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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수입 멸균우유 소비자 관심 '쑥'…국내 우유업계 '긴장'


멸균우유 수입 중량 4년 만에 9배 늘어

[아이뉴스24 김승권 기자] #. 고양시 일산동구에 사는 정석훈 씨(36) 지난주부터 수입 멸균우유를 주문하고 있다. 이유는 가격이다. 쿠팡에서 서울우유 멸균우유는 1L 10개가 2만8천950원인 반면 폴란드 해피반 멸균우유는 12개 1만9천200원에 살 수 있어서다. 멸균우유지만 국내 제품과 큰 차이가 없다고 정 씨는 설명했다.

이처럼 최근 국내 우유 가격이 오르면서 저렴한 수입 멸균우유에 대한 소비자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수입 제품 수요가 점점 올라가며 국내 우유 생산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15일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멸균우유 시장 규모는 2016년 453억원에서 지난해 1천336억원으로 194% 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추세라면 7%에 불과한 시장 점유율도 2년 내 10%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유로모니터의 전망이다.

그중 수입 멸균우유의 증가가 가장 눈에 띄는 변화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국내 멸균우유 수입 중량은 2016년 1천214t에서 지난해 1만1천413t으로 4년 만에 약 9배(840%) 늘었다. 주요 수입 멸균우유로는 아르보리아(이탈리아), 폴스(호주), 프로메스(프랑스), 해피반(폴란드) 등이 꼽힌다.

쿠팡에서 판매되는 폴란드 해피빈 멸균우유 12개 제품 가격 [사진=쿠팡 앱 갈무리]
쿠팡에서 판매되는 폴란드 해피빈 멸균우유 12개 제품 가격 [사진=쿠팡 앱 갈무리]

◆ 수입 멸균우유 가격 경쟁력 높아…시장 점유율 커지나

시중에 유통되는 우유는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뉜다. ▲냉장 보관이 필요한 살균 우유 ▲균을 완전히 사멸해 상온 보관이 가능한 멸균우유 ▲원유를 말려 분말 형태로 판매하는 탈지분유 등이다. 이 중 살균 우유가 전체 시장의 92%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멸균우유(7%)와 탈지분유(1%)는 소량 판매되고 있다.

멸균우유는 초고온(135~150도) 멸균법으로 우유 속 균을 100% 제거한다. 또 장기보관을 위해 빛과 공기를 차단하는 알루미늄 포일 팩에 특수포장한다. 그 때문에 유통기한이 최대 1년으로 길고 장기간 상온 보관도 가능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비상식량 군으로 꼽힌다.

멸균우유에서는 모든 균을 사멸하기 때문에 유익균도 사멸된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일반 생우유도 고온으로 살균해서 균을 죽이는 건 마찬가지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유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 우유는 63도에서 135도 사이에서 살균하고 멸균우유는 150도 정도로 살균하는데 온도 차이만 있을 뿐 영양성분 함량 등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수입 멸균우유 제품의 경우 가격 경쟁력이 높고 지방함량도 선택할 수 있어서 선호도가 높다. 현재 국산 원유를 이용한 멸균우유의 가격은 100㎖당 300~400원대에 형성되어 있는 것과 비교하면 2/3 가격 수준이면 수입 멸균우유를 살 수 있다.

또한 국산 멸균우유는 주로 유통되는 제품이 120~250㎖로 소포장 되어있지만, 수입 멸균우유는 200㎖부터 1리터까지 대용량 제품들도 수입되고 있어, 다양한 소비자들에게 선택받고 있다.

쿠팡에서 판매되는 국내와 해외 멸균 우유 제품 가격 [사진=쿠팡 앱 갈무리]
쿠팡에서 판매되는 국내와 해외 멸균 우유 제품 가격 [사진=쿠팡 앱 갈무리]

◆ 수입 멸균우유 소비자 '호평' 이어져…"관세 철폐되면 국내 제품과 가격 차 커질 것"

실제 맘카페에 올라온 소비자들의 구매 후기를 살펴보면, "국내 우유는 연이어 오르는데 수입은 싸다", "가격이 저렴한데 맛도 좋다", "지방함량이 다양해서 좋다", "유통기한이 길어 부담이 없다" 등 긍정적인 후기가 줄을 잇고 있다.

한 소비자는 게시글을 통해 "수입 멸균우유를 한 상자씩 사놓고 보관할 수 있게 되면서 이제 우유 정기 배송을 받지 않게 됐다"며 "또한 냉장 보관도 필요 없어서 보관도 쉽다"고 말했다.

수입 멸균우유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만큼, 유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우유 수출국과의 FTA로 인해 각종 유제품 수입이 느는 가운데 국산 유제품 제조원가는 수입 유제품의 약 3배 수준으로 가격 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2026년부터 관세 철폐가 이뤄지는 만큼, 수입 멸균우유의 지속 유입은 자칫 국산 시유 시장의 축소마저 불러올 수 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수입 멸균우유의 성장에 맞설 대안이 있어야 한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유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유통 판매처들이 납품가가 낮은 브랜드들을 찾고 있으므로 멸균우유 수입 물량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관세 철폐까지 현실화되면 수입 멸균우유와 국내 유업체 제품과의 가격 경쟁력 차이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승권 기자(peac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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