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이른바 '구글 갑질 금지법(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이 지난 15일부터 본격 시행됐지만 앱 개발사들은 여전히 막대한 수수료에 대한 부담을 떨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앱 마켓의 금지행위를 어디까지 설정하느냐를 두고 앱 개발사와 구글 간 견해차가 있다는 것. 상당수 디지털 콘텐츠 앱 개발사들의 시름이 깊어진 이유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31일부로 전 세계 디지털 콘텐츠 앱 개발사들을 대상으로 한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 유예 기간이 만료된다.
이에 따라 4월 이후로는 이들 앱은 의무적으로 인앱결제를 적용해야 한다. 인앱결제 수수료 10~30%가 강제되는 셈이다. 다만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이 시행된 한국에서는 인앱결제와 제3자결제 방식을 결제 단계에서 함께 노출하는 식으로 조치해야 한다. 제3자결제를 이용할 경우 인앱결제를 할 때보다 수수료가 4%p 감면된다.
법으로 인해 국내에서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는 불가능해졌지만 대다수 앱 개발사들은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우선 인앱결제와 제3자결제 링크가 결제 단계에서 동등하게 노출되도록 UI(사용자 인터페이스) 등을 개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현재 웹툰·웹소설 등 디지털 콘텐츠 앱 중 상당수가 결제 단계에서 '인앱결제'를 별도로 표시하지 않고 있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도 마찬가지다. 즉 구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이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구글과 앱 개발사들의 이해관계가 갈린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앱 개발사들은 구글이 앱 내부뿐만 아니라 앱 외부, 즉 웹페이지에서도 결제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상당수 디지털 콘텐츠 앱들이 결제를 할 때 별도로 웹페이지가 열리며 제3자결제 수단을 통한 결제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유예 기간 이후에도 허용해야 하며 나아가 외부 링크를 결제 페이지에서 함께 표기해야 한다는 것.
웹 결제를 시행할 경우 인앱결제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앱 개발사들에게 유리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구글이 웹 결제를 허용해 주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법에 따라 자신들의 결제 시스템 하에서 인앱결제 이외의 결제를 허용했지만, 이 경우에도 결제수수료를 최대 26%까지 부과한다. 이에 인터넷 업계에서는 구글의 '꼼수'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업계에서는 웹페이지 결제 링크를 인앱결제·제3자결제와 함께 표시하거나, 최소한 웹페이지 결제를 유도하는 문구를 앱 내에 잘 보이도록 표기하는 것을 구글이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야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본다.
반면 구글은 웹페이지 결제 허용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웹에서 결제가 이뤄진다면 별도로 수수료를 부과할 수 없기 때문에, 수수료 매출이 필요한 구글 입장에서는 최대한 앱 개발사들을 자신들의 결제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이는 편이 이득이다. 이에 구글은 기존에 취했던 제3자결제 수수료 4%p 경감 등의 조치만으로도 법 준수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디지털 콘텐츠 앱 개발사들에게 웹 결제 링크를 넣지 말라는 식으로 물밑에서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웹 결제에 대한 업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지난해 입법예고 때와 대비해 내용을 보강한 시행령을 지난 15일부터 시행했다. 핵심은 시행령에 열거된 '금지행위의 유형 및 기준' 8호에 '접근'이라는 표현을 추가했다는 점이다. 특정한 결제 방식을 사용하는 행위뿐 아니라 접근하는 행위를 불편하게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금지행위로 규정했다. 방통위에 따르면 이는 외부 링크를 통한 웹페이지 결제를 염두에 뒀다.
업계는 이러한 변화를 환영하면서도 동시에 구글이 다시 한 번 법을 우회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고 우려한다. '특정한 결제 방식을 접근하는 행위'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아직 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이다 보니 시행령에 명기된 '접근'이라는 표현이 정확히 어떤 행위까지를 가리키는지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웹 결제 링크까지 병기해서 구글에 앱을 업데이트했을 경우 구글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웹 결제에 대한 구글과 앱 개발사 간 견해 차이가 팽팽하다 보니 대다수 디지털 콘텐츠 앱들은 아직까지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 웹툰 플랫폼 고위 관계자는 "주요 플랫폼들 간에 최대한 이용자들이 피해를 받지 않고 어떻게 여기에 대응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도 방안을 검토 중인 상황이지만 아직 방향이 확정되지는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또 다른 법 적용 대상인 애플이 방통위에 '애플 앱스토어'에 대한 세부적인 법 이행계획을 아직까지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지난 15일 시행령이 발효되며 본격적으로 법이 시행됐지만 애플은 지난 1월 이행계획을 내놓겠다고 방통위에 통보한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방통위는 애플 본사의 국내 대리인인 대형 로펌을 통해 애플 측과 소통하고 있다.
애플은 애초 지난해 9월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이 처음 통과됐을 당시 기존 인앱결제 시스템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더욱이 최근 네덜란드에서 앱스토어용 데이팅 앱에 대해 제3자결제를 허용하도록 하자 인앱결제보다 불과 3%p 낮은 27%의 수수료를 적용하는 '꼼수' 전략으로 맞대응한 바 있어 방통위는 애플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일단 방통위는 이날 오후 애플 측을 만나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준수 방안에 대해 재차 물었다. 다만 애플 측은 세부 이행계획 제출에 대해 명시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애플 쪽에 법안 준수를 촉구했고 현재 세부 이행계획 제출과 관련해 논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부분은 없다"라고 말했다. 만일 이행계획 제출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방통위는 법 위반 여부에 대해 사실조사를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토종 앱 마켓인 원스토어의 제3자결제 수수료 부과 방식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원스토어의 인앱결제 수수료는 20%다. 제3자결제 시에는 이보다 낮은 5%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제3자결제가 이뤄지면 원스토어의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통해 원스토어 쪽으로 결제가 신고되며, 원스토어 쪽에서 이를 토대로 앱 개발사들에게 매달 제3자결제 매출의 5%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청구하는 방식이다. 원스토어를 거쳐 웹 결제를 하는 경우에도 이 같은 기준이 반영된다.
원스토어의 제3자결제 수수료는 인앱결제 대비 저렴하지만, 구글과 마찬가지로 인앱결제를 이용하지 않음에도 앱 마켓 사용료 명목으로 수수료를 별도로 청구한다는 점에서 자칫 법 적용에 있어 빈틈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스토어 역시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의 적용을 받는 앱 마켓에 속한다는 점에서 이 같은 전망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스토어는 자신들의 제3자결제 방식이 현행법상 위배되는 부분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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