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속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으로 비용 부담이 커진 전자업계가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며 수익성에 비상이 걸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 가격 인상과 물류망 차질 등 경영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사회가 러시아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면서 현지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자업체들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 지역에서 TV 공장을, LG전자는 모스크바 외곽 루자 지역에서 가전과 TV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에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적용하면서 반도체가 적용되는 가전 사업에도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FDPR은 제3국에서 만든 제품이어도 미국 소프트웨어나 기술이 사용됐을 경우 수출을 금지하는 강력한 조처다.
현재 반도체 시장에서 설계 소프트웨어부터 생산 장비까지 미국의 기술이 포함되지 않은 분야는 거의 없다. 이 때문에 반도체는 물론 반도체가 들어가는 스마트폰과 가전, TV 역시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러시아에 대한 독자제재에 나선 유럽연합(EU) 27개국과 일본, 뉴질랜드, 호주, 영국 등 32개국은 해당 규정을 적용받지 않지만, 한국의 경우 예외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수출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FDPR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기 위해 한미 고위급 회담 등을 통해 협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전자업계는 코로나19 이후 부품 부족 사태와 원자재 가격 및 물류비 상승 등으로 수익성 부담이 커진 상태다.
실제 삼성전자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원재료 구매 비용은 90조5천19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79조19억원) 대비 14.6% 늘어난 수치다.
이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도 원가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도 재료비와 물류비 리스크가 지속될 것"이라며 "대외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거점별 생산 능력을 점검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LG전자 역시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매출 성장률은 전년 대비 다소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수익성 또한 원자재 가격, 물류비 인상 등 비용 증가로 다소 하락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원가 부담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NH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집결한 지난해 11월 이후 철광석 가격은 50.5% 올랐고, 알루미늄은 23.6%, 니켈은 23.4%, 코발트는 19.2%, 철강은 6.2% 각각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부품 재고를 확보해놓은 만큼 당장 타격이 발생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현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전자업계를 비롯해 전 산업계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민지 기자(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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