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네이버가 관계사 라인을 통해 숏폼(짧은 동영상) 플랫폼 시장에 뛰어든다. 숏폼의 인기 속 틱톡,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이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라인은 기존 '라인' 메신저에 해당 기능을 장착해 더욱 많은 글로벌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겠다는 방침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라인은 지난 25일 '라인 붐(Voom)'을 출시했다. 기존 '라인 타임라인'을 동영상 중심 플랫폼으로 개편해 새롭게 선보인 서비스다. '라인 타임라인'이 플랫폼 내에서 작성한 포스트를 통해 라인 친구들끼리 소통하는 서비스에 가깝다면, '라인 붐'은 짧은 동영상을 중심으로 친구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용자들이 올린 각종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기존 '라인 타임라인'과 마찬가지로 별도의 앱이 아닌 라인 내 기능으로 제공된다.
'라인 붐'은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숏폼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용자들의 시청 이력 등에 따라 취향 등을 분석해 개인화된 추천 영상을 알고리즘으로 전달해 주는 방식이다. 라인은 출시 보도자료에서 "라인 붐은 코미디, 브이로그, 동물, ASMR, 댄스, 레시피 등 다양한 장르의 영상 콘텐츠를 수집한다"며 "활동을 기반으로 관심분야를 학습하여 '추천' 탭에서 좋아할 동영상을 더 많이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라인 붐은 웹툰 서비스인 '라인망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라인 뮤직' 등 라인의 각종 서비스와 연계할 수 있는 영상 콘텐츠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라인 붐' 출시는 틱톡을 비롯해 인스타그램 '릴즈', 유튜브 '쇼츠' 등 최근 글로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들이 숏폼을 강화하는 흐름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7년 출시된 틱톡은 이후 전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인기를 끌며 비게임 앱 중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거둔 앱으로 자리매김했다. 틱톡의 인기 속 다른 SNS 업체들도 덩달아 숏폼 플랫폼을 출시하며 경쟁 체제에 돌입했고 여기에 라인이 후발 주자로 합류했다.
숏폼 플랫폼 구축을 위한 크리에이터 영업에도 나섰다. 라인은 '라인 붐 크리에이터'라는 수익 창출 프로그램을 개시했다. 크리에이터들이 '라인 붐'에 공식 계정을 개설, 이들이 라인 붐에 게시한 영상 콘텐츠에 광고를 게재해 광고 수익을 올리는 것을 도움으로써 최대한 많은 숏폼 크리에이터들을 초반이 끌어당기겠다는 계획이다. 틱톡,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다.
라인은 우선 라인 메신저의 주요 서비스 지역인 일본과 태국, 대만에서 해당 기능을 먼저 출시한다. 다른 지역에서도 '라인 타임라인'의 서비스명이 '라인 붐'으로 바뀌기는 하지만 기능까지 업데이트되지는 않는다. 회사 관계자는 "이날 안드로이드 버전이 출시됐고 iOS 버전도 조만간 나온다"며 "다만 다른 지역에서도 출시될지 여부는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
◆'라인 붐' 출시, 네이버로도 이어질까
관계사인 라인이 숏폼 플랫폼 시장에 뛰어들면서 네이버는 다시 한 번 숏폼 플랫폼 시장의 문을 두들기게 됐다. 본래 네이버의 자회사였던 라인은 지난 3월 소프트뱅크와 경영통합을 한 이후 Z홀딩스의 산하로 들어갔다. 경영상으로는 소프트뱅크 그룹에 속하지만, Z홀딩스의 모회사 A홀딩스가 네이버·소프트뱅크가 50대50의 지분으로 설립한 합작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네이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네이버는 그간 다양한 방식으로 숏폼 플랫폼 사업을 모색했다. 지난해 4월 '블로그 모먼트'를 출시하며 블로그 이용자들이 숏폼 영상을 쉽게 제작할 수 있게 했다. 2017년에는 네이버 자회사인 스노우와 네이버웹툰의 공동 출자로 '플레이리스트'라는 숏폼 제작사를 설립했다. 이 중 플레이리스트가 만든 여러 웹드라마들은 유튜브 등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콘텐츠 제작과는 달리 플랫폼 쪽 성과는 부각되지 않고 있다. '블로그 모먼트'는 출시 이후 매달 이용자 대상 '챌린지'를 진행하며 분위기 띄우기에 나서고 있지만 눈에 띄는 모습은 아니다.
이와 함께 스노우는 지난 2월 '스노우 A 스튜디오' 채용공고를 통해 숏폼 플랫폼인 '벤티(Venti)' 제작에 참여할 인원을 모집하기도 했다. 해당 채용공고는 벤티에 대해 "세로형 숏비디오를 관심사별로 공유하고 소통하는 플랫폼"이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구체적인 출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숏폼 플랫폼 관련 프로젝트가 잠잠한 상황에서 라인이 메신저를 바탕으로 숏폼 플랫폼을 출시하면서, 네이버의 관련 사업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네이버 관계자는 "라인이 숏폼 플랫폼을 출시하기는 했지만 네이버의 관련 사업과 바로 연결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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