딘: 발할라 라이징'도 올해 대만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을 본격화한다.

앞으로 카카오의 글로벌 사업에 김 의장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그가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카카오픽코마를 필두로 카카오의 글로벌 사업 전반을 살펴볼 전망이다. 그러면서 카카오의 각 글로벌 사업을 아우르는 시너지 효과를 모색한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사내 메시지에서 "픽코마가 콘텐츠를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카카오공동체 글로벌 성장의 핵심 교두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려 한다"며 "카카오에서 시도한 실험과 성공의 결과가 곧 글로벌 서비스로 이식되고 글로벌에서 거둔 성공의 결과도 카카오에 연결되는 날들을 상상한다"라고 언급했다.

◆같은 날 '글로벌' 외쳐…심해진 플랫폼 규제 속 성장 동력 지속 확보 '절실'

네이버와 카카오의 '글로벌' 비전 제시는 공교롭게도 같은 날 이뤄졌다. 지난 14일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취임하면서 "앞으로의 네이버는 라인, 웹툰, 제페토를 능가하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새로운 사업의 인큐베이터가 될 것"이라며 해외 사업 확대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마침 김범수 카카오 의장도 이날 전사 메시지를 통해 직원들에게 자신의 의장 사임 소식을 전하며 글로벌 시장을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입을 모아 해외로 나가겠다고 선언한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양사는 국내에서 대표적인 IT플랫폼으로 자리를 굳혔지만 해외의 경우 일부 사업을 제외하면 아직 입지를 더욱 다져야 하는 분야가 많다. 웹툰 등 콘텐츠 산업을 중심으로 두각을 나타내고는 있지만 양사가 국내에서 벌이는 다양한 사업을 감안하면 뻗어나갈 곳이 무궁무진하다는 분석이다. 최근 성장 동력 부재에 대한 시장의 실망감 속 양사의 주가가 고점 대비 두자릿수 비율 이상 하락하면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향후 성장 가능성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었다.

최근 대형 IT플랫폼 기업을 염두에 둔 각종 규제 움직임과 '골목상권 침해'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이들의 해외 진출을 더욱 촉발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일상을 보다 편리하게 한다는 명목으로 실생활과 직결된 여러 사업에 뛰어들어 성과를 거뒀지만, 동시에 소상공인 사업영역 침범, 무분별한 수수료 인상을 통한 과도한 이익 추구 등의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기도 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 양사 고위 임원들이 수차례 소환돼 '골목상권 침해'에 대한 추궁을 받은 것도 이와 관련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국내는 IT플랫폼 기업들에 대해 강력한 규제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해졌기 때문에 과감하게 새로운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난해 일련의 상황들이 양사가 해외 시장에 더욱 집중하도록 하는 한 요인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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