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신지훈 기자] 면세업계가 고난의 시간을 걷고 있다. 1년 8개월여간 이어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탓이다. 그 사이 사업도 크게 위축됐다. 국내외 사업장은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예년 같으면 특수를 누렸을 추석 연휴 마저도 영업을 포기하기로 했다. 굳건히 지켜온 세계 1위 타이틀 마저도 중국 면세시장에 내줄 처지에 몰렸다.
◆"더는 못버틴다"…문 닫는 면세점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면세점들의 해외 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이달 중 호주 캔버라 공항점 운영을 종료하기로 했다. 해당 공항 측과의 계약 만료에 따른 것으로 시장 상황을 고려해 철수하기로 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부터 실적이 부진한 해외 사업장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사업을 정리했다. 이번 캔버라 공항점 철수로 롯데면세점의 해외 매장 수는 코로나19 이전 9개국 15개 매장에서 6개국 11개 매장으로 줄어들게 된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캔버라 공항점은 규모가 작고 코로나19로 사실상 휴점 상태였는데 계약 완료 시점이 됐음에도 공항측에서 별도 공고가 없어 영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신라면세점도 해외 사업을 두고 수익성 재점검에 들어갔다.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일본 도쿄 시내점을 철수했다. 현재 홍콩 공항점과 싱가포르 공항점, 마카오 공항점, 태국 푸껫 시내점을 운영 중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해외 사업에 대한 전략 변경이 불가피하다"며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기존 사업 또는 신규 사업에 대해 수익성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영업점 또한 여전히 정상적인 운영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당장 주요 시내 면세점들은 추석 연휴 모두 문을 닫기로 했다.
롯데면세점 명동·롯데월드·코엑스·부산·제주점은 추석 당일인 21일 모두 휴점한다. 코엑스점과 부산점은 19~21일, 제주점은 18~22일 문을 닫기로 했다. 신라면세점 서울점도 21일 휴점하며, 제주점은 18일부터 22일까지 문을 닫는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과 부산점도 추석 당일 휴점한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로 가는 하늘길이 여전히 막혀 있어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문을 닫기로 했다"고 말했다.
◆'세계 1위 시장'도 옛말 되나
국내 면세시장이 굳건히 지켜왔던 '세계 1위' 타이틀도 무너질 처지에 놓였다. 코로나19 이전이던 2019년 25조원에 달했던 국내 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15조5천억원 대로 쪼그라들었다. 면세업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한다며 다양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으나 경쟁력 또한 잃어가는 모습이다. 세계적인 면세전문지 무디리포트가 "글로벌 1위 한국 면세시장이 위험하다"고 경고했을 정도다.
그 사이 중국 면세시장이 빠르게 치고 올라왔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면세시장을 지원 중이다. 면세 특구로 지정한 중국 최남단 하이난을 세계에서 가장 큰 자유 무역항으로 만든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해 7월엔 1인당 면세 한도를 3만 위안(약 515만원)에서 10만 위안(약 1천715만원)으로 상향했다. 쇼핑 횟수 제한도 없앴다. 하이난으로 여행을 다녀온 후에도 6개월 이내엔 온라인으로 면세품 구매를 가능토록 했다.
효과는 상당했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해도 세계 면세점 순위 상단에 있던 스위스와 한국 면세점을 지난해 중국 면세점그룹인 CDFG가 차지했다. CDFG는 하이난에서만 매출의 절반을 올렸다. 여기에 하이난의 면세 매출은 지난해 4조여 원에 달했다. 이는 2019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하이난 시장 규모는 오는 2015년에는 50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면세업계는 중국 면세시장의 성장세가 코로나19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란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국 정부가 상당한 지원을 통해 시장 규모를 늘리고 있는 만큼 국내 면세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면세점 한 관계자는 "국내 면세 한도는 8년째 유지 중"이라며 "글로벌 주요 국가와 비교해도 국내 면세 한도는 현저히 낮은 편으로 시장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면세한도를 상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 보따리상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국내 시장의 기형적인 구조 또한 바꿔야 한다"며 "이들에 대한 매출 비중을 낮추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전략적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신지훈 기자(gamj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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