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한 병원에서 수술실에 폐쇄(CC)회로 TV를 설치했는데 환자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8명의 환자·보호자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최근 힘찬병원(대표원장 이수찬)이 실제로 수술실 CCTV를 설치·운영했다. 이후 의료팀과 환자·보호자를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지난 6월 21일부터 7월 31일까지 40여 일 동안 이뤄진 이번 설문조사에는 부평, 목동, 강북힘찬병원 의료팀(의사, 수술실·마취과 간호사) 147명, 수술환자와 보호자 101명이 참여했다. 힘찬병원은 지난 6월 부평점과 목동점에 수술실 CCTV를 설치했다. 7월부터는 강북점과 창원점에도 확대해 4개 지점의 모든 수술실(총 25실)에 CCTV를 전면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설문조사에서 의료팀과 환자 모두 ‘상호 신뢰’ 측면에서 긍정적 반응이 나왔다. 우선 의료팀의 경우 실제로 운영해본 결과에 대해 ‘환자와 보호자 반응이 좋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 생각한다’는 의견이 39.5%로 가장 높았다.
이어 ▲처음에는 의식이 되고 위축됐는데 차츰 괜찮아졌다(36.1%) ▲CCTV 때문에 위축돼 집중도가 떨어졌다(17%)는 일부 의견도 있었다. 이는 시행 전 찬성 49.7%, 반대 48.3%, 무응답 2%로 찬반 의견이 팽팽했던 의료팀의 입장이 시행 후 다소 우호적·긍정적으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환자·보호자는 ‘수술실 CCTV 녹화’와 ‘실시간 시청’에 대해 매우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수술실 CCTV 녹화에는 80.2%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매우 만족-26.7%, 만족-53.5%). CCTV 녹화에 동의한 이유에 대해서는 ▲녹화를 하는 것 자체만으로 믿음이 가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61.4%로 가장 높았다. 뒤이어 ▲최근 잇따른 대리수술 의혹으로 인한 불안감 때문(37.6%) ▲혹시 모를 의료분쟁에 대비하기 위해(7.9%)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또 환자의 수술과정을 보호자가 실시간 시청할 수 있는 부분도 응답자(실시간 시청 보호자)의 80.4%가 만족한 것으로 나타났다(매우 만족-26.8%, 만족-53.6%). 수술과정 실시간 시청을 신청하면 보호자는 별도 지정된 개별공간에서 환자의 수술장면을 화면으로 볼 수 있다.
보호자가 수술과정 실시간 시청을 신청한 이유에 대해서는 ▲수술장면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면 안심이 될 것 같아서(69.6%) ▲대리수술 여부 등 문제점이 없나 확인하기 위해서(39.3%)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불안함을 덜 수 있어서(3.7.5%) 등 순으로 답했다.
보호자 중 실시간 시청을 신청하지 않은 이유로는 ▲녹화와 실시간 시청이 가능하다는 것만으로도 믿음이 간다(61.9%) ▲녹화를 하기 때문에 굳이 실시간 시청이 필요 없다(21.4%) ▲수술장면을 보기 거북해서(16.7%) 순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보호자 입장에서는 녹화와 실시간 시청이 가능한 수술환경이 확보된 것 자체에 높은 만족과 신뢰를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관련 법·제도 개선의 필요성이나 개인정보유출 우려 등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의료팀의 경우 CCTV 설치·운영과 관련해 앞으로 바라는 점에 대해 ▲수술 보조행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주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60.5%) ▲의료계에 대한 신뢰가 회복돼 CCTV가 불필요하기를 희망(48.3%) ▲CCTV 설치를 의무보다는 개별 의료기관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18.4%)고 답했다.
환자·보호자는 수술실 CCTV 녹화와 관련해 걱정스러운 점이 특별히 없다(75.2%)는 입장이 대다수였는데 ▲신체 노출에 대한 녹화(17.8%) ▲영상 노출 등 보안 문제(12.9%) 등에 대해서는 걱정스럽다고 응답했다.
이광원 강북힘찬병원 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최근 잇따른 대리수술 논란으로 추락한 의료계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수술실 CCTV 설치를 결단하게 됐는데 의료팀이 CCTV에 대해 느끼는 기본적 불편함이 완전히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시행 전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의료팀이 수술 현장에서 위축되는 부분이 점차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환자나 보호자의 만족도가 매우 높아 의사와 환자 사이 신뢰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궁극적으로는 서로 간의 신뢰가 완전히 회복돼 CCTV가 필요 없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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