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인수·합병 (M&A) 승부사'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 '키파운드리' 인수로 파운드리에 승부수를 던진다.
SK하이닉스는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매출 비중이 95%가 넘는 회사지만 최근엔 파운드리, 이미지센서 등 비메모리로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박 부회장은 파운드리 사업 확대를 공언해 왔고 이번 M&A도 그 일환으로 볼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매그너스 반도체 유한회사로부터 키파운드리 지분 100%를 5천758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청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키파운드리는 다품종 소량 생산에 적합한 8인치 웨이퍼를 기반으로 하는 반도체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전력 반도체(PMIC),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 비메모리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8인치 파운드리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IC)를 보유하고 있다. 시스템IC의 웨이퍼 처리량은 이번에 인수 계약을 체결한 키파운드리와 비슷한 규모로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생산능력이 2배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키파운드리는 SK하이닉스가 17년 만에 되찾은 기업이기도 하다. 키파운드리의 모체는 1979년 설립된 LG반도체로, 1999년 현대전자와 합병하면서 하이닉스반도체가 됐다. 이후 2004년 하이닉스가 구조조정 과정에서 비메모리 부문을 분리한 뒤 매그나칩반도체를 세워 해외 CVC에 매각했다.
키파운드리는 이 매그나칩에서 청주 파운드리 라인만 별도로 떼어낸 회사로, 지난해 국내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매그너스 반도체에 인수됐다. SK하이닉스는 이 사모펀드에 49.76%를 출자했는데 이번에 이 펀드가 보유한 키파운드 지분 100%를 모두 인수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 매출 비중이 5%가 되지 않아 이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특히 반도체 공급난으로 몸값이 뛴 파운드리를 주목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파운드리 상위 10개 업체의 올해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21.3% 증가하며 사상 처음으로 1천억 달러(약 116조원)를 넘긴다고 예상했다. 내년 매출도 올해보다 13.3% 증가한 1천176억9천 달러(약 137조원)로 내다봤다.
키파운드리가 8인치 파운드리 기업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박정호 부회장은 지난 5월 'K-반도체 전략 보고 대회'에서 "8인치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2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8인치 웨이퍼는 2000년대 중반 12인치 웨이퍼 등장으로 입지가 줄어들었다.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하지만 생산성이 낮고 원가경쟁력도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세계 1·2위 파운드리 업체인 TSMC, 삼성전자는 12인치 웨이퍼 기반 반도체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8인치 웨이퍼는 코로나19 사태로 반도체 공급 문제가 커지면서 재조명 받고 있다. 8인치 웨이퍼가 투입되는 차량용 반도체, DDI가 극심한 공급난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의 '8인치) 팹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8인치 팹이 만들어내는 웨이퍼 월 생산량은 오는 2024년 660만장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연간 565만장의 웨이퍼를 생산한 것과 비교하면 약 17% 늘어난 수준이다.
세계 10위권 파운드리 업체 중에선 대만 UMC, 한국의 DB하이텍 등이 8인치 파운드리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들과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키파운드리 인수는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2배 확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8인치 파운드리 역량을 보강해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을 키우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와 국내 팹리스 생태계 지원에도 나서겠다"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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