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빛을 일반적인 형태와 다르게 굴절시켜 투명망토를 구현할 수 있게 만든다는 메타물질. 그동안은 나노물질을 매우 정밀하게 세공해 만들었으나 벽돌로 찍어내듯이 벌크소재로 메타물질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제시됐다.
벌크 소재는 합성할 때 물질의 구성비를 바꿈으로써 빛의 굴절률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고 빛이 어떤 방향으로 들어오는지와 무관하게 메타성질을 나타낼 수 있어서 메타물질을 양산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7일 한국연구재단은 정인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한국세라믹기술원, 포항공대 연구팀과 함께 음굴절하는 파장대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벌크 메타물질을 구현했다고 소개했다.
메타물질은 빛을 음굴절시키거나 빛의 파장보다 작은 초점을 만드는 등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특이성질을 보이는 물질을 말한다.
빛은 매질을 만나면 속도가 느려지면서 꺾인다. 통과 거리가 짧은 쪽으로 굴절한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은 빛을 양(+)의 값으로 굴절시킨다. 메타물질은 빛이 일반적으로 꺾이는 방향과 반대로 꺾이게(음굴절) 만들 수 있다. 음굴절 성질을 갖는 물질은 투명망토를 가능하게 하고, 빛의 파장보다 작은 나노입자도 볼 수 있는 초고해상도 이미징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물성을 유도하기 위해 매우 작은 금속이나 유전물질의 주기적인 배열을 이론적으로 계산하고 극한 난이도의 가공기술을 동원한 세공을 통해서만 메타물질을 구현할 수 있었다. 합성방식이 이렇게 어렵기 때문에 다양한 메타물질의 구현과 성질 제어는 요원한 일이었다.
특히 주로 2차원 박막 형태의 물질로 만들어져 평면 쪽으로 들어오는 빛에 대해서만 메타 성질을 구현할 수 있었다. 3차원으로 모든 방향의 메타성질이 구현된 바 없고 양산할 수 있는 정도의 벌크 소재도 개발된 적이 없다.
정인 교수 연구팀은 나노 두께로 박리화된 질화 보론과 흑연층이 정전기적 인력으로 자발적으로 교차적층되는 대량 합성법을 개발했다. 이 방법으로 분말을 벽돌처럼 찍어 잘라낼 수 있는 센티미터 크기의 벌크 소재를 구현했다. 얻어진 벌크 소재는 자유롭게 잘라 쓸 수 있으며, 소재의 수평/수직 방향 등 모든 방향에서 모든 입사각의 빛을 음굴절시킨다. 소재의 측면 방향에서 빛을 음굴절시킬 수 있는 최초의 결과로, 이는 벌크 소재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특히 기존 메타물질과 달리, 화학적 조성 제어를 통해 음굴절을 구현하는 파장대도 정밀하게 조율할 수 있다. 질화 보론과 흑연을 섞는 비율, 이들이 박리화된 두께 등이 벌크 메타물질의 성질을 결정한다. 메타성질을 화학적으로 제어한 최초의 결과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앞으로 적외선, 가시광, 자외선 등 빛의 폭넓은 파장대에서 작동하는 다양한 새로운 메타물질을 합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정인 서울대 교수와 김종영 한국세라믹기술원 박사 연구팀이 소재 합성과 실험적 관측을 공동 수행했고, 노준석 포항공대 교수 연구팀이 관측 결과의 이론적 시뮬레이션을 담당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 연구는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온라인판에 11월 16일 공개됐으며, 정식출간본의 표지논문 및 스포트라이트에 선정됐다.
◇논문명 : Bulk metamaterials exhibiting chemically tunable hyperbolic responses
◇저자 : 정인 교수(교신저자/서울대학교), 김종영 박사(공동교신저자/한국세라믹기술원), 노준석 교수(공동교신저자/포항공대), 이명정 박사(제1저자/서울대학교), 이은실(한국세라믹기술원), 소순애(포항공대), 변세진(서울대학교), 손재석(서울대학교), 방지 게(Bangzhi Ge/서울대), 이형석(서울대), 박현성(KAIST), 심우영 교수(연세대), 피재환(한국세라믹기술원), 민범기 교수(KAIST), 조성표 박사(서울대학교), 종시 시 교수(중국 시안대학교), 노태원 교수(서울대학교)
/최상국 기자(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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