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혜리 기자] "글로벌 콘텐츠 강국을 실현하기 위해선 콘텐츠 제작사가 가격 결정권을 가질수 있도록 콘텐츠 주권을 돌려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해외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등 해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유통망을 활용하고, 공동제작을 통해 K-콘텐츠 체력을 길러야 한다."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4회 미디어리더스포럼'에서 방송업계·학계 전문가들은 K-콘텐츠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국내 산업의 내수 강화와 투자 활성화를 유인하는 국가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오징어게임' 등의 성공 신화를 토대로 K-콘텐츠가 글로벌 수준의 창의성과 경쟁력을 가지고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지난 9월 17일 공개된 이후 한 달 만에 전 세계 약 1억4천200만 가구가 시청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국내 콘텐츠 시장은 ▲ 가격 경쟁력 및 비용 절감에 매몰된 플랫폼경쟁전략으로 산업 위축 심화 ▲ 유입 재원 감소로 분쟁과 갈등이 증가 ▲ UHD, 실감 콘텐츠, 어드레서블TV 등 새로운 혁신 서비스 투자 지연 ▲ 콘텐츠 가치에 부합하는 거래관행 미확립으로 국내 주요 기업들의 성장성 및 수익성 지표 악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 국내 기업들의 영세성으로 인해 글로벌경쟁에 부합하는 공격적 제작 투자에 한계 ▲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의 국내 진출로 광고 및 가입자 시장에서 경쟁 심화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란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발제자로 나선 임정수 서울여자대학교 교수는 'OTT 성장기의 국내 영상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 진단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국내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진단하고 콘텐츠산업의 차세대 역량 확보를 위해 미디어 영역의 재정의와 불합리한 규제개혁 등 구조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글로벌 거대미디어기업과 효율적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국내미디어기업도 시의적절하게 새로운 역량을 규합하고 비효율적 부분을 처분할 수 있는 인수합병(M&A)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글로벌 OTT의 국내 진입을 우리가 공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때, 너무 방어적인 정책이나 전략이 나오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글로벌 OTT는 항공망과 유사하다"고 표현했다.
그는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국제 항공망이 연결되고, 그 연결망을 통해 인적, 물적 교류 활성화가 되듯이 글로벌 OTT는 해외 콘텐츠가 유입되고 국내 콘텐츠가 해외로 진출하는 창구가 될 것"이라며 "주요 도시엔 많은 항공사가 취향하고 해당 도시의 소비자들은 가격과 서비스를 고려해 항공사를 선택할 뿐, 큰 항공사는 더 많은 도시에 취항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일 소비자에게 자국 항공사만 이용하게 한다면 외국 항공사는 그 도시를 버릴 것이고 항공망이 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콘텐츠 재원 제도개선 시급…광고규제 개선도 뒤따라야
이어 제2 발제를 맡은 천혜선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창의성과 다양성이 자산이 되는 글로벌 콘텐츠 강국 실현'을 비전으로 유입 재원의 확대를 통한 산업 활성화, 콘텐츠 중심 글로벌 경쟁 기반 조성과 상생적·포용적 협력 생태계 조성 등을 정책목표로 제시했다.
아울러 이의 세부 과제로 ▲ 방송재원위상정립으로 안정적 토대 마련 ▲ 민간의 제작 투자 확대를 통해 글로벌 OTT 대응 경쟁력 확보 ▲ 방송통신 사업자 상생 생태계 조성을 위한 분쟁 조정 기능 강화 ▲어드레서블 TV, 미디어커머스, 증강현실·가상현실(AR·VR) 등 기술결합형 서비스 활성화로 성장동력 확보 ▲ 시장 자율성 확대를 통한 글로벌 진출 기반 마련 ▲ 창의적 자원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천 위원은 "재원 유입을 원활하게 해주는 제도개선과 더불어 방송 부문에만 강도 높게 적용되는 광고 규제를 완화해 방송 부문의 유입 재원 증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콘텐츠 산업이 넷플릭스와 같은 막대한 규모의 외국자본에 대한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는, 국내에서도 콘텐츠 부문에 다양하고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현재와 같이 정부나 공공기관이 지원대상을 직접 선정해 지급하는 직접제작지원 방식을 통한 산업 활성화 효과는 크지 않아, 시중의 자금이 콘텐츠로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간접투자지원방식으로 변경이 필요하다"며 "긴급펀드 등 융자제도 활성화, 콘텐츠 제작 및 투자에 대한 세제감면, 투자문화 조성지원 등을 통해 시장수요에 부합하는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고 제작사의 유동성 위기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콘텐츠 주권, CP가 가져야 마땅"…돈없어서 제작 못 한다는 말 나오는 현실
종합 토론에 참여한 업계 전문가들도 콘텐츠 가격 결정권을 콘텐츠사가 가져 열악한 K-콘텐츠 재원 구조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방송정책의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장원 CJ ENM 전략지원실장은 "국내 콘텐츠사가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기엔 장애가 너무 많다"며 '선공급 후계약' 관행을 바로잡아 '선계약 후공급' 체계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징어 게임, 마이네임, 사이코지만 괜찮아, 사랑의 불시착 등의 흥행으로 해외 투자자, 글로벌기업들도 K-콘텐츠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생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들이 첫번째로 지적하는 것이 매출 구조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출이 얼마가 되는지 계약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알 수 있느냐는 말인데, 그들의 말처럼 선공급 후계약은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는 관행"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서 실장은 "콘텐츠는 글로벌 수준을 달성했는데, 그에 준하게 콘텐츠 원가를 올리지는 못했다"며 "콘텐츠 제작사가 가격을 책정하지 못하고 플랫폼이 하는 형식이기 때문으로, 국내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제작비가 없어서 콘텐츠를 못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론 국내 사업자들은 해외 사업자들보다 자국에서 받는 조세혜택마저도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지적하고, 문화콘텐츠산업에 대한 투자 유인을 위해 세액공제 확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 실장은 "현행 3~10% 수준의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율을 선진국 수준인 25~35% 수준으로 확대하고, 해외제작비도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해야, 해외 사업자와 국내 사업자가 동등한 출발선에서 경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것에 마땅한 재원이 유입되지 못하도록 걸림돌이 너무 많은 상황"이라며 "이를 해소하는 것이 차기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세원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 정책기획팀장은 "방송 광고시장 침체가 주 원인이겠지만, 유료방송에서 값을 제대로 쳐주지 않는 거래 환경도 문제"라며 "콘텐츠를 잘 만들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로 바뀌지 않고서야 글로벌 콘텐츠 강국으로 도약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이에 김 팀장은 ▲ '선계약 후공급' 의무화를 통한 공정경쟁 환경의 확립 ▲ 플랫폼 사업자 중심의 수익 배분 구조 개선 ▲플랫폼 사업자 출혈경쟁을 통해 형성된 저가 요금제 탈피 ▲ PPL을 활용을 활성화할 수 있는 광고 규제 개선 ▲ 시청률 데이터의 활용 확대 등이 필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의 지적에 이어 임석봉 JTBC 미디어정책담당도 광고 규제 개선을 촉구했다. 임 담당은 "넷플릭스가 쏘아 올린 드라마 제작 경쟁으로 인해 기존의 방송 광고만으로는 제작비를 회수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하고 "제작사가 막대한 제작비를 충당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보다 유연한 광고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혜리 기자(chew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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