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게임 세상이 난리다. 엔씨소프트가 신작 '리니지W'를 공개해서다. 한국 게임 산업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 '리니지'인 탓에 각종 커뮤니티가 들썩이고 있다. 논조가 좋든 싫든 떠들썩한 것만은 확실하다.
왜 하필 지금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엔씨소프트가 리니지W 티저 사이트를 공개한 시점은 지난 11일. 신작 '블레이드앤소울2' 서비스를 시작하는 26일로부터 정확히 보름 전이다. 그리고 11일은 엔씨소프트 주가 80만원선이 무너진 시점이기도 했다.
블레이드앤소울2에만 전력 투구하기 보다는 리니지W라는 신규 모멘텀을 띄워 주가도 부양하고 기대감도 조성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나 싶다. 실제 횡보하던 엔씨 주가는 리니지W 공개를 계기로 다시 80만원대를 회복한 상태다.
19일 온라인 쇼케이스를 통해 베일을 벗은 리니지W의 첫인상은 3D화된 '리니지M'이었다. 그래픽은 3D지만 특유의 타격감은 원작 리니지와 흡사해보였다. 그러면서도 거대한 용 안타라스는 확실히 이전 리니지에서는 볼 수 없는 위용을 풍겼다. 신구의 조화를 추구한 셈이다.
캐릭터별 내러티브를 강조한 건 스토리를 중시하는 북미유럽 시장을 겨냥한 대목으로 판단됐다. 성질 급한 한국인들이야 '스킵' 버튼을 연타하겠지만 서양 게이머들은 느긋하게 리니지의 서사를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행사 중간중간 등장한 컷신들의 연출들도 북미유럽 시장을 의식한 듯한 티가 많이 났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보이스 채팅은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이다. 엔씨소프트가 10년전인 2011년부터 연구해온 AI 노하우가 드디어 체감될 정도로 게임에 접목됐다는 인상을 받았다. 해외 게이머가 음성으로 입력한 외국어가 한글로 실시간 번역되고 그 반대의 과정은 여타 게임사는 시도할 수 없는 기술이 틀림없다.
리니지W를 통해 모바일과 PC에 이어 콘솔까지 이어지는 크로스 플랫폼 플레이를 구현하겠다는 비전도 돋보였다.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리니지를 즐길 수 있게만 된다면 가히 '마지막 리니지'라는 수식어에 걸맞는 게임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이처럼 기술적인 측면에서 리니지W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 다만 이용자들이 우려하는 지점은 바로 수익모델(BM)에 있다. 예로부터 리니지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린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리고 쇼케이스에서는 이 대목에 대한 설명은 빠졌다.
리니지는 철저한 약육강식의 세계다. 강한 자가 얻고 약한 자는 잃는다. 상대 혈맹을 '증오'하도록 설계된 기획은 남들에게 지기 싫어하는 한국인의 특성에 맞춰 기꺼이 지갑을 열게 만들었다. 이러한 특징은 그동안 출시된 모든 리니지 시리즈를 관통하는 핵심이었다. 리니지가 '한국형 MMORPG'라는 평가를 받는 건 말그대로 한국 시장에 최적화된 게임이기 때문이다.
쇼케이스에서 공개된 리니지W 역시 이러한 게임성을 답습했다. 게이머들은 혈맹의 승리를 위해 또다시 강해져야 한다. 그간의 리니지에서는 같은 한국인과 싸웠다면 이번에는 다른 나라 사람들과 싸우게 된다는 사실만 달라졌을 뿐 본질은 그대로라는 얘기다.
다만 리니지를 모르던, 철저한 약육강식의 세계관은 낯설어 하는 서양 게이머들이 적응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되는 것도 사실이다. 엔씨소프트가 말한 '글로벌'이 아시아에 국한된 건 아닌게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리니지가 인기를 끄는 한국과 대만 정도만 남아 각축전을 벌일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물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내놓는 게임인 만큼 기존 리니지보다 상대적으로 '순한 맛'이 될거라는 기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용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고티(GOTY)'를 노릴 수 있을 정도의 게임성을 갖추는 건 더 중요해 보인다. 내수와 아시아권에서만 통하는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던 리니지가 올해말 글로벌 게임으로 도약한 모습을 볼 수 있길 고대해본다.
/문영수 기자(mj@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