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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삼성' 고삐 죄는 이재용…美 '인싸' 만나 미래 그렸다


"초격차만으로 위기극복 한계"…바이오·통신·빅테크 등 미래 먹거리 발굴 주력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올해 초 국정농단 사건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 받아 멈춰섰던 삼성전자의 경영시계가 '뉴 삼성'을 향해 다시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 후 대규모 투자·고용 계획이 줄줄이 쏟아지는 데다 6개월간 끌었던 20조원 규모의 미국 현지 파운드리 2공장 부지도 테일러시로 이번에 확정지으며 성장 페달을 밟는 모습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귀국한 이 부회장은 열흘간 이어진 이번 북미 출장을 통해 '뉴 삼성' 비전의 주축이 될 다양한 미래 먹거리를 발굴했을 뿐 아니라 현지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 민간 외교관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오른쪽)의 모습 [사진=삼성전자 ]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오른쪽)의 모습 [사진=삼성전자 ]

특히 이번 출장에선 파운드리 투자 계획 외에 바이오·차세대 통신·인공지능(AI)·자율주행 등과 관련해 성과도 보였다. 지난 22일 구글 경영진을 만나 차세대 소프트웨어, 사물인터넷(ICT) 혁신 분야의 공조 방안을 논의한 것이 대표적이다. 업계에선 구글이 자체 설계한 AP를 올 연말 생산 예정인 스마트폰 '픽셀 시리즈 6'에 탑재하기로 하고 삼성전자에 칩 생산을 맡길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선언한 삼성전자의 가장 강력한 우군이 될 것"이라며 "이번 방문을 계기로 시스템반도체,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자율주행, 플랫폼 혁명 등 분야에서 양사의 협업 관계는 한층 공고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위싱턴주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과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왼쪽)의 모습 감사합니다. [사진=삼성전자 ]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위싱턴주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과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왼쪽)의 모습 감사합니다. [사진=삼성전자 ]

이 외에도 이 부회장은 이번에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도 잇따라 방문해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일(현지시간)에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를 만나 반도체, 모바일은 물론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메타버스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협력과 소프트웨어 '생태계 확장'에 대해 논의했고, 아마존에선 AI, 클라우드 컴퓨팅 등 차세대 유망산업 전반에 대해 폭넓게 대화를 나눴다. 아마존은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차세대 화질 기술인 'HDR10+' 진영에 참가하고 있으며, 삼성 스마트TV에 AI '알렉사'를 제공하는 등 기술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모더나, 버라이즌 경영진과도 잇따라 만남을 가져 바이오와 차세대 이동통신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모더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한 기업이고, 버라이즌은 삼성전자와 5G 이동통신 장비 포함 솔루션을 수주 계약을 맺은 협력사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제2의 반도체'로 명명한 바이오 역시 '뉴 삼성'의 핵심"이라며 "이 부회장이 이번에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을 만난 것은 장차 글로벌 백신 허브로서 삼성이 발돋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서 만난 모습. [사진=삼성전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서 만난 모습. [사진=삼성전자 ]

18~19일에는 워싱턴으로 이동해 백악관 핵심 참모와 연방의회 의원들도 잇따라 면담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삼성의 역할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또 반도체 산업에 대한 행정부 및 입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21~22일에는 반도체와 세트 연구소인 DS미주총괄(DSA)과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를 방문해 AI와 6G 등 차세대 기술 개발 현황을 점검하고 연구원들을 격려했다. DSA와 SRA는 각각 삼성전자 DS부문과 세트(IM, CE)부문의 선행 연구조직으로, 혁신을 선도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전진 기지로 일컬어진다.

이곳에서 이 부회장은 초격차를 넘어 '뉴 삼성'으로 넘어가자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추격이나 뒤따라오는 기업과의 '격차 벌리기'만으로는 이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며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그래픽=조은수 기자]
[그래픽=조은수 기자]

마지막으로 이 부회장은 이날 20조원 규모 파운드리 2공장을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기로 최종 확정하며 이번 미국 출장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는 지난 8월 13일 이 부회장의 가석방 출소 이후 103일 만의 결정이다.

테일러시에 세워지는 신규 라인은 2022년 상반기에 착공해 2024년 하반기 목표로 가동될 예정이다. 건설·설비 등 예상 투자 규모는 20조원으로, 이는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이 같은 이 부회장의 미국 출장 행보를 두고 재계에선 조만간 전례 없는 초대형 인수합병(M&A)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9조원을 들인 하만 인수 이후 대규모 M&A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인공지능(AI)과 5G, 전장 사업 등을 중심으로 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과감한 M&A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차량용 반도체를 비롯해 인공지능(AI)과 차세대 통신 등 그룹의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으면서 파운드리와 융복합이 가능한 기술을 가진 회사를 타깃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서울 본사에 걸린 삼성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서울 본사에 걸린 삼성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이처럼 이 부회장이 코로나19 장기화와 글로벌 경영 환경이 악화된 상황 속에서도 고용과 투자를 적극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이번에 내비치자 일각에선 이 부회장을 사면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적극적인 경영 활동으로 경제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족쇄를 풀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2015년 발생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주요 기업들이 '경제살리기'를 목표로 투자를 확대해왔다"며 "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구속 수감 중이던 기업인들이 사면과 석방으로 풀려난 시기와 맞물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 총수는 고용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 등 국가 경제회복을 명분으로 출소 직후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며 "이 부회장도 사면이 된다면 더 활발한 경영 활동을 통해 경제회복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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