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공유 전동킥보드 등을 서비스하는 퍼스널 모빌리티(PM) 업체들이 최근 해외에서 잇따라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공유 킥보드에 대한 규제가 잇따르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에서는 PM에 대한 가치 자체를 높게 평가하는 모습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PM업체인 빔모빌리티는 최근 9천300만달러(약 1천1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어펄마캐피탈, 세쿼이아캐피탈인디아, 하나벤처스, ICT캐피탈, EDBI, AC벤처스 등 유수의 벤처캐피털들이 참여했다.
빔모빌리티는 이번 투자를 토대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일본, 터키, 필리핀 등 시장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이미 한국 시장에는 공유 킥보드 업체 중 선두 주자군에 올라 있다. 현재 서울을 비롯해 글로벌 35개 도시에서 서비스 중이다. 빔모빌리티는 이와 함께 차세대 전동킥보드 모델을 선보이고 전동모페드를 새롭게 도입해 기존 공유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와 함께 서비스할 예정이다.
유럽에서 서비스 중인 프랑스 PM업체 도트(Dott)도 최근 시리즈B 라운드를 통해 7천만달러(약 848억원)를 추가 투자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앞서 지난해 4월 도트는 8천500만달러(약 1천3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모집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유럽 5개국 12개 도시에서 시행되던 닷의 서비스는 현재 유럽 9개국 36개 도시까지 범위가 확장됐다. 지난해 투자 유치를 계기로 기존 전동킥보드에서 공유 전기자전거로 사업 확장에도 나섰다.
지난해 말에도 해외 PM업체들이 잇따라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다. 스웨덴의 PM업체인 '부아(Voi)'는 지난해 12월 1억1천500만달러(약 1천394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를 모집했다. 이 업체는 이미 지난해 8월 4천500만달러(약 545억원)의 투자를 받은 바 있어 지난해에만 무려 1억6천만달러(약 1천940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이번 투자를 기점으로 '부아'는 기업공개(IPO)를 준비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또 신형 전동킥보드를 출시하고, 배터리 안정성 개선에도 나선다.
독일 PM업체인 '티어모빌리티' 역시 지난해 10월 2억달러(약 2천425억원)에 달하는 시리즈D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해당 시리즈D 투자에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와 아랍에미리트(UAE)의 국부펀드인 무바달라 인베스트먼트 캐피털 등이 주요 투자사로 참여했다. 티어모빌리티는 투자 유치 후 공격적인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또 다른 PM업체 윈드의 이탈리아 지사를 인수한 데 이어 최근 완성차 업체인 '포드'의 공유킥보드 자회사인 스핀까지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티어모빌리티는 '스핀' 인수로 북미 시장까지 발을 딛는다.
국내 PM업체들에 대한 투자도 최근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윙은 지난달 7일 총 3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스윙은 이번 투자를 토대로 국내에서 전기자전거, 전기 오토바이 등을 10만대까지 증차하고 올 상반기 중 배터리 충전 시스템 설치·운영에 나선다. 또 올해 상반기 내 일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월에는 '킥고잉' 운영사인 올룰로와 '알파카' 운영사인 매스아시아의 투자 유치 소식이 알려졌다. 올룰로는 삼천리자전거로부터 4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올룰로는 이번 투자를 바탕으로 전기자전거로 사업 영역을 넓힐 전망이다. 매스아시아 역시 롯데벤처스 등으로부터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투자 금액은 비공개다. 매스아시아는 이번 투자를 발판으로 소셜 플랫폼 '알파카 플레이' 출시 등 다양한 시도에 나설 방침이다.
PM업체들의 잇따른 투자 유치는 이들이 안전 문제 등으로 인해 각국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상당한 수준의 규제를 받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당장 국내의 경우 서울시 주도로 공유킥보드에 대한 즉시견인 조치가 시행되면서 견인비를 PM업체들이 전액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또 헬멧 착용 의무화, 운전면허증 인증 의무화 등 공유킥보드 주행과 관련한 각종 규제들이 시행되는 중이다. 이로 인해 PM업체들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매출이 큰 폭으로 줄었다고 하소연한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로 공유킥보드 주행과 관련한 다양한 법규들이 국가별로 일찌감치 제정됐다. 속도위반·지정지역 구역 이외 주차 등에 대해서는 적잖은 벌금을 부과하기도 한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도 전세계 곳곳의 PM업체들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는 것은 규제와는 별개로 시장 자체의 성장성을 유망하게 바라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의 경우 이전부터 친환경 교통 수단의 하나로 전동킥보드 등 PM들이 주목받았던 데다가, 단거리 이동의 경우 대중교통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공유킥보드 등이 정착하면서 매년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추세다.
더욱이 '라스트 마일' 이동수단으로서 공유 전동킥보드가 주목받으면서 음식배달과의 시너지 효과도 주목받고 있다. '부아' 등 해외 업체들은 음식 배달원들이 단거리 배달을 할 때 자신들의 전동킥보드를 사용하도록 현지 식당들과 업무협약을 맺으며 전동킥보드 이용량 확대에 나섰다. 이러한 시도는 스윙, 올룰로 등 국내 공유 킥보드 업체들도 진행 중이다. 배달의민족 '배민커넥터' 라이더들에게 전동킥보드 이용료를 할인해 주거나 라이더 전용 킥보드를 운영하는 등의 방식이 대표적이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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