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신용점수가 950점이라 '저신용 소상공인 융자'도 안 나오고 1인 매장이라 고용연계 융자지원도 안나온다. 799점 밑으로 신용점수를 떨궈서 대출 받아야 하나 싶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이 2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매출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 역설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신용도가 우량함에도 저신용·저금리 대출상품을 이용하기 위해 신용도를 의도적으로 떨어트리는 것이다.
6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공단은 지난달 24일 오전 9시부터 '저신용 소상공인 융자' 신청을 받고 있다.
버팀목플러스 또는 희망회복자금을 지원받은 매출이 20% 이상 감소한 집합금지·영업제한·경영위기 소상공인 중 대표자의 신용평점이 나이스신용평가 기준 799점 이하인 경우 신청가능하다. 대출 금리는 1.5% 고정이며 한도는 2천만원이다. 대출실행일로부터 6개월간 이자상환이 유예된다.
저금리의 저신용자 융자상품이 등장하면서 이 대출을 받기 위해 자영업자들이 신용도를 799점 이하로 일부러 떨어트리는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소상공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한 소상공인은 "신용점수가 863점이었던 것을 떨어트려서 대출 받았는데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용점수 856점인데 100점 정도 낮춰서 받아보려고 신용카드 현금서비스10씩 3번 받았고 다른 카드로도 해보려는데 77점 이하로 떨어질까요?"라며 "비법 좀 알려 달라"고 호소하는 소상공인도 있었다.
또 다른 소상공인은 "일부러 신용점수를 떨어뜨리는 걸 이해 못할 사람도 있지만 지금 신용도로는 은행 대출이 꽉 차서 더 이상 안 나오기 때문"이라면서 "그렇다고 2금융권에서 받자니 이자만 9% 이상인 만큼 원금상환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진공의 저신용자 융자는 초저금리에 최소 6개월은 이자만 낼 수 있는 상품이니 분명 메리트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신용 자영업자의 경우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을 이용할 순 있지만 금리가 높다. 차라리 신용도를 떨어트려서라도 저신용·저금리의 정책금융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이를 두고 향후 금융거래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급격히 신용도가 하락한 기록이 있으면 은행 거래 등에서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면서 "상당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또 '모럴 해저드'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관계자는 "사각지대에 있는 자영업자들을 위한 상품이나 이용자들이 몰리면서 정작 필요한 분들이 이용을 못하게 되고 악용하는 사례가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권에선 신용도도 중요하지만 신용도만 높은 것보다는 소득의 안정성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자영업자의 경우 신용도가 높아도 소득이 안정적이지 못한 경우도 많다 보니 신용대출에는 비교적 제한이 따른다"면서 "하지만 대출 시에는 신용도가 우량한 것도 중요하지만 소득이 얼마나 안정적인지의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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