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류한준 기자] 소속팀도, 선수 본인도 변화에 당황했고 의기 소침해졌다. 키움 히어로즈 이적 후 팀 뿐 아니라 KBO리그를 대표하는 오른손 '거포'로 자리매김한 박병호(내야수)는 지난해 이어 올 시즌 작아졌다.
그는 지난 시즌 93경기에 나와 21홈런을 쏘아 올렸으나 타율이 2할2푼3리에 그쳤다. 2011시즌 도중 LG 트윈스에서 이적해 기록한 타율 2할5푼4리(66경기)보다 낮았다.
마음을 다잡고 올 시즌 개막을 맞았지만 좀 처럼 힘이 실리지 않았다. 9시즌 연속(미국 진출 2016, 2017시즌 제외)으로 두 자리수 홈런은 달성했지만 타율이 발목을 잡았다.
특히 후반기 첫 달인 지난 8월 월간 타율은 14경기에서 1할5푼4리(34타수 6안타)에 그쳤다. 또한 박병호 타석에서 찬스가 무산되면서 흐름이 끊기는 상황도 자주 나왔다.
그러나 박병호는 해결사 능력을 잃지 않았다. 팀이 원하는 순간 한 방을 쳤다. 지난 9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이 좋은 예가 됐다.
키움은 이날 KIA에 끌려갔다. KIA도 그랬지만 키움도 점수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놓쳤다. 8회초 KIA 공격 종료 후 키움은 2-3으로 끌려가고 있었고 그때까지 잔루는 8개를 기록했다.
그런데 8회말 선두타자로 나온 박병호가 승부 균형을 맞췄다. 그는 KIA가 승리를 지키기 위해 마운드 위로 올린 장현식을 상대로 솔로 아치(시즌 14호)를 그렸다.
박병호의 한 방은 결과적으로 이날 경기 흐름과 분위기를 모두 바꿨다. 키움은 3-3을 만든 뒤 해당 이닝에서 추가점을 내 5-3으로 역전승했다. KIA도 승리가 필요한 건 마찬가지지만 중위권 순위 경쟁이 한창인 키움에게는 승수 추가가 절실했다.
전날(8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상대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에 꽁꽁 묶이며 1-7로 졌기 때문에 KIA전을 내줬다면 연패가 더 길어질 수 도 있었다. 박병호는 중요한 순간 자신의 존재와 필요성을 알리는 한 방을 날렸다.
그는 경기 후 "점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출루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갔는데 좋은 타이밍에 좋은 스윙이 나와 홈런으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박병호는 "바깥쪽 코스로 온 공을 결대로 쳤는데 결과가 좋았다"며 "후반기들어 연장전이 없기 때문에 동점을 만들어 놓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홈런 이후 타자들이 점수를 잘 내준 덕분에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승리의 공을 팀 동료들에게 돌렸다.
키움은 후반기들어 옆구리 통증으로 1군 전력에서 제외된 이정후(외야수)도 돌아왔다. 여기에 외국인타자 윌 크레익도 이달 들어 타율 3할9푼3리(28타수 11안타, 9일 기준 기록)로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박병호까지 좀 더 힘을 낸다면 순위 경쟁에서 충분히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고척=류한준 기자(hantae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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