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전 세계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각 국이 반도체 공급난을 겪으며 자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반도체 자립주의를 강화하는 가운데 미국이 반도체 기업에 영업기밀까지 요구하면서 반도체 세계 대전은 극으로 치닫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중국, 유럽이 반도체 생산 능력 확대에 사활을 걸었다.
반도체는 그동안 유럽, 미국 등 기업들이 만든 지식재산권(IP)을 토대로 미국의 반도체 설계기업(팹리스)들이 반도체를 설계하고 대만·한국 등에서 이를 생산하는 글로벌 공급망 체계를 갖췄지만, 코로나19 이후 반도체 공급난이 극심해지며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졌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이 싸움을 주도하기 위해 반도체·자동차 기업에 내부 정보를 요구해 파장을 일으켰다. 반도체 공급망을 점검해야 한다며 기업에 11월8일까지 3대 고객사, 제품 생산주기, 재고 사항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공급과 수요 예상, 가격, 협상력 등 반도체 사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정보를 달라는 셈이다.
바이든 정부는 취임하자마자 반도체 지원법 제정에도 공을 들였다.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 '칩스 포 아메리카(CHIPS for America Act)'는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설립을 장려하기 위해 100억 달러의 연방 보조금과 최대 40%의 세액공제를 약속하는 지원책이 담겨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급망 점검을 명목으로 미국 정부는 반도체 생산 패권도 장악하려 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주요 타겟은 중국이었었지만 앞으로는 전방위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도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제재로 기세가 꺾이긴 했지만 반도체 굴기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 자급률 향상에 사활을 걸며 지난 2015년부터 향후 10년간 1조 위안(약 170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해 왔다.
중국의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SMIC는 이달 들어 중국 지방정부의 지원을 받아 10조원 규모의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SMIC는 88억7천만 달러(약 10조2천억원)를 투입하고 상하이 자유무역구 린강 관리위원회와 합자 회사를 세워 매월 12인치 웨이퍼 10만 개를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이에 질세라 유럽도 미국의 '칩스 포 아메리카'와 유사한 '유럽 반도체 법'을 만들 계획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추진하는 반도체 법엔 생산 시설과 연구·개발(R&D)의 세제 지원, 전문 인력 양성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미국, 중국에 이어 유럽까지 반도체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우리나라도 지원 대책을 마련 중이다.
정부는 지난 5월 '민간투자 510조원·연구개발(R&D) 세액 공제 50%' 등을 골자로 하는 K-반도체 전략을 발표했다. 후속 조치로 지난 28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와 학계·연구기관 등이 손을 잡고 연대·협력협의체도 출범시켰다.
우리 반도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K-반도체 전략이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돼야 한다. 미국의 투자·정보 요구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연대 협의체에서도 요식 행위가 아니라 건설적은 논의가 오가야 한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강국들의 반도체 산업 육성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만큼 우리는 과거의 성공에 취해 있어서는 안 된다"며 "반도체 산업에서 초격차를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들의 애로사항들을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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