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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공유기 '허용' 방안, 갑론을박...국회 간담회


 

KT가 지난 해 8월 IP 공유기 사용 금지 광고를 게재한 뒤 논란이 일자, 정보통신부는 ▲IP 공유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되 ▲초고속인터넷서비스업체의 IP 공유기 사용요금을 대폭 인하(1만5천원→5천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IP 공유기를 사용하는 사람을 모두 범법자로 몰지는 않겠지만, 사업자 입장도 고려해 통신회사가 제공하는 IP 공유기를 쓰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통신회사 IP 공유기만 써라...통신업계

2일 유승희 의원(열린우리)과 녹색소비자연대가 국회에서 개최한 '인터넷접속서비스 요금체계 어떻게 할 것인가?-IP 공유기 문제를 중심으로'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일단 통신회사 이용약관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IP 공유기 사용을 금지시킬 수는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KT 신동민 부장과 하나로텔레콤 이종원 부장은 "고객이 임의적으로 IP 공유기를 사용하는 것은 이용약관위반이지만 이해당사자간 갈등을 없애고 홈네트워크 등 국내 IT 기술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IP 공유기 사용을 허용하면서 추가 단말별 최저요금을 도입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P 공유기는 약관 위반이고, 트래픽(통화량)이 몰리는 시간에 선량한 이용자들의 인터넷 접속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이용자간 차별도 야기해 금지해야 하는게 맞지만 대의를 위해 양보할 테니 통신회사가 제공하는 저렴한(?) 유료 IP 추가 서비스를 이용해 달라'는 말이다.

◆IP 공유기, 전면허용해달라...네티즌, 중소기업

하지만 이에대해 네티즌 대표와 중소기업 대표, 소비자 단체 대표들은 반대입장을 분명히했다. IP공유기를 소비자 맘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전면 허용해달라는 뜻이다.

박병철 초고속인터넷커뮤니티 비씨파크 사장은 "소비자들은 초고속인터넷을 개인용이 아니라 전화처럼 가정당 한 회선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초고속인터넷 업체들이 어려운 것은 100Mbps급 상품이나 8Mps급 상품이나 비슷한 요금(3만원 내외)을 받으면서 출혈경쟁을 했기 때문인데, 이런 비합리적인 요금체계를 개선하지 않고 IP 공유기로 인해 트래픽이 늘어 투자비가 들고 경영이 어려워졌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창호 한국IT중소벤처기업연합회(PICCA) 실장은 "우리 회원사중에는 공유기를 통해 서비스 하는 기업이나 공유기 제조업체, VPN(가상사설망) 서비스 업체들이 있는데, KT 등 통신회사가 제공하는 IP 공유기만 인정하겠다는 것은 그동안 저가의 VPN 서비스나 VoIP(인터넷전화)를 제공하던 중소사업자들의 시장을 장악해 시장을 독식하려는 의도"라고 반발했다.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사무처장은 "IP 공유기를 금지하는 것은 망상호간의 연결을 본질로 하는 인터넷의 구성원리 자체에 반하는 것"이라면서 "통신회사들은 서브넷 구성을 금지시키는 약관조항을 폐기해야 하며, 공유기로 인해 얼마나 트래픽이 증대하는 가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조사가 필요하며, 이는 IP 공유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P2P 등 이용자 성향에 따른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핵가족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가구별로 공유기를 쓰는 것은 주어진 대역폭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소비 방식일뿐, 트래픽 증가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로텔레콤 이종원 부장은 IP 공유기로 인해 트래픽(통화량)이 증가했다는 데이터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 부장은 "지난 1월 강남과 동작 등의 지역에서 IP 공유기 현황을 체크해 본 결과 공유기 사용비율은 각각 33.0%, 9.9%였는데, 이들이 전체 트래픽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5%, 24%나 됐다"고 말했다.

IP 공유기를 쓰는 고객이 다른 일반 고객에 비해 2배 이상의 통화량을 발생시킨다는 말이다.

◆하나로텔레콤 IP 공유기 사용현황(측정결과 '05년 1월 기준)

지역 가입자수(명) 공유기 사용(명) 공유기 사용비율 평균단말수 트래픽비율(UP) 트래픽비율(Down)
강남 21,000 6,930 33.0% 4.33 28% 55%
동작 28,790 2,850 9.9% 3.57 10% 24%
송파 31,061 2,858 9.2% 3.79 10% 18%

이준경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광대역통합망연구단 팀장은 "IP 공유기때문에 트래픽이 2배 늘었는지, 고객들의 사용 패턴때문이었는지 공신력있는 기관에서 검증하고 분석해 가입자군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량적인 데이터를 갖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정 가입자가 PC를 2~3대 갖고 있을 경우 시간대가 틀리기 때문에, 공유기에 물렸다고 해서, 트래픽이 증가한다는 논리는 검증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IP 공유기 인증 및 유통도 논란

통신회사(KT, 하나로, 데이콤, 두루넷, 온세통신 등)가 IP 공유기 사용요금을 인하해 IP 공유기 사용을 양성화하겠다는 데에는 ▲ 전문기관(TTA)이 IP공유기의 품질을 인증하거나 ▲ 통신회사가 IP 공유기를 직접 공급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묻어있다.

지금까지 무분별하게 도입된 IP 공유기로 인해 통신회사의 A/S 비용이 증가했던 만큼, 국내에 유통되는 IP 공유기에 대해 표준을 정하고 이를 의무화하자는 것.

또한 일각에서는 통신회사가 직접 IP 공유기를 공급해 부당 사용의 우려를 없애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에대한 반발도 만만찮다.

박병철 비씨파크 사장은 "통신회사가 IP 공유기를 판매하면 기술발전에 저해되며 통신업체 A/S 비용만 늘어날 것"이라면서 "통신회사들이 모뎀을 직접 공급하면서 최저가 낙찰제를 진행해 국내 기업들은 모두 도산하고 핵심기술은 미국이 독점하게 된 사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모뎀이나 공유기같은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장비는 소비자들이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는게 맞다는 주장이다.

한편 이날 참석한 정통부 통신이용제도과 신진섭 사무관은 "정부 정책을 만드는데 오늘의 토론 내용을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유승희 의원은 "인터넷과 관련된 소비자들의 요구가 짧은 시간에 급증하고 있다"면서 "국회의 업무중에는 민원을 듣는 업무가 있고, 이런 문제들에 대해 가교역할을 해야 하며, 충분한 토론을 거치면 합리적인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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