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정기국회 내에 공공부문 노동이사제를 처리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민주당과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입법 추진에 나서자 경영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가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보다는 공공기관의 방만 운영과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중견기업연합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은 25일 공동 입장문을 통해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추진하는 데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며 "입법절차 중단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해 의사결정에 관여하게 하는 제도로,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 시절 도 내 공공기관에서 노동이사제를 시행한 바 있다. 민주당은 공공기관과 준공공기관 등 공공부문에서 노동이사제를 먼저 시작해 민간 영역으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2일 "가능하면 이번 정기국회 안에 처리할 방법을 찾아보면 좋겠다"며 "현실적으로 야당이 반대를 하거나 협조하지 않으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통해서라도 신속하게 공공부문 노동이사제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도에서 저도 산하기관 전부 노동이사를 뽑아 임명했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경영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립적인 노사관계 현실을 고려하면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이 의무화될 경우 경영상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가 노사 교섭과 갈등의 현장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경영계의 판단이다. 또 결국 이로 인한 부작용은 국민들의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경제단체들은 "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는 결국 민간기업의 노동이사제 도입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 자명하다"며 "이미 노동계에서는 공공연히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에도 노동이사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노동이사제는 최근 노조법 개정에 이어 이미 노조 측으로 쏠린 노사 간 힘의 균형 불균형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 자명하다"며 "투자와 고용확대를 저해시키는 큰 불안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경영계는 노동이사제와 같이 우리나라 현실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이 큰 법안이 입법 과정에서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나 국민적 합의 없이 졸속 처리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국회에서 이러한 점을 충분히 고려해 코로나 19에 따른 경제·고용 위기 극복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경제계의 요청에 귀를 기울여 입법절차를 중단해 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학계도 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경총이 전국 4년제 대학 경제·경영학과 교수 200명을 대상으로 '노동이사제 도입에 관한 전문가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61.5%가 노동이사제가 민간기업에 도입될 경우 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 응답했다. 또 전체 응답자의 28.0%는 노동이사제가 '기업 경쟁력에 큰 악영향'을, 33.5%는 '기업 경쟁력에 다소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더불어 노동이사제가 우리나라 경제시스템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경제전문가는 57.0%에 달했다. 또 현재 국회 계류 중인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법안과 관련해서는 '법안 통과 시 민간기업에도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정치적·사회적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응답이 90%를 차지했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이 공공기관의 방만경영과 도덕적 해이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응답자의 44.0%가 '방만경영과 도덕적 해이가 늘어날 것'이라고 답변했다.
재계 관계자는 "노사 관계가 기본적으로 대결 구도로 짜여 있는 국내 산업계의 현실상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할 경우 이사회 내에서도 갈등이 심화될 수 있고, 이로 인해 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일단 공공부문에서 시작되면 민간에까지 확대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우려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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