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국내 연구진이 표면 거칠기가 원자 한 개 수준에 불과한 초평탄 구리 단결정 박막을 제작해 산소가 침투할 수 없는 표면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1년 동안 상온에 두어도 산화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구리 산화의 원리를 원자 수준에서 규명했다고 밝혔다.
정세영(부산대)·김영민(성균관대)·김성곤(미시시피주립대) 교수 연구팀은 단원자층 수준의 표면 거칠기를 가진 구리 단결정 박막을 제작하고 이를 이용해 구리의 산화 원리를 규명한 연구결과를 1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紙에 발표했다.
정세영 교수는 15일 과기정통부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연구성과는 구리 산화의 기원을 원자수준에서 규명한 세계 최초 사례”라며 “변하지 않는 구리의 제조 가능성을 열었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 교수는 "구리의 산화는 일반적으로 많은 낟알(결정립)들로 이루어진 다결정 물질에서 낟알간 경계 결함이나 거친 표면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으나 그 원인은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산화가 무작위로 발생하기 때문에 제어할 수도 없다. 우리 연구팀은 결정립 경계가 없는 단결정이면서 완벽하게 평평한 표면을 가진 구리 박막을 만들어 산화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그 원리를 규명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거의 완벽하게 평평한 표면을 만들기 위한 장치를 직접 만들었다. 연구진이 ASE(atomic sputtering epitaxy)라고 이름붙인 이 장치는 기존의 박막 성장장치를 자체 기술로 개조한 것이다. 이 장치로 0.21나노미터(nm) 수준의 표면거칠기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구리 표면의 높낮이가 최대 원자 한 층 차이 밖에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기존의 표면 거칠기 세계 최고 수준은 1.5 nm정도였다.
연구진에 따르면 '나노결정체 구리 박막은 결코 평탄면이 될 수 없다'는 제목의 논문이 2017년 사이언스紙에 발표될 정도로 박막에서 구리의 초평탄면 실현은 어려운 주제였다. 1 nm 의 표면 거칠기도 세계적으로 한번도 구현된 바가 없는 매우 평평한 면이지만 이것도 원자 4층의 거칠기를 가지며 이는 원자 입장에서는 매우 거친 면이 된다. 그래서 원자 1층의 거칠기에 도전했고 마침내 0.2nm라는 초평탄 표면의 대면적 구리박막을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정 교수는 "국내의 기술로 자체 장비를 개발해서 이 정도의 평평한 면을 개발했다는 것은 재료공학에 있어서는 상당히 State of the art, 예술과 같은 그런 일이라고 사람들이 평가를 하고 있다. 거의 완벽에 가깝다가 아니라 그냥 완벽하다"고 자랑했다.
이렇게 제작한 초평탄 구리박막은 1년간 공기 중에 노출했어도 산화되지 않았다. 고분해능 투과전자현미경 등을 사용해 관측한 결과, 일반적으로 구리표면에서 관찰되는 산화구리, 이산화구리 등 산화물들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같은 현상을 이론으로 규명했다. 제1원리 계산을 통해 산소가 구리 내부로 들어가기 위한 에너지 변화를 계산한 결과, 표면 거칠기가 두 원자 층 이상일 경우 구리 내부로의 산소 침투가 발열반응으로 쉽게 진행되는 반면, 완벽하게 평평한 면이거나 단원자층 일 때는 산소가 구리 내부로 침투하기 위해서는 매우 큰 에너지가 필요해 상온에서는 산화가 일어나지 않음을 밝혔다.
연구진은 또한 초평탄 박막 표면에 존재하는 산소이온들은 표면의 산소이온 점유도를 스스로 조절해 산소가 존재할 수 있는 자리의 50%가 차면 더 이상 다른 산소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밀어내어 산화를 억제하는 자기조절 기능이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이같은 두 가지 원리로 단결정 초평탄 박막에서는 산소가 구리 입자 내부로 침투하지 못해 산화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리는 전기가 잘 통하는 소재로 산업 전반에 사용된다. 하지만 산화로 인한 약점 때문에 초정밀 소재나 높은 신뢰성이 담보돼야 하는 회로에는 금과 같은 비싼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녹슬지 않는 구리를 만들어낸다면 비싼 귀금속 전극을 싸고 전도성이 뛰어난 구리로 대체할 수 있다. 구리의 전기전도도는 금보다 약 40% 우수하고 추가적으로 초평탄면을 갖는 단결정 구리 박막이 되면 일반 구리의 전도도보다 15 % 이상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소비전력 감소, 사용시간 연장, 장비의 소형화 등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연구진은 또한 자체 개발한 박막성장장치도 수 억원 대의 고가수입장비를 5천만원대로 낮춰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진은 이 장치가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RF 스퍼터링 장치를 기본으로 쉽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으며 현재 4인치 이상의 대면적 성장이 가능하고 장비를 개조하면 연속 성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논문명 : Flat-surface-assisted and self-regulated oxidation resistance of Cu(111) / Nature
◇저자 : 정세영 교수 (교신저자/ 부산대), 김영민 교수 (공동교신저자/ 성균관대), 김성곤 교수 (공동교신저자/ 미시시피주립대), 김수재 박사 (제1저자/ 부산대), 김용인 (공동제1저자/ 성균관대), Bipin Lamichhane (공동제1저자/ 미시시피주립대), 김영훈, 하태우 박사, 이영희 교수(성균관대), 이유실, 조채용 교수, 천미연 박사(부산대), 김종찬 교수, 정후영 교수(울산과학기술원), 김정대(울산대)
/최상국 기자(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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