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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플법 논의, '일시정지'…정무위·과방위 소위 '제동'


업계 강한 우려 속 야당 중심으로 "심사숙고해야" 의견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온라인플랫폼 법안(온플법)이 국회 법안심사소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24일 정무위원회(정무위)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 이어 25일 진행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온플법이 안건으로 올라왔지만 통과되지 않았다.

국회 과방위는 이날 열린 법안소위에서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온플법을 안건에 올렸지만 소위 통과는 다음으로 미뤘다. 해당 온플법 안은 방송통신위원회를 규제 주무부처로 두는 법안이다.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원자력안전위원회 종합감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원자력안전위원회 종합감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앞서 지난 24일 열린 정무위 소위에서는 온플법 공정거래위원회 안을 비롯해 김병욱·민형배·배진교·성일종·민병덕 의원안이 모두 안건으로 올라왔지만 일제히 다음으로 통과를 미루기로 했다. 정무위는 추후 소위 일정을 다시 잡을 예정이다. 이날 상정된 온플법 안들은 세부 규제안이 조금씩 다를 뿐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해 중소상공인 등 플랫폼 이용사업자를 보호하며, 규제 주무부처를 공정위로 한다는 핵심은 일맥상통한다.

정무위 소위에서는 현재 온플법에 대해 IT업계 등에서 제기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간 중복규제 문제가 논의 테이블 위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최근 공정위안 온플법 적용 대상이 종전 매출액 100억원, 중개거래액 1천억원 이상에서 매출액 1천억원, 중개거래액 1조원 이상으로 조정되면서 이 같은 기준과 관련된 논의도 함께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의원들 간 의견이 다양하게 오가면서 정무위는 추후 일정을 다시 잡아 논의하기로 했다.

정무위 소속 여당 의원실 한 관계자는 "여야 의원들 간 중복규제나 법 적용 대상 등과 관련해 여러 가지 의견들이 나왔다"라며 "아무래도 온플법이 제정법이고 검토해야 할 부분도 많다 보니 처리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IT업계에서 온플법에 대해 공개적인 반발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 7개 협·단체가 모인 디지털경제연합(디경연)은 지난 22일과 24일 잇따라 성명서를 내고 온플법과 관련한 논의가 너무 급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차기 정부에서 업계·학계와의 신중한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열린 과방위 소위에서도 그러한 부분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과방위 소속 여당 의원실 한 관계자는 "야당 쪽에서 현재 IT업계에서 온플법과 관련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서 숙고를 해 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라며 "또 그간 당정간 논의는 있었지만 상임위 소위에는 처음 상정된 것이다 보니 숙려가 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앞서 온플법은 이미 한 차례 당정 논의를 거쳐 수정된 바 있다. 그 결과 공정위 안인 '플랫폼 공정화법'의 경우 법 적용 기준이 되는 매출과 중개거래액을 10배씩 높였고, 방통위 안인 '플랫폼 이용자보호법'의 경우 공정위 안과 중복되는 13개 사전·사후규정을 삭제하기로 했다. 업계에서 중복규제와 지나치게 넓은 법 적용 범위와 관련해 우려하자 이를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에도 업계의 반대는 여전했고, 정무위와 과방위 소위에서도 온플법과 관련해 더 들여다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제기됐다. 이에 다음달 9일 마감되는 정기국회 전까지 통과가 불투명하게 됐다. 정기국회 이후에는 내년 3월 대선 등이 예정돼 있다. 다만 여당 의원실 한 관계자는 "야당이 온플법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추가 논의를 하기로 했지만 정기국회 안에는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온플법은 소상공인 등의 보호를 위해 플랫폼 사업자들의 불공정 행위를 막겠다는 취지로 발의됐다. 현재 국회에 8개의 관련 법들이 계류돼 있다. 공통적으로 일방적인 서비스 이용을 거부·지연하거나 거래 상대방을 차별·제한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온라인 플랫폼 이용 과정에서 생성된 정보의 부당한 이용을 금지해 플랫폼 사업자들을 규제하고자 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공정위 안은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계약서 교부 ▲온라인 플랫폼 중개사업자의 입점업체에 대한 우월적 지위 남용 금지 ▲온라인 플랫폼 분쟁조정협의회 설치 ▲온라인 플랫폼 계약 해지 시 예정일의 30일 전까지 관련 이유 통지 등이 골자다. 전혜숙 의원안은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콘텐츠 노출 방식·순서 결정 기준 공개 ▲각종 금지행위를 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금지행위를 하도록 하거나 방조하는 행위 금지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공정위와 방통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부 등 규제에 엮이는 부처가 넓어질 경우 자칫 중복·과잉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플랫폼을 살펴보는 '시어머니'가 너무 많아지면서 자칫 산업의 혁신 분위기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법 적용 기준을 다소 높였다고는 해도 여전히 상당수 유망 스타트업들이 온플법으로 인한 규제가 추가될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외 콘텐츠 노출 방식 순서 결정 기준 공개, 계약서 기재사항 의무화 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디경연을 비롯해 IT 협·단체들이 최근 잇따라 온플법을 반대하며 낸 성명서에도 이 같은 우려들이 고스란히 포함돼 있다. 디경연은 "현재 발의된 법안들은 특정 이해당사자들의 이해만을 위해 공개적 의견수렴과 협의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정부 부처들만의 합의를 거쳐 중복규제를 넘어 다부처에서 규율하는 이중, 삼중 규제를 기반으로 수정되고 있다"며 "정부 부처들의 규제 권한 나누기로 변질된 온플법의 처리 중단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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