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같은 목적을 두고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룬다는 뜻의 '경쟁(競爭)'은 다툴 경(競), 다툴 쟁(爭)이라는 한자어로 구성된다. 말 그대로 '싸움'을 뜻하는 것으로,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다.
하지만 나쁜 뜻으로만 쓰이는 단어는 아니다. 경쟁을 통해 성장하고, 협력하는 등 좋은 경쟁으로 발전해 나가는 '선의의 경쟁'도 있기 때문이다.
전자업계에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관계가 대표적인 선의의 경쟁 관계로 꼽힌다. 현재 디스플레이 산업도 마찬가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30일 충남 아산캠퍼스에서 퀀텀닷(Q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양산을 기념하는 출하식을 열고, 대형 OLED 생산을 공식 선언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대형 OLED 생산에 나선 것은 지난 2013년 이후 8년여 만이다.
이로써 삼성과 LG의 대형 OLED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됐다. 세계 대형 OLED 시장은 LG디스플레이가 주도하고 있는데, 삼성디스플레이가 QD OLED 양산으로 새로운 경쟁자가 됐으니 말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삼성과 LG의 경쟁이 '밥그릇 뺏기'가 아닌 '윈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LG 입장에서는 삼성의 합류로 시장이 확대된다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삼성 입장에서는 시장 선점에 있어 LG가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삼성과 LG의 협력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LG디스플레이 OLED TV 패널 캐파가 삼성디스플레이보다 10배가량 높아 향후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로부터 OLED TV 패널을 구매할 가능성이 있다"며 "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LG전자는 경쟁이 아닌 협력으로 중장기 '윈윈 효과'가 기대된다"고 봤다.
무엇보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가 보다 강화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한국은 2004년부터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중국의 추격으로 올해 1위 자리를 넘겨줄 것이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1분기 LCD와 OLED를 합친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은 40%의 점유율로 한국(33%)을 제친 상태다. 지난 2019년만 해도 한국이 40.2%, 중국이 29.2%로 11%포인트 점유율 차이를 보였지만, 지난해에는 한국이 36.9%, 중국이 36.2% 양국의 격차는 0.7%포인트로 좁혀졌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정부의 지원을 업고 저가 공세를 펼치며 LCD 시장을 장악한 상태다. 중국의 LCD 시장 점유율은 50%를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 시장에서는 여전히 한국이 독주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나 삼성의 합류로 OLED 주도권은 더욱 확고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중국은 OLED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과 LG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성장하며 OLED 시장에서 중국과의 격차를 벌린 상태다. 삼성과 LG가 경쟁을 지속했으면 하는 바람도 이 때문이다. 삼성과 LG가 OLED 시장에서 초격차를 유지하며 다시 한번 '디스플레이 강국'의 저력을 보여주길 바란다.
/서민지 기자(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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