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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SK이노, LG화학과 '같은' 수순 밟고 있지만 '다른' 이유는


물적분할 결정에 주주들 실망↑…"믿고 투자했는데 배신감 느낀다"

[아이뉴스24 오유진 기자]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 부문을 100%로 자회사로 분리해내는 '물적분할'을 결정했다.

그러나 인적분할이 아닌 물적분할을 결정하면서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선례인 LG화학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면서 우려가 가중되는 모습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일 이사회를 열고 배터리와 석유개발(E&P) 사업의 분할을 의결했다.

SK이노베이션이 이사회를 열고 배터리사업과 석유개발(E&P)사업을 분할하기로 결의했다. 사진은 분항 전후 조직도.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이 이사회를 열고 배터리사업과 석유개발(E&P)사업을 분할하기로 결의했다. 사진은 분항 전후 조직도. [사진=SK이노베이션]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1일 기자간담회 형식으로 열린 '스토리 데이(Story Day)'에서 배터리 사업 분할 가능성을 시사한 지 약 한 달 여만에 사업 분할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다음달 16일 임시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10월 1일부로 배터리와 E&P 사업 자회사를 각각 출범시킬 계획이다.

◆ SK이노 물적분할 결정에 '뿔난' 소액주주들

문제는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을 인적분할이 아닌 물적분할 방식으로 분리한 뒤 기업공개(IPO) 추진을 계획하고 있는 것에 대해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물적분할은 기업의 재산만 분할해 새로운 자회사를 세우는 것으로 모회사가 분사한 회사의 100% 주주가 된다. 반면 인적분할은 기존 회사의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회사 주식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소액주주들은 기존 회사와 신설 회사를 분할비율에 따라 각각 직접 소유할 수 있는 이 방식을 더 선호한다.

물적분할을 택한 SK이노베이션을 향한 주주들의 반발은 만만치 않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주주자본주의를 해치는 대기업(SK이노)의 횡포에 대한 정부의 고민을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9일 오후 2시 기준 해당 청원 동의 인원은 3천100여명을 넘어섰다.

더욱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MZ세대와의 소통에 나서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최근 게시물에는 "현재 SK이노 주주들 원성은 들리시는지요? 믿고 투자했던 기업에 배신감이 넘쳐흐르는데요. 도대체 ESG 경영이란 게 뭔가요?"와 같은 댓글이 달리는 등 주주들의 항의가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 업계 "주주가치 훼손" vs SK이노 "우려일 뿐"

일부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분사 목적과 회사 분사 방식은 같지만, 같은 방식의 주주 가치 확대에는 나설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LG화학은 지난해 9월 17일 물적분할 방식으로 전지사업부를 별도의 회사로 분사시키는 계획을 확정했다. 이 계획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같은 해 12월 1일 출범했다.

당시 LG화학도 물적분할 결정으로 주주들 반발에 부딪쳤다. 이에 LG화학은 입장문을 통해 "신설법인의 절대적 지분율을 계속 보유하는 만큼, 모회사가 될 LG화학 주가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라면서 성난 주주들 달래기에 나섰지만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LG화학은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2020년부터 3년간 보통주 1주당 최소 1만원 이상의 현금배당을 추진하겠다는 보상책을 내놓았은데 이어 최근에는 배터리 사업을 떼어내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인 ▲배터리 소재 ▲석유화학 ▲바이오 사업에 10조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주주 가치 확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인지 LG화학은 지난해 9월 물적분할 및 LG에너지솔루션 설립 계획 발표 이후 주가가 60만원대까지 하락했지만 결국 반등해 올해 초 100만원대를 찍은 이후 5월부터 8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스토리 데이 행사를 통해 탄소에서 그린 중심으로 회사의 정체성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파이낸셜 스토리’(Financial Story)'를 발표했다.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이 스토리 데이 행사를 통해 탄소에서 그린 중심으로 회사의 정체성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파이낸셜 스토리’(Financial Story)'를 발표했다. [사진=SK이노베이션]

반면 SK이노베이션은 보유하고 있던 성장성 높은 사업을 자회사로 분할시키고, 자회사 지분율을 줄이고 있다. 따라서 자체 수익 창출 능력이 떨어져 LG화학과 같은 반등의 기회를 잡기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존재한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윤활유 사업과 배터리 소재 사업을 각각 SK루브리컨츠와 SK아이이테크놀로지(SK IET)로 분할했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의 정유사업 지분 일부 매각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으며, SK종합화학 지분 매각도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100% 지분 매각이 아닌 일부 매각으로, 경영권은 SK이노베이션이 가진다"며 "지분 매각한 금액을 미래 성장 투자에 사용한다는 방침이라서 회사 성장성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IB) 업계에서도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물적분할 이후 주가 흐름이 LG화학과 유사하게 갈 것이라고 관측한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경쟁력을 감안하면 현재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유진 기자(ou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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